“<JOKKA>라는 독립출판사를 운영 중인 민우라고 해요. 주로 시를 쓰고요. 동화책도 만들어요.”
인터뷰를 읽게 될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려요.
<JOKKA>라는 독립출판사를 운영 중인 민우라고 해요. 주로 시를 쓰고요. 동화책도 만들어요. 돈을 벌긴 하지만 취미처럼 하고 있어요. <JOKKA>라는 이름은, 시인이 되려면 먼저 등단*해야 하는 구조가 있잖아요. 그런 기성 시스템을 탈피하자는 의미로 지었어요. '어떤 사람이 시인인가?' 이런 질문을 하면서요. 탈脫 등단이네요. 누가 시켜주면 하겠지만요. (웃음) *등단(登壇): 시인이나 소설가가 잡지에 작품을 발표하거나, 문학상을 수상하거나, 자신의 작품을 출판해서 문학계에 이름을 올리는 것.(위키백과) 한국에서는 등단 약력이 있어야 정식 문인으로 인정받는 경향이 있다고 함.
하자와 많은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하셨어요?
처음에 리소* 워크숍을 들으려고 왔어요. 근데 애고라는 판돌*이 와서 영메이커라는 프로그램 홍보를 하는 거예요. 재밌겠다 싶어서 그것도 참여했는데, 애고가 또 다른 판돌 가지를 소개해 줬어요. 가지가 "실크 스크린*의 여왕"이라고요. 그래서 '그러시구나. 카레여왕은 들어봤는데 실크 스크린은 처음이다' 이런 생각을 했죠. 그러고서는 가지랑 친해져서 가지가지 워크숍(실크 스크린 워크숍)에서 실크 스크린을 배웠고요. 그다음에는 가지가 디자이너들을 모은다고 해서 그것도 하다가… 하디에(하자 디지털 에디터즈)도 하고 문스(문제없는 스튜디오)도 했어요. 너무 많이 했다 진짜.
*리소그라프, 실크 스크린: 인쇄기법 중 하나.
*판돌: 하자센터 직원을 부르는 말. ‘판을 만들고 돌리는 사람’이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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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디자인 특성화고인 한강미디어고등학교를 졸업하셨어요. 진로를 일찍 정한 거예요?
중학교 때 성적이 괜찮긴 했는데 일반고로 진학하면 공부를 못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차라리 취업을 하자는 생각으로 특성화고에 갔어요. 그런데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대학에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특성화고도 좋지만 진짜 상위권 친구들 아니면 (자기 적성과) 상관없는 곳으로 취업 보내지기도 하고 그러거든요. 그래서 더 배우는 게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학생부 전형으로 대학에 갔죠. ‘진로를 정해야겠다’ 해서 된 게 아니고 그냥 어떻게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된 것 같아요.
“책을 혼자 만들어서 팔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된 거죠.”
민우가 전에 고등학생 때부터 독립출판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고 이야기 해주신 적이 있어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한미고(한강미디어고등학교)가 홍대랑 가까워서 홍대에서 자주 놀다가 '유어마인드'라는 독립서점을 알게 됐어요. 거기에 너무 재밌는 책이 많은 거예요. 저에게는 신세계였거든요. 너무 재밌고 그 컨셉에 완전히 꽂혔어요. 중학교 때 만화책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그땐 출판사에 컨택을 해야 하는 줄 알았거든요. 책을 혼자 만들어서 팔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된 거죠.
유어마인드에 가면 고양이 두 마리가 있는데요. 알레르기가 심한데도 재채기하면서 책 보고, 사 오고 했어요. 그러다 김경현이라는 시인이 쓴 책을 보고 그 책에 완전히 꽂힌 거예요. 맨날 들고 다니면서 지하철에서 읽었어요. 나도 시를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쓰기 시작했죠. 그분(김경현 시인)이 서점도 운영을 하는데 전에 북페어*에 나갔다가 만난 적이 있어요. 제가 그분 서점에 책 입고*도 했었거든요. 근데 제 책이 너무 좋다고 하시는 거예요. 내가 이 사람을 보고 시를 썼는데 직접 시에 대한 칭찬을 듣는 재밌는 경험을 했어요. 나중에 다른 북페어에서도 먼저 오셔서 새로 만든 책들 입고해달라고 해주신 적도 있어요. 감동이었죠. 진짜 좋은 경험이었네요. 나중에 그 서점 가서 낭독회도 했어요. 사람은 많이 안 왔지만요. 사람 일이 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되는 게 아닌 거 같아요. 이런 말이 있거든요. '인생은 내가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나은 계획을 갖고 있다' 진짜 맞는 것 같아요. 하다 보면 이렇게 저렇게 되는 거죠.
*입고: 물건을 창고에 넣음. 서점에 책을 납품하는 일. (표준국어대사전)
*북페어: 책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행사.
책 <나는 토끼가 아니다>
요즘 일상은 어때요? 어떻게 지내세요?
대학교 다녀요. 대학에서 과대(학과 대표)를 하고 있고, 학소위(학생 소수자 인권 위원회)에 들어갔어요. 제가 운동권에 열망이 있어서요. 민우 이미 졸업한 줄 알았어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교에 바로 간 게 아니라서 아직 졸업을 안 했죠. 휴학도 많이 했고요. 스무 살 때 물류센터에서 몇 개월 일하다가 그만두고 책 만들기에 열중하기 시작했어요. 그때 첫 책을 만들었는데, 제목은 부끄러워서 말 안 할래요. 저는 그 책이 반향을 일으킬 줄 알았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약간 섭섭했어요. 근데 또 신기해요. 그 책 검색하면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긴 있어요. 블로그 같은 데에 나와요? 네. 제가 시를 온라인에 올린 게 아니니까 직접 타이핑했을 거 아니에요. 또 저를 인터뷰하고 싶다는 요청도 많이 있었어요. 책 자체는 인기가 없더라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재밌었죠. 그리고 스무 살 때 여행도 많이 다녔어요. 물류센터가 좋은 게 야간에 일하면 그때 시급이 7~8천 원 이래도 하루 10만 원 넘게 가져갈 수 있거든요. 그래서 3일 일하고 제주도 가고 그랬어요. 하루 벌어 하루 여행 갔죠. 이런 식으로 셀프 갭이어*를 가졌어요. *갭이어(Gap year): 학업을 병행하거나 잠시 중단하고 봉사, 여행, 진로 탐색, 교육, 인턴, 창업 등의 다양한 활동을 직접 체험하고 이를 통해 향후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 시간. (위키백과)
갭이어는 얼마나 가졌어요?
2년이요. 제가 뭘 할지 정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갭이어 가지면서 계속 대학에 지원했는데, 붙었는데도 못 가겠는 거예요. 이게 진짜 맞을까? 싶어서. 지금 다니는 것도 진짜 맞는지 모르겠지만요. 그러다 22살에 지금 학교에 입학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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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학교 밖에서는 어떤 일상이 있어요?
요즘 영화 모임 하고 있어요. 저는 좀 학구적인 거 좋아하거든요. 각자 영화 보고 감상문을 써서 공유하고, 만나기 전에 읽고 토론해요. 사실상 영화 토론 모임. 학구적이죠. 제 마음에 확 꽂혀버렸어요. 북페어도 있으면 나가고. 그리고 혜화역에 '공간과몰입'이라는 서점이 있어요. 거기서 '진(Zine)* 만들기' 워크숍도 해요. 하자에서도 같은 워크숍 진행한 적 있잖아요. 그렇죠, 그 짬바로 (하는 거죠). 하자 없었으면 나 어떡해.
*진(Zine): 아마추어가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제작하는,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책자.
“내가 할 수 있는 작업을 계속 꾸준히 하는 게 더 좋겠다 싶었어요.”
지금 어떤 일이나 작업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책은 몇 권 내셨나요?
… 8권이요. 말도 안 돼. 대박이다. 보통 책을 만들 때 제본*을 맡기잖아요. 제본은 비싼데 저는 진을 만드니까 만들기 쉬운 면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돈도 많이 안 들거든요. 진은 작가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만들어 내는 작은 소책자예요. 이건 이래야 한다 그런 게 없기 때문에 재량껏 할 수 있어요. 진이야말로 독립출판 같아요. 돈 많고 인기 많은 사람은 두꺼운 책 만들기가 쉬운데 진은 아무나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매력적이고 좋은 것 같아요. 처음에는 책을 완벽하게 만들어서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요. 생각해 보니까 가수들도 정규앨범만 내는 게 아니고 EP도 내고 싱글도 내잖아요. 그래서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작업을 계속 꾸준히 하는 게 더 좋겠다 싶었어요. 꽁꽁 숨겨서 완벽해질 때까지 하는 게 아니라. 그래서 진을 많이 만들게 된 것 같아요.
*제본: 낱장으로 되어 있는 인쇄물, 백지 따위를 한 권의 책으로 꾸미는 일.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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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Zine 제작 중인 민우
출판사를 전반적으로 소개해 주신다면요?
저희 <JOKKA>는 시를 써요. 저는 시가 진짜 민중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품이 안 드니까요. 물감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스킬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글만 쓸 수 있으면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주로 시를 쓰고, 시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전형적인 것에서 탈피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제 생각에 시집은 대중문화가 아닌 취급을 받는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오히려 제일 대중문화인 것. 음악 앨범처럼 비주얼적으로 접근해 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힙합 앨범 커버 디자인을 참고해서 책 표지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요. 잡지처럼 시집 속에 제가 만든 다른 책 광고를 넣는다든지 책 표지에 제 얼굴을 넣는다든지 시집 안에 사진이나 그림도 넣어보기도 하고요.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어요.
민우에게 시는 어떤 의미일까요?
시는 도구요. 다른 창작으로 나아가게 하는 도구가 되어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자기표현이죠. 가성비 대박인. 시 쓰는 건 너무 쉽고 재밌어요. 시는 가성비예요. 나도 적어놔야겠다. '시는 가성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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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의 매력은 뭐예요? 지금까지 계속하고 계신 거잖아요.
그냥 독립출판물을 동경하는 것 같아요. 이것도 약간 중독인가 봐요. 돈은 안 되지만 창작하는 게 재밌어요. 그리고 제 팬이 별로 없는데 가끔 누가 팬이라고 해요. 그러면 그게 너무 기분이 좋아요. 전에 어떤 서점 사장님이 들려준 이야기인데, 지방에서 올라온 아저씨가 제 책을 찾았대요. 여기 민민우 책 있냐고. 그래서 어떻게 찾으시냐 했더니 딸내미가 이 책을 갖고 싶어 하는데 지방에 파는 곳이 많이 없어서 여기 온 김에 사러 왔다고 하셨대요. 그래서 얼마냐고 물으시더니 ‘왜 이렇게 비싸냐’ 이러셨다는 거예요. (웃음) 그런 얘기를 서점 사장님이 전해줬어요. 그런 거 들으면 기분이 되게 좋죠. 웃기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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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의 가격은 어떻게 책정돼요?
자기 마음이죠. 그래도 기준이 있을 텐데요. 기준 없어요. 비싸게 팔고 싶은 사람은 비싸게 파는 거고 이윤 없어도 괜찮으면 싸게 파는 거고. 근데 이윤이 남기 힘든 구조인 게, 예를 들어 원가가 삼천 원이라고 쳐요. 제가 만 원에 팔아요. 그러면 이윤이 많이 남는 것 같지만 서점에 입고하면 서점에서 35%를 가져가요. 그럼 육천오백 원이 되죠. 근데 서점마다 샘플도 보내줘야 하지, 왔다 갔다 택배비도 필요하고, 포장비도 있고 그런 거 다 하면 적자 아니면 다행이죠. 진짜 인기 작가 아니면 다 그럴 거예요.
“제 책은 다 한글과 영어가 동시에 적혀 있어요. 왜냐면 K-pop처럼 K-poem으로 혹시나 해외로 진출할 수도 있잖아요.”
민우의 책
민우의 대표작은 뭐예요?
제일 최근에 출판한 <컴 인사이드 오브 미>, <나는 토끼가 아니다>, <무서운 집>인 것 같아요. <컴 인사이드 오브 미>는 사랑시를 써보고 싶어서 쓴 거고, <나는 토끼가 아니다>는 시처럼 안 보이는 시를 써보고 싶었어요. 계속 만들다 보니까 두꺼운 책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시 66개가 한글과 영어로 동시에 들어있는 책도 만들었어요. 그게 <무서운 집>. 제 책은 다 한글과 영어가 동시에 적혀 있어요. 왜냐면 K-pop처럼 K-poem으로 혹시나 해외로 진출할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고 그걸 다시 영어판으로 찍어낼 돈은 없거든요. 그리고 제가 영어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언어는 사고의 방식”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영어로 시를 쓰면 또 다른 시가 나와요. 제가 안 쓴 것처럼. 영어로 먼저 쓰고 번역을 계속하면서 새로운 시가 만들어지는 그런 과정으로 쓰고 있어요.
민우는 5년 전에 앞으로도 계속 독립출판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처음 출판했을 때 제 책이 큰 반향을 일으킬 줄 알았어요. 엄청난 인기스타가 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되지 못했고 아무런 반응도, 좋다 싫다는 반응도 없었기 때문에 그 뒤로 약간 상처를 받았죠. ‘이거 해서 뭐 해. 됐어, 유명한 사람들만 잘나가’ 그렇게 생각하다가 어느 날 ‘아, 내 접근이 잘못됐다. 이거 유명해지려고 하는 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뒤로 이건 죽을 때까지 재미로 남겨두는 게 낫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독립출판의 과정을 쭉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기획] 일단 책을 기획하죠. 저는 러프하게 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이번에 시집을 만들 건데 사이즈는 어떠면 좋겠고 페이지 수는 이 정도 하고, 시는 몇 편 정도 넣는데 시 내용은 이런 거 넣고 사진은 몇 페이지에 넣고 이렇게 해보자.
[제작] 기획한 다음 만들어요. 진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손으로 그려서 스캔할 때도 있고 인디자인(디자인 프로그램)을 쓸 때도 있어요. PDF 파일이 완성되면 인쇄하죠. 전 가정용 프린터로 하거나, 업체에 맡겨요.
[홍보] 책이 완성되어서 배송이 왔다. 이제 제일 막막한데, 책 400, 500권이 집에 쌓여 있는 거예요. 지금 제 방 침대 밑에도 많이 들어가 있어요. 이제 홍보를 해야죠. 저는 홍보를 잘 안 하거든요. '내 진가를 너희가 알아봐' 이런 느낌. 열심히 하는 분들은 인스타 계정도 관리하고 광고도 돌리고 서점에도 홍보하더라고요. 근데 제가 느낀 홍보의 핵심은 인맥이에요. 이 모든 과정 뒤에 사람이 있으니까요. 인맥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입고] 책을 입고하려면 보통 서점에 메일을 보내는데 메일 내용에는 책 소개, 사진, PDF 파일, 콘셉트, 페이지 수, 가격 이런 것들을 전부 정리해서 보내요. 그럼 답변을 주는 데도 있고 안 주는 데도 있고. 좋다고 하면 계약을 해야죠. 서점마다 계약 방식이 달라요. 보통 계약서를 써요. 그다음은 허무한 단계죠. 책을 보내고 팔리기를 기다리는. 그 후에는 계약에 따라서 정산이 들어옵니다. 서점에 입고하는 것 외에도 자신만의 유통 채널을 활용하거나 북페어같은 행사에 참여해서 책을 직접 판매하는 루트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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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커리어, 내 작업의 일대기를 그려본다면 전환점이 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뭐가 있을까요?
영메이커*에 참여하면서 리소 인쇄랑 시 쓰기 워크숍을 기획해서 진행했었는데 그때 이런 일을 해도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거랑, 다른 하나는 외주로 책자 작업한 거. 책을 통째로 디자인 했는데 작업하다가 인디자인이 멈출 정도로 분량이 많았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맡아서 북 디자인을 한다는 게 되게 재밌었고요. 그리고 가장 처음 책을 만들었을 때. …근데 제가 커리어가 어딨어요~ 그래도 뭘 많이 하긴 했어. 워크숍 진행 경험으로 지금 진 만들기 워크숍을 하는 거고. 책자 한번 만들었으니까 나중에 책자 의뢰가 오더라도 용기가 날 수 있는 거고. 첫 시작들이 터닝 포인트가 되는 것 같아요.
*영메이커 시리즈: 하자에서 활동 중인 청소년 메이커가 직접 기획한 활동을 진행하는 프로그램.
진Zine 만들기 워크숍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 하나만 꼽아보면요?
제일 처음 책을 만들었을 때요. 인생이 바뀐 거죠. 시(詩)팝스타의 길로.
지금까지 북페어에 많이 나가셨는데 북페어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을까요?
처음 보는 사람이 와서 책을 뚫어져라 읽다 간다거나, 아까 대충 보고 간 사람이 돌아와서 이거 하나 달라고 했을 때. '아 뭐야 살 거였어?' 이러면서 기분이 좋아요. 감사하잖아요. 온 정성을 쏟아서 만든 내 자식인데 예쁘게 봐주니까. 너무 재밌고 응원한다고, 계속 만들어 달라는 사람도 있고요. 근데 제일 많이 일어나는 일은 외면이죠. 외면이 50%? 근데 그거에 굴하면 안 돼요. 페어 가면 정신 없잖아요. 눈길 끄는 게 중요해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인사하고 읽어보라고 말 걸고 그렇게 해야 매출도 올라가고 책도 알릴 수 있는 것 같아요.
북페어 관객과 민우
아무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면 진심이 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다 보면 좌절이나 실망하는 일도 생길 것 같아요.
첫 번째 책 냈을 때요. 그때 이후로는 이 일과 거리 두기를 하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재미없으면 그냥 안 하려고 해요. 물론 북페어 나가서 인기 없으면 속상하지만 그럼에도 그냥 내 재미로 하는 거니까. 솔직히 재밌는 일이잖아요. 내 책을 만들어서 북페어에 나가는 것 자체가. 지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지치지 않으려고 재미로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욕심을 버리라고 해야 하나? 저는 이걸로 성공하고 싶은 욕심이 없기 때문에 더 재밌는 것 같기도 해요.
“저는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재밌는 일을 하는 거. 그래야 내 자신이 존재한다고 느껴지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때요?
일단 <JOKKA>라는 브랜드는 죽을 때까지 가져가고 싶어요. 출판사 웹사이트를 만들려고 해요. 제가 한 게 되게 많아요. 독립 출판하는 사람으로 페어도 많이 나갔고요. 그런 걸 아카이빙하고 싶어요. 홍보를 너무 안 해서 홍보를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도 있고요. 직업적으로 딱히 욕심은 없어요. 크게 아프지 않고 독립출판 계속하면서 재밌게 사는 게 목표예요. 저는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재밌는 일을 하는 거. 그래야 내 자신이 존재한다고 느껴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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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와 관련된 고민은요?
요즘은 고민 크게 없어요. 고민보다는 이제 체념에 들어간 거 같은데 (웃음) 어차피 고민해도…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말. '인생은 나보다 나은 플랜을 갖고 있다'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고민한 많은 일의 대부분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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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을까요? 하고 싶은 일 계속해도.
이거 진짜 할 말 있어요. 저도 비슷한 고민을 많이 했으니까. 무조건 하고 싶은 거 하는 게 맞아요. 100% 확신해요. 하고 싶은 거 해서 후회하는 사람은 한 번도 못 봤고요. 하고 싶은 거 안 하고 절충해서 후회하는 사람은 진짜 많이 봤어요. 말도 안 되게 많이 봤어요. 그리고 다시 도전하기도 쉽지 않아요. 그러니까 결정할 수 있을 때 하고 싶은 걸 하는 그 정도 용기? 나를 위해 투자하는 거죠. 어차피 어린데요 뭐. 한국은 나이별로 정해진 코스가 있고 몇 살에 뭐 해야 하고 이 정도는 해야 하고 이런 게 있어서 고민이 되는 거 같아요. 근데 막상 대학 가면 30, 40대인 분들도 있고요.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건데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아요.
“시대의 흐름이야 있겠죠. 있겠지만 그걸 예측할 수 있어요?”
근데 사회가 너무 빠르게 바뀌잖아요. 예전처럼 무조건 대학 가면 취업이 보장돼 있고 그런 시대가 아니니까요. 그래도 계속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그래도 100%인가요?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시대는 시대고 나는 나인데. 박막례 할머니가 하신 말이 있거든요. "남의 장단에 맞추지 말고 내 장단대로 하면 누가 와서 춤춘다"고.* 시대의 흐름이야 있겠죠. 있겠지만 그걸 예측할 수 있어요? 어차피 못하지 않아요? 메타버스랑 NFT 이런 것도 뜬다 뜬다 했는데 거의 사장됐잖아요. 아님 몰라 코딩 공부하든가. (웃음) 하고 싶은 거 하고 일주일에 두 시간은 코딩 공부하든가 걱정되면. 그렇게 하라고 하면 되겠다.
*"내가 70년 넘게 살아보니까 남한테 장단 맞추지 말아. 북 치고 장구치고 너 하고 싶은 대로 치다 보면 그 장단에 맞추고 싶은 사람들이 와서 춤추는 거야."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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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하고 싶은 일이 없는 사람도 있을 텐데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뭐 평생 없을 수도? 근데 하고 싶은 일이 없는데 그냥 사는 사람 되게 많지 않아요? 그게 나쁜 거라는 생각이 잘못된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이 없을 수도 있죠.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게 진짜 행운인 거고요. 그래서 뭘 하라고 할까. 찾고 싶으면 경험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키자니아라도 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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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청소년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제가 제일 고민이 많았던 시기가 고등학교 때였던 것 같아요. 대학 가야 해, 대학은 무슨 과 가야 해, 취업해야 해, 취업은 어떻게 해야 해… 이런 '해야 한다'는 게 있으니까요. 근데 대학 안 가고 취업 못 한 친구들도 많잖아요. 아무 일도 안 일어나요. 걱정할 게 별로 없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요. 어릴 땐 다 걱정되는 것 같아요. 안 해본 거니까. 물론 지금 저도 안 해본 거 많지만 이제는 알 것 같아요. 사회가 너무 호들갑이에요. 수능도 사실 그냥 맨날 보던 시험이고 별거 없는데. 무슨 말인지 알겠죠. 그러니까 너무 '뭔가를 해야한다'는 생각에 휘둘리지 말고 자기 하고 싶은 거 해요. 하고 싶은 거 모르겠으면 마음이 가는 대로 흘러가듯이 살고요. 그래도 큰일 안 난다는 말이 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