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먹한 침묵 속에 조심스레 말문을 열던 하자글방의 첫날이 여전히 선명합니다. 저와 글방지기 이끼를 마주하고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손에 쥐고 찾아온 8명의 죽돌이 둘러앉았지요. 우리는 쓰기 위해 만났습니다. 각자의 삶을 따라 걷다 서로 동료가 되어 읽고 쓰기 위해서 말이지요.
올해 하자글방은 〈삶의 방식으로서 쓰기〉 를 주제로 삼았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쓰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쓰는 사람’이 되어 살아보려는 다짐이었습니다. ‘나의 고유함은 어디서 오는지’ 묻고, ‘도무지 내 마음 같지 않은 마음’을 응시하며, ‘나의 몸으로부터 출발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쓰는 일은 매번 쉽지 않았습니다. 나의 몸과 마음, 그리고 나를 둘러싼 세계를 글로 옮기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고단했지요. 우리가 세상과 어떻게 연루되어 있는지, 그곳에 맞닿은 나의 존재를 마주하는 일은 늘 버겁고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니까요.
깜박이는 커서 앞에서 첫 문장을 쓰기 위해선 재능보다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간신히 적어 낸 문장들을 엮어 마침표를 찍기까지, 오래도록 헤매고 서성이는 시간을 견뎌야 했습니다. 그렇게 매주 토요일이면 우리는 어김없이 글방에 모였습니다. 때로는 쓰지 못해 빈손이어도 괜찮았습니다. 쓰는 사람의 뒷면에는 언제나 읽는 사람이 필요하니까요. 우리는 기꺼이 서로의 든든한 독자가 되어주었습니다. 작가와 화자 사이의 거리를 가늠하고, 정확하고 사려 깊은 단어를 고르던 합평의 시간. 그 다정함과 치열함이 우리를 계속 쓰게 했습니다. 그렇게 서로의 어깨를 빌려 글방을 통과한 마음들이 모여 비로소 한 권의 ✨문집이 되었습니다.
2025 하자글방 문집 『레모네이드를 어떻게 만들지』
가을이 깊어가던 지난 10월, 문집을 세상에 내놓으며 그동안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쇼하자’(활동공유회)를 열었습니다. 그 풍경 사이로 문집 첫머리에 실린 8명의 작가 소개글을 전합니다. 올해 하자글방의 시간은 끝났지만, 앞으로 이 작가 소개는 끊임없이 다시 쓰이고 거듭 갱신될 것입니다. 문집에 담긴 이야기들이 이름 모를 누군가의 마음까지 가닿기를 바라며, 각자의 글방으로 내딛는 발걸음을 축하합니다.
글쓰기 작업장은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맥락을 만드는 힘을 기르며, 동료 · 멘토와 합평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작업장입니다. 글쓰기 작업장에서는 일방적인 평가와 경쟁을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 다변화하는 사회를 이해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며 타인과 상호작용하기 위한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2025 하자글방 <삶의 방식으로서 쓰기>
이번 하자글방에서는 삶의 한 방식으로서의 쓰기를 훈련하고자 합니다. 쓰기를 삶의 방식으로 삼는다는 것은 내가 누구인지를 글쓰기를 통해 이해하고 내가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텍스트의 형식으로 탐구한다는 뜻입니다. 지나온 삶을 자신의 힘으로 의미화하고 앞으로의 삶이 어떤 이야기가 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자글방에서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몸과 마음으로부터 출발하여 자신의 삶을 집필하는 힘을 기르고 내가 가진 이야기를 몸소 편집하는 눈을 키울 것입니다. 하자글방은 당신에게 기꺼이 공간이, 글감이, 동료가 되어드릴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글방이 끝난 뒤에도 계속해서 스스로 쓰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 삶을 계속해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