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9일 수요일 오후 4시, 하자센터 신관 4층 하하허허홀에서 ‘교육포럼3_ 비정규트랙 청(소)년의 사회적 자립을 말하다’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포럼은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길, 예컨대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 후 기업에 취직하는 길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한 청(소)년들의 사회적 자립을 위한 지원의 필요성과 방법을 이야기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4개의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첫 번째 발표는 노원청소년자활지원관 여광천 팀장의 손작업 예술공방 ‘手, 다방’ 이야기였습니다. 노원구는 임대아파트에 사는 저소득층 주민이 가장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는 일반 주민의 비율이 더 많은 곳으로 역전된 상태라고 합니다. 따라서 10년 동안 저소득층 청(소)년의 자활과 자립을 모색해왔던 청소년자활지원관 입장에서는 그곳에서 성장한 저소득 청년들의 사회진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손작업 예술공방 ‘手, 다방’이었습니다. 이제 2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이곳에 소속된 청년들은 수공예 작품을 만들고, 다른 청(소)년들을 지도하는 수공예강사로 활동하고 있답니다. 교육청과 수료 제도를 도입, 지역사회에서 활용 가능한 손작업 예술강사 자격증 과정을 만든 것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성과였습니다.
두 번째 발표는 사회적기업 오가니제이션 요리 한영미 공동대표의 ‘청(소)년의 일과 배움의 조건’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스타 셰프 중심의 외식업계에서 정식 요리 교육 코스를 밟지 않고 요리사가 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영국의 스타 셰프 제이미 올리버의 레스토랑 ‘피프틴’이 없었다면 말이죠. 일종의 청(소)년 요리학교 ‘영셰프’도 영국의 ‘피프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 일을 해내는 것은 생각과 아주 많이 달랐죠. 한영미 공동대표는 ‘영셰프’ 운영 3년차에 접어든 지금, 청(소)년의 일과 배움의 조건은 바로, ‘커뮤니티’라고 강조했습니다. “관용과 허용의 품을 가진 비빌 언덕 같은 커뮤니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커뮤니티는 사람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죠.
세 번째 발표는 (주)소풍가는 고양이 박진숙 대표의 ‘상호순환의 교육체계’ 이야기였습니다. (재)아름다운재단의 기부금 사업으로 하자센터에서 지난 2년 동안 ‘연금술사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경험을 토대로 성인기로의 이행을 준비하는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교육체계와 환경이 무엇인지 살펴보았습니다. 박 대표는 교육 현장으로 ‘창업’을 선택한 이유를 청(소)년들이 잃어버린 ‘생활’을 회복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지역사회 주민이 되어 창업이라는 생활수단을 통해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일과 생계유지)해나가는 경험이 곧, 생활을 꾸려나가는 힘을 키우고 나아가 미래에 대한 전망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현재 이곳은 청(소)년 이사들이 운영하는 주식회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교육의 ‘완결지점’에 도착하지 못했다고 하네요. 이곳의 행보를 지켜봐야겠습니다.
네 번째 발표는 연금술사 프로젝트 우소연 총괄매니저의 ‘서로 키워가는 청(소)년 순환창업’ 이야기였습니다. 컵케이크 매장 ‘달콤한 코끼리’를 통해 청(소)년들이 일하는 몸을 만들고, 서로를 통해 배우고 이해하는 과정이 ‘학교와 사회 진출을 이어주는 완충 역할’이었다고 말합니다. 일주일에 4번 컵케이크를 굽고, 매일 아침 프로스팅을 올리고, 커피머신과 공간을 정리하며 손님을 맞이하는 일, 매달 ‘캔들나이트 음악회’를 여는 일, 청(소)년이 다른 청년과 청소년들을 만나고 교육하는 일 등이 청(소)년의 존재에 기반한 일과 학습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생동감 있게 전달했습니다.
사례발표 후 이어진 토론은 사례가 사례로 끝나지 않고 좀 더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고 지속가능하게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성미산학교 박복선 교장은 ‘자립의 수준과 정도’에 대한 질문을 던졌답니다. 삶을 소박하게 꾸려나가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고, 동료와 마을 속에서 그 연습을 해나가기 위해 적정기술을 습득하고, 호혜적인 연결망을 형성해나가는 과제가 남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안선영 청소년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자립에 대한 어려움은 정규트랙과 비정규트랙을 넘어 모두에게 닥친 문제”라며, 이번 포럼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현장의 활동들이 정책으로 구현되기 위해 현장의 경험과 목소리가 잘 전달될 수 있는 형식과 전략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공개토론 역시 다양한 분들(청소년 당사자, 다양한 현장 전문가와 활동가, 교사들, 청소년 사업 관계자들)의 이야기가 짧지만 훈훈하게 이어졌습니다.
이번 교육포럼은 질문을 주고받으며 머리를 맞댄 채 지혜를 모으는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답’을 찾아 움직이고 진화해가는 현장들의 다양하고 생생한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청(소)년의 사회적 자립과 성인기 이행이라는 ‘현실’을 주목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다음(예컨대 다음 단계, 다음 질문, 다음 모임 등)’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이 현실에 주목한 우리 모두의 몫일 것입니다. 이 자리에서 함께 눈 맞추며 이야기 나눴던 기억이 질문을 이어나가고 현실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변화시켜 나가는 ‘작은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