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송이의 장미, 향수, 초콜릿? 뭔가를 사거나 먹는 것으로만 인식되어 있는 수많은 기념일들 속에서 매년 5월 셋째주 월요일에 돌아오는 성년의 날 역시 성년자들, 또 그들을 아끼는 주변 사람들 모두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매김이 쉽지 않습니다. 다행히도 하자마을은 매년 뜻 깊은 성년식을 열어 성년을 맞는 이들은 물론 마을 전체가 지난 스무 살의 추억을, 또는 앞으로 다가올 성년으로서의 미래를 그려보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왔습니다. 특히 지난해 우리 전통의 성년식 의례를 기반으로 열렸던 ‘성년의 날 스무고개 파티’는 외부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지난 5월 16일 오후 5시 하자센터 본관 1층 쇼케이스에서 열린 2011년 성년의 날 행사 역시 하자마을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 속에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성년자는 총 11명으로 하자작업장학교, 노리단, 연금술사 프로젝트, ‘집밖에서 유유자적’ 프로젝트 멤버 등 하자 내 청소년 그룹들이 두루 포함되었습니다. 이중 하자작업장학교의 경우는 수료생들이 대부분이라 오랜만에 하자를 찾는 의미도 깊었죠. 성년자들에게 성년의 의미를 깨우쳐 주고, 당부해 주실 주례로는 화가이신 김정헌 선생님이 초대되어 ‘우리 다 같이 나를 자유스럽게 하는 춤을 추자, 우리 다 같이 야생의 감성으로 세상을 보는 예술가가 되자’는 멋진 주례사를 선사하셨고, 이를 담은 액자에 멋지게 사인하셔서 성년자들에게 선물로 증정하셨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쇼케이스에 입장한 11명의 성년자들은 각각 그들이 초대한 멘토들에게 축복을 받으며 그들만큼이나 푸르른 꽃과 잎으로 장식한 화관을 썼습니다. 또 멘토들이 건네주는 ‘인생 첫 술잔’을 받아 고개를 돌리지 않고 마시며 지금까지의 어린 마음 대신 어른으로서의 덕을 지니겠다 다짐했습니다. 하자센터 판돌인 아키와 준이 선사한 노래도 들었고요. 성년자들은 대개 스무 살에 대해서,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 또 이 날이 성년의 날이라는 것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답니다. 그런데 이런 의례에 초대받고, 수많은 사람들이 에워싸 따뜻한 시선과 웃음을 보내는 자리에 서니,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날 성년식은 1991년생, 그러니까 물리적으로 스무 살을 맞는 이들만이 주인공은 아니었습니다. 아키와 준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지난해 하자마을 청소년들이 두루 아이디어를 내어 만든 성년식 노래를 부르며, 식이 끝난 후 허브 밥상공동체 구성원들이 주축이 되어 땀을 뻘뻘 흘리며 말아준 잔치 국수를 먹으며 다들 생각했습니다. 아련히 기억으로만 남았던 성년의 추억을 되살리는 길을,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스무 살에 대한 기대를 떠올렸습니다. 이렇게 성년의 날 스무고개 파티는 또 하나의 마을 파티로서 열리고, 저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