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기>는 하자 청소년들의 일상과 진로를 주제로 대화한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청소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으며(또는 하려고 하며) 일상을 지키고 있는지, 인터뷰이의 To do list를 함께 보며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2025년 세 번째 하고 싶은 일-기는 <하자글방>으로 하자와 연을 맺은 '하루'입니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있지만 글쓰는 일도 좋아하는 하루는 '숨통 출판사'라는 이름으로 소셜 미디어(인스타그램)에 글과 그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작업으로 먹고 살기'를 고민하고 있는 하루의 기록을 남깁니다.
- 안녕하세요.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이야기를 찾고, 단어를 모으는 정수민입니다. 인스타그램 ’숨통 출판사’ 계정을 운영하며 글을 쓰고, 제가 만든 캐릭터 ‘미정이’도 함께 그리고 있습니다. ‘정해진 것이 없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미정이는 차곡히 쌓일 하루하루를 궁금해 하는 캐릭터예요. 평소 제 삶의 태도와도 연결되는 것 같아요. 일상을 잘 운영하고 기록하며 살고 싶어요.
하루의 캐릭터 '미정이'
하루의 To do list
친한 친구들과 번갈아 우리집에서 함께 살아보기
엄마한테 나도 할 수 있는 집밥 레시피 배우기
숨통 출판사라는 이름으로 이야기가 모이는 작은 공간 만들기
‘미정의 하루’ 시리즈를 책으로 엮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펼치기
‘미정이’ 캐릭터로 상품 만들기
라디오 DJ가 되어 이야기 수집하고 공유하기
JLPT 자격증 따고 일본 독립서점들 탐방하며 글쓰기
둥글레차 글방 친구들과 함께 책 만들기
수영, 자전거 꾸준히 하기
이번 여름방학 동생에게 헬스 배우기
앉았을 때 접히는 뱃살 없애기
할머니와 엄마의 삶 기록하기
유럽 도시들에서 ‘혼자 걷기’ 시리즈 그리기
한국이 아닌 낯선 공간에서 살아보기
동물 공포증 극복하기
생활비 제한하고 절약하는 삶 살아보기
창작 활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나의 작업을 일로 만들기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랑 연애하기
멈추지 않고 쓰기, 작업을 두려워하지 않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기
- 하루는 서양화를 전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평소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평일에는 대부분 학교에 있어요. 수업 듣고 실기실에서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해요. 작업만 하는 것은 아니고 밥도 먹고 동기들과 대화도 해요. 이것저것 하다보면 훌쩍 저녁 10시가 되어 학교 문이 닫히기 전에 집에 돌아오는 것이 일과입니다. 주말에는 마포중앙도서관에 가거나 평일보다 조용한 실기실에서 시간을 보내요. 저녁에는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요.
- 취미나 좋아하는 일이 있나요?
요즘은 따릉이를 자주 타요.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운동량이 부족하거든요. ‘누가 내 척추 훔쳐 갔나?’ 생각이 들 만큼 코어가 망가지고 있구나 느꼈어요. 농담할 수 있을 때 운동하자고 결심하고, 등하교 길에 자전거를 타고 있습니다. 오후 수업만 있을 때는 아침에 한강을 가기도 해요.
✔ To do list : 엄마한테 나도 할 수 있는 집밥 레시피 배우기
자취한지 햇수로 5년이 되었는데도 요리를 못해요. 올해는 엄마가 서울로 이사 오시니 옆에서 집밥 레시피를 배우고 싶어요. 가장 배우고 싶은 메뉴는 닭볶음탕입니다.
✔ To do list : 할머니와 엄마의 삶 기록하기
일상을 기록하다 보면 엄마와 할머니가 자주 등장해요. 최근에 쓴 글도 엄마와 여수 여행을 다녀와서 적은 것이었어요. 엄마에게 그 글을 보여드렸는데 재밌게 읽으셨는지, 본인이 쓴 버전도 보내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엄마가 직접 쓸 수도 있구나 당연한 사실을 새로 깨닫기도 했어요. 제 글을 보고 항상 칭찬만큼 피드백을 주기도 하셔서 엄마의 글이 궁금했는데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죠. (웃음)
엄마와 할머니에 관한 하루의 글
- 미술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아이디어 내고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고등학생 때 아빠에게 미술대학에 가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반대하셨어요. 결국 성적 맞춰서 경영학과에 진학했는데요. 경영학과 공부가 너무 재미 없었어요. 수업은 안 듣고 학생회에 들어가 학교 마스코트만 그리다가 그림을 더 잘 그리고 싶어서 미술학원에 다니게 됐어요. 직접 해보니 미술이라는 게 대단하고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제가 하고 싶은 것이 명확히 보였죠. 지금은 잘 안 보이지만요. (웃음)
- 스무 살 이후에 시작한 거군요. 지금은 왜 안 맞는다고 생각하세요?
제 생각엔 괜한 걱정이 많아서 그런 거 같아요. 빨리 멋있는 걸 하고 싶은 욕심이 앞서기도 하고요. (멋있는 게 뭐예요?) 그러니까요….
하루의 작품
- 그럼 하루는 어떤 일을 하고 싶어요?
요즘은 글 쓰는 일이 가장 재밌는 것 같아요. 사람들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일, 글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요.
✔ To do list : 둥글레차 글방 친구들과 함께 책 만들기
‘둥글레차’는 작년 하자글방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한 달에 한 번 모여서 돌아가면서 정한 주제로 글을 쓰는 모임이에요. 저는 글 쓰는 동료를 만난 게 처음이고 너무 좋아서 계속 잘 지내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 인스타그램에서 ‘숨통 출판사(@soom_tong)’라는 계정을 운영하고 있어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입시할 때 ‘미정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입시미술보다 미정이 그리는 게 더 재밌는 거예요. 하나씩 그려서 글과 함께 올리다 보니 더 잘해보고 싶었어요. 공개된 곳에 올리니까 실력도 좋아지는 것 같아서 계속 해 온 것 같아요. 가끔 친구들이 재밌게 읽고 있다고 말해주거나 감상평을 보내주기도 할 때 ‘누군가가 읽고 있구나’ 생각이 들어서 열심히 쓰게 돼요.
✔ To do list : 숨통 출판사라는 이름으로 이야기가 모이는 작은 공간 만들기
이름 붙여서 온라인에 게시하는 것 까지는 쉬웠지만 그 이상은 어렵잖아요. 어려워도 실제 공간이 되는 걸 최종 목표로 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공개된 공간이라기보다는 편하고 넓게 작업할 수 있는 나만의 회사 같은 공간을 상상하는 것 같아요.
✔ To do list : ‘미정이’ 캐릭터로 상품 만들기
서일페(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같은 곳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했는데 시도는 아직 못했어요. 이모티콘도 만들어 봤는데 (심사에서) 떨어졌어요…. 어렵더라고요.
- 하루의 롤모델이 있을까요?
다작하는 작가들 있잖아요. 많이 쓰는 작가들처럼 작업하고 싶어요. 학교 친구들만 봐도 무엇을 많이 하면 설득이 되는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처음엔 ‘쟤 뭐하지?’ 싶다가도 계속 이어지면 그 안에서 재밌는 게 보였던 때가 많아요.
- 하루가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랑 잘 지내고 싶은 사람? 질문을 받으니까 딱 생각이 났어요. 그래도 혼자 있는 것보다 누군가와 있을 때가 더 재밌는 것 같고 그 사람도 저랑 있을 때 재밌으면 같이 즐거운 것 같아요. 제가 하는 것(숨통 출판사)도 누군가 봐주고 느낀 걸 말해줄 때 혼자서 작업하는 시간을 더 잘 보내고 싶어지기도 해요. 그런 것들이 일상의 힘이 돼요.
- 요즘 하는 고민이 있어요?
진로 고민이 제일 큰 것 같아요. ‘알바가 아닌 방법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하고 작업도 제대로 안 하고 있을 때는, 사실 그런 날도 있을 수 있는 건데, ‘어쩌려고 이럴까’하는 생각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 To do list : 창작 활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나의 작업을 일로 만들기
최종 목표예요.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지내고 있죠.
✔ To do list : 멈추지 않고 쓰기, 작업을 두려워하지 않기
요즘은 작업을 재밌게 못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재밌게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 진로나 미래와 관련해서 또래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같이 나누고 싶어요. 그런 말 있잖아요. ‘그냥 하는 거지 무슨 생각을 하냐’고. 근데 그게 안 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어떤 마음으로 무언가를 하거나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