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 뉴미디어 인턴 산다화입니다.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 인터뷰 시리즈에서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기후위기가 어떤 감정과 감각을 주는지, 어떻게 기후우울에 빠지지 않고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며 살아내고 있는지 각자의 이야기를 모아 전하고자 합니다. 기후위기 관련 작업을 해온 하자 출신의 예술가, 혹은 관련 활동을 하거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청소년 당사자들의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인터뷰이는 청소년 비건 작가 애리입니다. <비건 with 매점>이라는 독립출판물을 펴낸 애리 작가는 매일 직접 비건 도시락을 싸서 등교하는 고등학생이기도 합니다. 책에서는 비거니즘을 ‘모든 동물의 삶을 존중하고 모든 동물의 착취에 반대하는 삶에 대한 가치관’이라고 설명하며 다양한 비건 레시피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의 미식은 어떠해야 할까요? 애리의 소설 속에는 작은 마녀가 학교의 매점에서 맛있고 재밌는 비건 음식을 판매하며 펼쳐지는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소설을 읽으며 ‘기후미식’이란 단어가 떠올랐답니다. ‘기후미식’이라는 단어도 새로 생겼지요. 기후미식은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면서 즐길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접대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지구와 생명, 인류에 책임감 있는 음식을 소비하고자 하는 것이죠. 저 또한 환경과 동물들을 위해 비건지향을 시작한지 8년차가 된 이로써, 어떤 방식으로 기후위기와 비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야 할지 항상 고민하는데요. 쉽고 재미있는 소설로서 비거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애리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비건을 지향하는 10대 고등학생 작가 애리입니다. 첫 독립출판물로 <비건 with 매점>이란 소설을 창작했어요.
어떻게 이번 인터뷰 참여 신청을 하게 되셨나요? 하자센터는 독립출판 강의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고, 친환경 디자인 특강도 들었어요. 인스타그램에 다양한 청소년 활동들이 올라와서 팔로우해뒀는데, 평소 관심 있던 기후위기 관련 게시글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바로 신청하게 됐어요!
애리님에게 ‘기후위기’는 어떤 감각과 감정을 주나요? 기후위기를 실감하는 순간은 언제인지도 궁금합니다.
기후위기에 대해 생각하면 심장이 두근거려요. 제가 고3이라 살아온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지만, 그래도 변화는 확실히 느껴져요. 주변 친구들이 다 수능 준비하느라 바쁜데, 예전 뉴스에서 보던 것보다 겨울이 늦게 오는 것 같고, 오늘도 예전보다 덜 추워서 이상하더라고요. 지금은 수능 한파라는 말이 익숙하지만,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 수능을 볼 때쯤엔 그런 단어 자체가 아예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후위기가 훨씬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아요.
언제부터 비거니즘을 지향하기 시작하셨는지, 그 계기와 과정이 궁금해요!
비건을 지향하기로 마음먹은 건 고등학교 1학년 마지막 기말고사 기간이었어요. 시험 준비에 지쳐 도서관에 들렀다가 우연히 비거니즘 만화책을 발견했어요. 그냥 가볍게 읽으려 했는데, 몰랐던 이야기가 가득해서 너무 몰입하게 된 거예요. 결국 시험 공부는 잠시 미뤄두고, 책을 집에 빌려와 따뜻한 이불 속에서 끝까지 읽었어요. 문득 제가 덮고 있던 이불조차도 고통 속에서 만들어졌을 수 있다는 생각이 스쳤어요. 그 기억이 아직도 강렬하고 충격적으로 남아있어요. 그때부터, 환경과 동물을 생각하며 비건을 지향하는 삶을 시작하게 됐고, 요즘은 제 건강과 인권까지도 생각하며 실천을 이어가고 있어요.
학교 생활을 하면서 비건을 실천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어떤 방식으로 일상에서 실천을 이어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학교 급식에서 채식 옵션이 없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처음에는 급식을 그냥 안 먹고 버티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조리김을 챙겨 와서 밥이랑 먹기 시작했죠. 나중에는 비건 고추장을 가져와서 나물이랑 섞어 즉석 비빔밥으로 해결하기도 했어요. 요즘은 아예 직접 비건 도시락을 싸 다니고 있어요. 오늘 메뉴는 비건 김치 스팸 볶음밥이었는데, 오늘따라 학교 급식이 맛이 없어서 친구들이 저를 부러워 하더라구요. 이런 일들이 꽤 자주 있어요! 학교에서 환경 교육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3학년 때 환경과목이 생겨서 기대했는데, 그냥 자율학습 시간 주시고 교과목 공부하라고 하셔서 정말 실망했어요. 수행평가 때만 급하게 환경문제에 대해 발표하고 그걸로 성적을 주는 식이라서 아쉬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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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님이 쓴 소설 <비건 with 매점>은 어떤 내용인지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비건 with 매점>은 플레이어가 모바일 게임 '비건 with 매점'을 플레이하며 고등학교 안팎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현대 판타지 중단편 소설이에요. 완전무결한 비거니즘을 지키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그 가치를 추구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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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거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의 형태로 담아 독립출판물로 내신 것이 인상 깊었어요. 소설을 쓰고자 하셨던 계기가 있을까요?
제가 소설을 선택한 이유는 사람들이 비건을 멀게 느끼지 않도록, 일상의 친근한 이야기로 다가가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특히 애정하는 비건 요리들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면, 더 많은 사람들이 비건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코로나 시기에 학교에 매점이 없어져서, 우리 학교에 매점이 있다면 어떨까? 비건 음식을 파는 매점이 있으면 재밌겠다는 상상을 하며 쓰기 시작했어요. 기억에 남는 독자분의 반응이 있다면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비건을 지향해서 직장에 도시락을 싸다니시는 회사원 독자분께 장문의 응원메세지가 온 적이 있어요. 그 메세지를 읽고 힘을 많이 받아서 자랑하며 다니는 중이랍니다.(웃음) 제 1호 팬이세요!
기후위기나 비건 문제를 다룬 작품 중에, 도움이 되거나 힘이 되었던 작품이 있다면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정말 많지만, 제가 비건 지향을 시작하게 만들어준 보선 작가님의 <나의 비거니즘 만화>를 추천하고 싶어요. 무겁고 어두울 수 있는 이야기를 단순한 만화 형식으로 담담하게 풀어낸 작품입니다. 보선 작가님만의 색깔로 희망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마음에 깊이 와닿아서, 꼭 추천드리고 싶은 책이에요.
‘기후우울’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거대한 문제들을 지켜보다보면 지치고 우울해지는 순간도 있는데요. 애리님은 그런 순간들을 어떻게 이겨내시나요?
기후위기나 동물권 문제를 깊이 생각하다 보면 아무래도 심각하고 어려운 문제다 보니, 지치고 우울해질 때가 많아요. 그럴 때 큰 힘이 되었던 건, 기후 정신과전문의 연합의 대표이신 로빈 쿠퍼 박사님 인터뷰 중 "기후 고통을 느낀다는 건 환경과 삶을 사랑한다는 뜻"이라는 말씀이었어요. 슬퍼하고 애통해하는 감정도 우리가 충분히 느껴야 하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됐죠. 그리고 이 슬픔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걸 기억하면서 마음을 다잡아요. 무엇보다, 이런 고민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 큰 위로가 되고, 그런 분들과 같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큰 희망이 돼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고민, 해보고 싶으신 활동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기후 우울에 대해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한동안 혼자 외롭고 힘들었는데,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느끼면서 정말 많이 나아졌거든요.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하다 보면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고, 그 자체로도 큰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인터뷰 자리를 통해서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것이 정말 소중해요.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있으실까요?
이 인터뷰를 보고 계신 분들은 아마도 기후위기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겠죠. 기후위기 앞에서 느끼는 불안이나 우울은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감정이니, 혼자서만 끌어안지 않으셨으면 해요. 주변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면서 서로의 힘이 되어주면 좋겠어요. 작은 실천이라도 의미가 있고, 함께라면 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