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9일, 문제없는 스튜디오 에디터 나연과 라코가 ‘디지털 환경과 아동 삶의질 국제심포지엄(공동주최: 세이브더칠드런, 서울대학교사회복지연구소)’의 3부 토론자로 참여했습니다.
1부 기조강연에서는 Sonia Livingstone 교수가 ‘디지털 환경 속 아동권리 보장을 위한 유럽의 대응’에 대해 발제하였고, 2부 발표에서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아동 삶의 질 현황과 경험’에 대한 양적-질적 결과를 각각 유조안(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안재진(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진행해주셨습니다.
3부는 강연과 발표에 대한 토론문으로서, 각 분야의 멋진 분들과 함께 아동청소년 당사자로서 이번 심포지엄에 문제없는 스튜디오 에디터들도 참여했습니다. 아래는 청소년 에디터들이 직접 작성하고 발표한 3부 토론문과 현장 사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김나연입니다. 먼저 아동의 미디어 사용과 삶의 질에 관하여 토론하는 자리에 함께 하게 되어서 매우 영광입니다. 근래 몇 년간 아동들은 인터넷, 특히 소셜 미디어에 접근할 수 있는 장벽이 매우 낮았으며 자신의 영상이나 사진을 여러 SNS에 올려 자신의 모습과 순간을 기록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아동 또한 많아졌습니다. 저는 SNS 영상의 댓글창에서 어린 아동을 칭찬하는 척 조롱하는 사람들, 그것을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순수한 아동들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요. 저는 묻고 싶습니다. 아동은 디지털 환경에서 개인정보와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받고 있나요? 저는 아동이 디지털 환경에서 충분한 안전을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첫 번째, 미디어 내에서 아동이 안전한 세상을 위하여 잊힐 권리 관련 제도를 확대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잊힐 권리란 소셜 미디어나 포털 게시판에 올린 게시글을 지워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저는 잊힐 권리를 통해 개인들이 원하지 않는 과거기록을 삭제함으로써 개인들, 특히 아동청소년들을 보호하는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만 24살 이하 국민 누구든지 만 18세 미만 시절의 개인정보를 포함한 게시글을 삭제 요청하면 지워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저는 이 제도의 시행 확대를 요청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써 인터넷에 업로드한 소설 또는 시, 그림 등 창작물도 개인정보는 들어있지 않지만 지우길 희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확대된 제도를 아동 출연 TV 프로그램 등에서도 적용하고 나이 제한 또한 없애거나 늘려 시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지역 방송국에서 제작한 짧은 영상의 배우가 되어 유튜브에 영상이 올라간 적이 있는데요. 영상 제작 과정에서 어른들과 다른 아동들이 참여하였다는 이유 때문에 배우를 하기 싫었고 영상이 올라간 후에도 영상 삭제 요청을 하고 싶었음에도 부담이 커 말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아동들은 비청소년과의 관계,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뭔가를 명확히 요청하거나 어른들의 부탁에 대해 쉽게 거절하기 힘든 위치에 있음을 느꼈고, 이러한 얘기를 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아동들을 음란물 광고로부터 지켜주세요. 우리는 뉴스 기사를 읽거나 또는 페이스북, 유튜브에 들어가기만 해도 성인 웹툰 등을 읽을 수 있는 불법 사이트의 광고가 뜨는데, 이들은 직접적으로 음란물이라고 표시되어있진 않지만 삽화나 포함된 글자, 제목 등이 음란물인 것을 알 수 있게 합니다. 이런 부적절한 광고는 청소년이 단순한 호기심에 음란물을 쉽게 접하고, 성인물 자체의 자극적이고 중독적인 특성으로 아동들을 음란물 이용 굴레에 빠져들게 해 문제를 초래합니다. 이들은 아동들에게 부정적인 성 관념을 가지게 하고 잘못된 인식과 정보를 심어주기도 합니다. 또 다른 문제는 적지않은 아동청소년들이 이미 불법 사이트를 통해 성인물을 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성인 인증이 있어도 부모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거짓으로 인증하는 등 웹 이용에 능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은 마음만 먹으면 유해매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음란물 광고를 아동의 휴대폰에서 뜨지 못하게 원천을 봉쇄하고 아동청소년에게 보여졌을 때 문제가 있는 광고들을 쉽고 빠르게 신고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환경에 노출된 아동청소년들이 왜곡된 성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성인지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충분한 교육과 프로그램이 교과과정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동들이 흥미를 가지고 집중하며 교육을 들을 수 있도록 정보가 부족한 영상형 또는 교과시간에 하는 교육이 아닌 전문가의 체험형 교육을 정부에서 지원해 진행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문제없는 스튜디오 에디터 라코라고 합니다. 이어서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스마트폰을 초등학교 4학년 때 부모님이 사주셔서 별다른 교육 없이 사용하기 시작했는데요. sns를 한다거나 유튜브를 시청하거나 게임을 밤 늦게까지 해 시력이 조금씩 나빠지는 등 다른 아동청소년들과 별반 다를 것 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유튜브 시청시간이었는데요. 처음에는 제가 관심 있는 것, 구독한 유튜버만 찾아보니 그렇게 오래 보지 않았는데, 어느 때부터 이것저것 다 보며 하교 후 방 안에서 유튜브만 주구장창 보았던 적도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막으려는 부모님과 보려는 저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도 했으며 한 번 스마트폰이 부서진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전 왜 이렇게까지 부모님이 절 막아서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유튜브 시청의 재미와 반항심이 합쳐져 더욱 더 스마트폰에 빠져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 시기엔 디지털관련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않은 상태에서 강제적인 통제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듯 합니다. 충분히 납득할 시간적 여유나 이유가 부재할 경우 결과는 순응이 아닌 반항입니다. 따라서 이 나이 때에는 아이와 오래 만나고 가까이 있는 보호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호자는 인터넷을 포함한 디지털 기기에 대한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자녀에게 정확히 알려준 후 올바른 사용 목적을 정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합니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이 보호자가 어떻게 디지털을 다루는지도 아동청소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아동청소년 외에도 보호자 대상의 디지털 관련 교육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기는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미래의 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같은 일련의 질문들을 스스로 하며 자아정체감을 형성하는 결정적인 시기라고 합니다. 이때가 아동기에서 성인기로 옮겨가는 과도기이며, 급격한 신체적 변화와 성적인 성숙, 진학, 진로, 이성문제 등 수많은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하는 때이기 때문이죠. 많은 한국의 청소년들은 어려서부터 입시로 자신의 정체성을 충분히 탐색하지도 못해 혼란을 겪고, 이에 따른 불안을 떨치기 위해 디지털을 과다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청소년의 마음이 디지털기기의 사용방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시기임을 전제로 사회 구성원들의 충분한 고민과 세심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나라 13~24세 청소년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 직업-공부라고 합니다. 저 또한 진로가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왜 대학을 가기위해 공부를 해야하는지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채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친구관계, 미래에 대한 생각 등으로 마음이 심란했고 하기싫은 공부를 해야하는 상황에 대한 도피처로 숏폼 등 영상물에 지나치게 빠지기도 했습니다. 불확실하고 불안한 상황에서 꾸준히 또 엄청난 노력을 요구하는 공부와, 즉각적인 자극과 스트레스 해소를 해주는 스마트폰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에서 후자를 고르는 것은 너무도 매력적이고 쉬웠습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오랜 기간동안 노력해서 얻는 보상과 비슷한 정도의 즐거움을 바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또 고학년이되며 부모님의 주의가 시들해지고 ‘고등학생인데 알아서 잘하겠지~’ 같은 분위기가 된 후에는 고삐 풀린 말처럼 시간을 허투루 보내기도 했습니다. 공부를 해야할 시간에 스마트폰만 부여잡고있는 제 자신이 스스로 부끄럽게 느껴져 주변 사람들에게 제가 어느 정도로 스마트폰에 빠져있는지 말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직접 청소년상담 1388에 전화를 해봤을 때 상담이 바로 이뤄지긴 하나 디지털중독관련문제에서는 기본적이고 이론적인 해결책만 제시될 뿐 현실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상담을 받으려면 3주 가량 기다려야했는데 그동안 ’나 정도면 중독은 아니지 않을까?’ ‘남들도 다 이정도하며 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며 상담을 받으려했던 절실함은 사라지고 괜찮아진 척 받지 않기도 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 이유로 스스로 디지털기기에 의존한다고 느껴도 주변에 도움을 청할 곳이 없어서, 자제심이 부족한 나의 잘못이라고 자책하며 고통스러워하는 청소년들이 있을 겁니다. 따라서 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 사회적으로도 이해하고 배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먼저 청소년들이 도움을 요청하기 쉽도록 청소년전화 1388을 예시로 접근성이 높은 카톡 등 SNS를 통해 디지털리터러시 관련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상담사와 연결될 수 있는 경로가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으론 대면상담이 이뤄질 수 있으면 합니다. 디지털기기중독은 다양한 원인들로부터 생겨났기 때문에 통합적 상담이 필요하며, 대면상담 중엔 환경적으로 중독대상인 디지털기기와 분리되어 자연스럽게 의존도를 낮추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아동청소년이 자기조절력을 갖추려면 자기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과정을 지나야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글을 책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요. 상담 과정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조언을 들으며 앞서 언급한 청소년으로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아정체감을 형성하는데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청소년들이 디지털 환경과 관련해서 참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아동청소년들은 주변 비슷한 나이대의 친구들과 교류하며 배우고 성장합니다. 디지털은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부정적으로도, 그리고 긍정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한 측면만 부각해 이렇다 저렇다 조치를 논의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환경에서 디지털을 사용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각자 가진 생각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아진다면 마치 샐러드볼 문화처럼 서로 디지털에 대한 다채로운 관점을 보다 조화롭게 나누고 인정하며 발전을 이루어나갈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