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진로 러닝 크루는 내일의 내 일을 상상하면서 ‘영감 탐색 + 멘토 취재 + 미래진로 프로젝트’ 활동을 하는 청소년 그룹입니다. 러닝 크루 2기는 두 번째 활동으로 각자 관심 있는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멘토를 만나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미래의 내 일에 대해 상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죽돌들이 선정한 멘토(만화가, 비건카페 대표, 심리상담 유튜버, 건축가)와 나눈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24살은 청소년으로서 마지막 나이이다. 그렇기에 진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나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청소년이 아닌 어른으로 살아야 할 것 같은 부담감과 취업 문제로 힘들었던 나는 우연히 나와 같은 나이에 남현동에 비건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사장님 ‘지현’을 만나게 되었다. 청소년과 환경, 특히 비건에 관심이 많았기에 지현이 어떤 사람인지, 어쩌다 이 직업을 가지게 되었는지 궁금했고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후기 청소년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느껴 인터뷰를 부탁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4살 유지현입니다. 전주에서 살다가 대학을 위해 경기로 올라왔고 이후에는 스타일리스트를 꿈꾸며 서울로 거처를 옮기게 되었어요. 현재는 서울 남현동에서 비건 카페 ‘휘게라이프’를 운영 중입니다.
비건 카페 ‘휘게라이프’ 사장 지현
처음에는 스타일리스트를 꿈꾸며 서울로 오시게 된 거에요?
네 처음에는 그랬어요. 고시원에 2개월 정도 살다가 원룸을 얻어 21살부터 쭉 서울에서 살고 있어요.
‘휘게라이프’는 어떤 공간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학교에 재학하던 시절 밤 늦게 집으로 돌아가는데 밤길이 무섭다기보다는 피곤해 보이는 직장인들이 안쓰럽다는 감정이 먼저 들더라고요. 이런 문제는 대한민국 사회의 문제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카페를 차려서 그런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사당역이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는 곳이잖아요. 휘게라이프는 사당역 중심가가 아닌 조금 더 들어와야 하는 곳에 있어요. (웃음) 그래서 사당역을 거쳐 이동하시는 분들 보다는 근처에 자취 중이신 1인 가구 직장인 분들이 많이 방문해주세요.
처음 기획했던 건 독서 위주의 카페였어요. 카페에 자유롭게 책을 배치하고 독서 위주의 공간을 만들어 사람들이 더 편하게 쉴 수 있게 하고 싶었죠. 제가 꽂아둔 책을 손님분들이 즐겁게 읽으시는 것 같아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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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게라이프 공간
초반에는 공간이 주는 힘을 원해서 카페를 차려야겠다고 생각하신 건가요?
맞아요. 그래서 카페를 차려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휘게라이프는 쉴 수 있는 공간, 한 마디로 공간이 주는 힘을 느낄 수 있는 카페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
'비건’ 카페를 운영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하고 싶은 건 무조건 해야 하는 성격이에요. (웃음) 카페를 차리고 싶어 오픈 준비를 하던 중 ‘아무튼 비건’이라는 책을 읽고 동물 착취의 구조를 알게 되어 충격을 받았어요. 우유, 달걀, 버터 등이 생산되는 구조를 알고 나니 누군가의 고통의 결과물을 매일 같이 쓰면서 돈을 벌 것이라는 생각에 심적으로 힘들더라고요. 비건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안 좋으니까 개선하고 싶은 오만한 마음(?)도 있었고요. 요리도 좋아하니까 ‘내가 맛있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비건 카페를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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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게라이프에서 판매 중인 비건 디저트들
그런 이유로 휘게라이프가 비건 카페가 된 거군요. 그렇게 결심하고 실행하기까지 절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음, 후회가 있으면서도 없어요. 말이 조금 웃기긴 하죠? (웃음) 비건인데도 맛있다고 말씀해주실 때 참 많이 행복해요. 비건 카페인지 모르고 오시는 분들도 계세요. 2~3번 오셨던 분들도 나중 돼서야 ‘여기 비건 카페에요?’하고 물어봐주시기도 하고요. 카페를 방문해주시는 손님분들 모두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미래를 이끌어나갈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의 일상 속에 비건이 스며든 것 같아서 그럴 때 많이 뿌듯하죠. 비건이 뭔가 유난이라기 보다는 친절하고 먹고 속이 편한 디저트라고 기억될 수 있는 것 같아서요. 기존에 비건인 분들께는 이런 비건 카페가 또 하나 더 생긴 느낌 한국에는 비건 카페가 많이 없으니까 더 반가워해주시는 것 같아요.
맞아요 휘게라이프는 비건 옵션 카페가 아니라 전부 비건인 올비건 카페니까요
네. 그래서 많이 뿌듯함을 느껴요. 사실 개업 전, 주변에서 비건 카페가 아닌 비건 옵션이 있는 카페를 하는 게 어떠냐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가끔 힘들 때는 비건 옵션 카페로 할 걸 그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만족하고 있어요.
주변 사람들의 권유에도 비건 옵션이 아닌 비건 카페를 하시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가요?
음, 그냥 그러고 싶어서요. (웃음) 큰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라 동물을 착취하는 것보다는 내가 좀 더 손해를 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카페를 비하할 의도는 아니지만 비건 카페라고 했는데 비건 메뉴는 한 두 개 있으면 비건이 아닌데도 심적으로 그렇더라고요. ‘아, 이것도 감지덕지해야 하나.’ 하고요. 제 카페에 오는 손님들이 그런 마음을 느끼지 않았으면, 그런 마음이 컸어요.
저도 페스코 채식, 되도록 비건으로 먹으려고 하는 사람인지라 공감이 많이 가는 것 같아요. 카페를 운영하며 가끔 힘들 때도 있다고 하셨는데 혹시 어떤 부분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어려움이 있다면 수익적인 부분인 것 같아요. 물론 비건으로도 맛있는 걸 만들 수는 있는데 크림치즈 같은 구체적인 식감을 구현하기 어렵거나 가능하기는 해도 재료비가 너무 많이 들어 단가가 맞지 않아서 메뉴로 만들기가 어렵더라고요. 휘게라이프는 편하게 갈 수 있는 동네카페 느낌이라 높은 가격으로 책정하기도 힘들고요. 비건이 아니신 분들에게 ‘비건은 비싸다.’라는 이미지를 심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요. 쉽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논비건이고 납품 받기도 어려워 제가 직접 만들어서 디저트를 구성해야 해서 메뉴 부분이 고민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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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게라이프의 디저트들.
지현의 새로운 시도 덕분에 다양한 비건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카페를 운영하려면 공간도 알아보고 계약도 해야 했을텐데 사실 전 지현님이랑 동갑인데도 상상이 잘 안 가거든요. 카페 운영을 준비했던 과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운영 초반에는 부모님의 손을 빌리는 등 재정적 난관이 있기도 했지만 그래도 운영하기 전 준비과정이 더 어려웠던 거 같아요.(웃음) 일단 24살이면 아직 청소년인데 제 명의로 계약을 한다는 게 심적인 부담이 되기도 하고 사기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하기도 하더라고요. 이중비용을 내지 않기 위해 시공일자나 관련 법들을 꼼꼼히 알아보느라 힘들기도 했고요,
또 재정적인 문제로 시공일자가 많이 촉박했는데 그때 친구들이 많이 도와줬죠. 냉장고도 옮겨주고 함께 의자도 조립하고 인테리어에 어울릴 것 같은 소품들을 선물로 주기도 하고요. 사진에 감각적인 친구들은 어떻게 하면 공간과 메뉴를 더 잘 찍을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주기도 했어요. 사실 직장인이 퇴근하고 집 근처가 아닌 곳에 오기가 어려운데 제 친구들은 언제나 제 일을 자신의 일처럼 함께해줬어요. 그런 도움의 순간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신기했던 인연도 있었어요. 제가 업체를 알아보던 중 커피 박람회를 방문해 헬카트테일즈라는 업체의 제품을 쓰려고 제품도 살펴보고 직원분이랑 대화도 나눴거든요. 그때 설명해주신 직원분이 휘게라이프 근처에서 거주하셔서 나중에 개업하면 오시겠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실제로 방문해주셨어요. 그런 순간들도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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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게라이프 시공 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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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을 도와준 지현의 친구들. 직접 칠을 하고 냉장고를 옮기는 모습이다.
‘휘게라이프’만의 차별성 혹은 장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바로 나, 사장님인 제가 차별성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웃음) 초반에는 비건 카페라는 게 가장 큰 차별성이고 제 서비스적인 부분은 덤이라고 생각했어요. 친절한 공간에 가면 기분이 좋잖아요. 물론 비건 카페라서 찾아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친절함에 재방문해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사장님이 있어서 온다라고 말씀해주실 때마다 감사해요. 휘게라이프는 제가 만든 공간 같다고, 저랑 어울리는 공간이라는 말씀도 해주시고요. 그럴 때마다 내가 있어 손님들이 휘게라이프를 찾아주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손님분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하고 맛있는 디저트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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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어울리는 공간’이라는 말이 의미가 컸을 것 같아요. 그런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기분이 어떠셨을지 궁금합니다.
사실 초반에는 휘게라이프의 공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손님분들께 공간과 닮았다는 말도 듣고 시간이 지나 애착이 생기다 보니 내가 공간과 닮아있나? 생각도 들고 공간과 저를 밝게 느껴주시는 손님들에 감사한 마음이 큰 것 같아요.
여름의 휘게라이프 모습. 다정하고 따뜻한 분위기다.
역량
카페를 혼자 운영하고 있는데 카페를 운영할 때 필요한 것(역량)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중요한 건 체력과 대처능력인 것 같아요. 혼자 운영해서 손님들이 몰릴 때는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더라고요. 사실 손님 입장에서는 없는 시간 쪼개서 왔기 때문에 메뉴가 빨리 나오길 바랄 수 밖에 없고 그걸 알기에 기다리시는 시간이 10분 이상만 넘어가도 죄송하더라고요. 그래서 여유로움을 지향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 거 같아요.
대처능력도 중요함을 많이 느꼈어요. 예를 들어 커피 진하게 주세요, 연하게 주세요 같이 손님마다 주문이 다를 수 있으니까요. 이런 상황에 대처하려면 커피나 서비스 부분에 대한 공부도 해야 해서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직 청소년 시기인 24살에 이른 사회생활(자영업)을 시작했는데 그 이유와 어려움은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사실... 저는 청소년기에 카페를 시작하는 걸 비추천해요. 경제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현실을 무시하기 어려운 거 같아요. 사실 어느 정도 사회 생활을 하며 자금을 모아둔 경우가 아니면 카페 운영 중 급전이 필요할 때 어려움이 발생할 수도 있고요. 카페를 열고 싶다면 유명한 브루잉 카페 멤버로 일하며 커피와 카페 운영에 대한 공부를 해서 자신만의 카페를 운영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노력과 도전
앞으로의 목표, 혹은 도전해보고 싶으신 게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휘게라이프 사장으로서는 독서모임을 진행하고 싶어요. 10명의 손님들이 매주 월요일에 만나 책을 읽는 거죠. 저는 많은 사람들이 좋은 책을 읽는 게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책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기도 하고 배울 수도 있죠. 휘게라이프에서 그런 활동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조금 쑥스럽지만 저는 영향력있는 사람이 되어서 현대사회의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삶을 만들고 싶거든요.
사람 유지현으로서는 ‘서울이나 경기도에 살고 싶다.’인 것 같아요. 지방은 비교적 서울과 경기에 비해 일자리가 부족하고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장소가 부족하다고 생각하 거든요. 저는 문화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곳에서 저만의 집을 가지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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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게라이프 독서 모임
나와 동갑인 그녀는 자신이 만들어가고 싶은 세상이 있었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모든 대답이 명쾌했다. 무엇이든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행복을 만들어갈 수 있겠구나 깨달았다. 자신만의 길을 달려나가는 청소년 지현, 그리고 휘게라이프를 응원하게 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