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기>는 하자 청소년들의 일상과 진로를 주제로 대화한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청소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으며(또는 하려고 하며) 일상을 지키고 있는지, 그들의 To do list 를 함께 보며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2023년 세 번째 일-기는 10대 중반 하자에 처음 와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현재는 어린이 작업장(모아모아랩)에서 보조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시원의 기록입니다.
-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저는 시원이고요. 나이는 스물두 살, 02년생입니다. 요즘은 제가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1학기에 되게 많은 활동을 했어요. 그래서 책을 만들고 그림 그리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시원의 To do list
해온 일들 - 활동과 도전
하자에서 10대 보내기(시유공, 10대연구소)
북아트 배우기
대학교 가서 배우고 싶은 공부 하기 (홍대 예술학과)
듣고 싶은 미대 타과 수업들 다 들어보기 (드로잉, 컴퓨터그래픽스 입문, 아티스트북, 기초판화기법)
사진 동아리 활동, 동아리 정기 전시 기획하기
파주 출판도시 서포터즈 활동하며 책 만드는 사람들 만나고 이야기 나누기
마포 동네책방 드로잉 아카이빙 프로젝트 참여하기(마포문화재단)
하자로 돌아오기(어린이 작업장 보조 강사로!!)
새 도감 만들기
리틀프레스페어 나가기
미술관 도슨트 활동하기 (아트선재센터)
인스타그램 작업 계정 만들고 꾸준히 관리하기
해온 일들 - 태도와 습관
스케치북 내가 제본해서 쓰기 (내가 좋아하는 종이들로 만드는 하나뿐인 스케치북. 어디든 들고 다니면 든든하다.)
자투리 종이에 그림 그리기
카메라 들고 산책하며 동네 찍기
일기 쓰기 / 생각 기록하기
나의 연례 행사 만들기 :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그린 연말 카드에 쓴 편지 나눔하기
앞으로 할 일들 - 활동과 도전
미대 소모임 전시 기획하기, 작품 제작하기
휴학하기
독립출판으로 ‘시원 글, 그림’ 책 내기
내 책 들고 '퍼블리셔스 테이블' or '언리미티드 에디션' 나가기(북페어)
인디자인 배우기
복수전공, 교환학생, 대학원 등에 대한 고민과 결정
친구들과 유럽 여행
혼자서 여행하기
앞으로 할 일들 - 태도와 습관
'나는 뭐가 될까?' 하는 걱정보다는 지금 내 마음이 가는 일들을 찾아가기
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나는 한시도 나를 가만히 쉬게 두지 않는다..!)
내 글을 사람들과 나누기 (글쓰기 모임이어도 좋고, 블로그도 좋고, 아니면 책?)
가끔은 우울한 기분도 다른 사람과 나눠 보기
살아있는 말을 하는 사람이 되기
- 현재 예술학과에 재학 중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예술학은 어떤 학문인가요?
저도 3년째 다니고서야 이제 알게 되었는데요. 저희 과는 예술학, 미학, 미술사 3개 분야로 나뉘어요. 먼저 예술학은 전시 기획 등 예술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보통 비평이나 동시대적인 일들을 많이 해요. 미학은 철학적으로 예술을 바라보는 일인데 영화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미술사는 말 그대로 미술사에 대한 것인데 요즘 (관련 수업을) 많이 듣고 있어요. 교수님들이 자꾸 대학원에 오라고..(웃음) 힘든 분야라고 합니다.
- 그중에 가장 관심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3개 모두 관심 있지만 미술사에 더 관심 있는 것 같아요. 처음 이 과에 올 때 가장 좋아했던 게 미술사이기도 하고 제가 예술학과지만 이론 말고 창작에도 관심이 많거든요. 그래서 옛날 작품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눈이 재밌어서 좋아하는 것 같아요.
- 좋아하는 영화나 책, 작가가 있을까요?
그림책을 되게 좋아하는데 요한나 콘세이요(Joanna Concejo)라고 폴란드 그림책 작가가 있어요. <잃어버린 영혼>, <잃어버린 얼굴>, <아무에게도 말 하지마> 이라고 그분이 협업하거나 전부 작업한 책이 있는데 요새 그 작가의 그림을 되게 좋아해요. 지금 한남동에서 폴란드 일러스트 전시도 하고 있어서 보고 왔는데 너무 행복했어요. 요한나 콘세이요는 주로 색연필 그림을 그리는데 제가 그리는 그림들이랑 감성이 맞기도 해서 좋아해요.
영화는 최근에 <가재가 노래하는 곳(Where the Crawdads Sing, 2022)>이라는 넷플릭스 영화를 봤어요. 습지에 버려져서 혼자 자라온 여자애가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법정 이야기도 다루고, 그 아이가 커오면서 만난 사람들이나 받은 상처, 아니면 도움받았던 사람들이라던지 이런 사회적 약자 입장에서 한 마을 공동체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그런 걸 보여주는 영화예요. 내용도 내용인데 저는 숲의 풍경이랑 아이가 그린 그림, 배를 타고 다니면서 조개나 새 깃털을 모으고 하는 걸 보는 게 재밌었어요.
✔️ To do: 스케치북 내가 제본해서 쓰기
스케치북을 늘 갖고 다니는데 좋아하는 종이를 조합해서 만들었더니 꺼낼 때 기분도 좋고 좀 더 재밌더라고요. 채우는 일도 의미가 있고요. 저는 약간 누리끼리한 색의 종이를 좋아하고 가끔은 까만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싶을 때도 있으니까 한 권에 해결하고 싶어서 그런 종이를 모아서 만들었어요.
시원이 직접 제본한 스케치북
- 그럼 어떻게 예술학과에 가게 되었나요? 미술 분야는 보통 회화나 디자인 등 창작 전공을 많이 선택할 것 같은데요.
입시할 때는 디자인과랑 공예과 입시도 같이 준비했었는데요. 대학을 결정할 때 쯤에 창작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창작을 하는 다른 친구들을 보면 개성 넘치고 자기표현도 강한 것 같은데 저는 개성은 있지만 드러내기를 부끄러워하는 편이거든요. 그런 것 때문에 ‘직접 창작하는 게 아니라 3자 입장에서 예술을 바라보는 게 내가 예술을 하고 싶은 마음을 더 오래 지켜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예술학과를 선택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것도 좋지만 창작도 계속 놓지 못하는 그런 갈등을 하고 있습니다.(웃음)
- 취미나 좋아하는 일이 있나요?
취미는 걷기. 저는 취미가 일이나 전공이랑 잘 분리가 안 되는 편인데 사진 찍는 걸 되게 좋아해요. 그래서 사진이 유일하게 일이 아니면서 열정적으로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일인 것 같아요. 원래는 필름 사진을 찍었는데요. 최근에 필름 값이 너무 올라서 디지털 카메라로 갈아탔습니다.
- 그럼 걷는 것을 좋아하는 거예요, 사진을 좋아하는 거예요?
사진을 찍으려고 걸어 다니는 것 같네요. 집이 학교랑 가까워서 걸어서 오가는데 학교까지 둘러서 갈 수 있는 6가지 길이 있어요. 그래서 곧장 가면 15분 걸리는 길을 30~40분 걸려서 돌아다녀요. 골목골목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요.
✔️ To do: 파주 출판도시 서포터즈 활동하며 책 만드는 사람들 만나고 이야기 나누기
파주 출판도시문화재단에서 서포터즈 모집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활동을 하면서 겨울 방학 때 책 만드는 것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나 출판도시에서 일하는 출판사 직원분들, 또 예술가분들도 만나고 하면서 재밌게 파주를 왔다 갔다 했어요. 그림책 큐레이션 해서 전시하는 활동도 했고요.
✔️ To do: 새 도감 만들기
파주 출판도시문화재단 서포터즈 활동을 하면서 시작하게 된 일인데요. 파주가 생태도시로 유명해서요. 파주에서 새들을 관찰하고 파주 새들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새에 대한 세밀화를 그려서 도감을 만들었어요. 그걸로 한솔제지에서 하는 ‘인스퍼 어워드’에 출품하기도 하고 굿즈로 엽서랑 스티커를 만들어서 ‘리틀프레스페어’라는 독립출판 페어에도 나갔습니다. 친구들 불러서 굿즈를 강매시키고.(웃음) 제가 만든 걸로 돈을 번 게 처음이라 뿌듯했던 경험이에요.
리틀프레스페어 부스, 시원의 새도감과 굿즈
- 시원이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인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인 것 같아요. 즐겁지 않으면 잘 못 해요. 그래서 어떻게든지 즐겁게 만들어서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즐거운 게 많아서 다행이죠. 저는 제가 좋아하는 마음이 안 생기면 주변에서 좋다고 해도 마음이 안 가는 것 같고,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느끼는 행복이나 자기만족 같은 게 중요한 연료가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그림 그리고 책 만드는 일이 좋아요. 공부하는 것도 좋고요. 10대 때도 공부하는 걸 되게 좋아했어요. 좋아하는 과목을 공부할 때 집중되는 느낌도 좋아서요. 책 보는 것도 되게 좋아해요.
- 그럼 다른 사람들은 시원을 어떻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래서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내가 재미가 없나?’ 그런 생각도 하는데. 근데 그게 제 성격인 것 같아요. 저는 시끌시끌한 걸 별로 안 좋아하고 놀이공원 같은 데도 잘 안 가거든요. 그런 것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람들은 저를 취향이 확고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제가 그때그때 빠지는 소재가 있는데 요새는 새에 관심이 많아요. 최근에 만든 책도 새에 대한 책이고요. 친구들이 길 가다가 새 조각 모양이나 참새를 보면 “너가 좋아하겠다. 근데 나는 그게 왜 좋은지 모르겠다.”면서 특이한 취향을 가졌다고 그렇게 보는 것 같아요.
- 지금 22세인데. 시원의 10대는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요?
10대 때도 제 성격은 일관적이었던 것 같아요. 이 성격을 지금은 ‘그냥 이게 나구나’, 마음에 드는 부분이든 아니든 지금은 ‘그렇지 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10대 때는 그런 게 충돌이 많았던 것 같아요. 가끔은 저도 시끌시끌한 분위기를 주도하고 싶기도 하고 그러면서 왜 나는 저 친구들처럼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지 않을까, 이런 고민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이야 혼자 있는 게 그렇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데 10대 때는. 제가 느낀 10대는 그랬어서요. 친구들이랑 붙어있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런 게 피곤하기도 했지만 또 좋은 친구들을 만나기도 했고요. 지금도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친구들은 10대 때 친구들이 많아요. 그리고 하자에서 좀 숨통 트이는 느낌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저는.
- 마침 하자에 대한 질문이 있어요. 시원은 어떻게 하자에 처음 오게 되었고 그동안 어떤 활동을 했나요?
처음 온 건 중학교 때였는데요. 길고양이를 지키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부모님이랑 같이 뭘 보다가 인터넷에서 발견하고 오게 된 것 같아요. 그러다 시유공(청소년운영위원회) 활동도 했고 10대 연구소 2기 활동도 했어요.
저는 10대 연구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때 제가 고2였는데 엄청 방황하는 시기였거든요. 진로나 스스로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고요. 10대 연구소에서 저는 청소년 우울에 대해 다뤘어요. 그런 얘기를 처음 친구들이랑 해본 기회였죠. 보통 내가 우울하다는 얘기를 쉽게 꺼낼 수 있지는 않잖아요. 저는 어릴 때부터 우울하다는 느낌을 지속적으로 느껴왔거든요. 사실 ‘청소년 우울증’ 하면 보통 ‘자살 시도’, ‘반항’, ‘선생님 말을 안 듣는' 이런 걸 생각하는데 저는 그냥 제도권 교육 안에서 열심히 살면서 혼자 우울한 마음이 있었거든요. 그런 것도 같이 이야기하다 보니까 저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된 것 같고 그때 만난 친구들이랑 지금도 연락하면서 좋은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10대 연구소: 10대가 직접 조사하여 당사자 관점에서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지식을 만드는 청소년 참여형 인문사회연구소 (자료집 보기)
- 올해 하자에서는 어린이 작업장 보조강사로 활동 중이잖아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원래는 학교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요. 그만두려고 결심하고 다른 일을 찾아보게 됐어요. 그 무렵 하자에 올 일이 생겨서 인스타를 보다가 마침 공고가 딱 있길래 ‘아 이거다.’ 했어요. 어린이들이랑 작업하는 걸 해보고 싶었거든요. 미술학원 강사도 생각해봤지만 입시를 가르치고 싶지는 않고 하자에서 일하는 게 멋있게 보여서요.
- 어린이 작업장에서는 어떤 일을 해요?
상설워크숍(모아모아랩)에서 일할 때는 어린이들이 버려지는 재료를 이용해서 만들고 싶은 걸 만들 때 아이디어나 재료 사용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요. 처음에는 내가 뭔가 가르쳐줘야 하나? 기술이 있어야 하나?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까 어린이들 머릿속에 이미 뭔가 있고 저는 그걸 안전하게, 어린이들 마음에 들게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하는 것 같아요.
기획워크숍(모아모아 어린이 연구단)에 오는 어린이들은 좀 더 나이가 많아서. 장기적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거기서도 도움을 주는 그런 역할을 합니다.
- 어린이들과 작업하는 것은 어떤가요?
신기해요. 그리고 재밌어요. 저는 동생이 있는데 저랑 띠동갑이라 지금 10살이에요. 일을 할 때 그게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친동생을 볼 때랑 다른 어린이들 볼 때는 또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그리고 되게 예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자기가 생각하는 걸 말로 하고 기분을 바로 표출하는 게 부럽기도 하고. 그런 에너지들이 좋아요.
어린이 작업장 풍경
- 요즘 하는 고민이 있어요?
졸업하면 뭐 하지? 하는 고민을 하고 있어요. 해보고 싶은 걸 다 해보고 결정하려고 작년부터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고 있는데. 할수록 다 재밌어서 좁혀지지 않는 게 고민이에요. ‘평생 이것저것 다 하면서 살 수 있을까?’, ‘조금만 더 바쁘게 살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이제는 좁혀야 할 때인 것 같아서 고민돼요. 가끔은 누가 “너 이거 해” 시켜줬으면 싶기도 해요.
✔️ To do: '나는 뭐가 될까?' 하는 걱정보다는 지금 내 마음이 가는 일들을 찾아가기
제가 고민을 많이 하다 보니까 진짜 뭐 해 먹고 살지? 이렇게 비관적으로 가서 뭔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러다보니 겉이 번지르르한 일을 찾게 되더라고요. '나 이거 한다' 했을 때 명함이 예쁠 것 같은 일이나 남들한테 말할 때 자랑스러울 것 같은 일 있잖아요. 그런 걸 생각하다 보니까 그건 내 진로에 대한 생각이 아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게 먼저이지 않을까 해서 그런 것 위주로 생각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 시원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어요?
직업적으로요? 무슨 일을 하든 책을 내고 싶어요. 독립출판에 관심이 많고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것도 있고요. 그림책 작가겠죠. 전공 쪽으로 생각하면 미술관에서도 일하고 싶어요. 큐레이터나 전시기획, 또 미술관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에듀케이터 이런 일에 관심이 있 어요. 출판 쪽에도 관심이 생겨서 편집자도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 시원의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10대 때와 현재의 진로 고민이 비슷한가요, 다른가요?
다른 것 같아요. 10대 때는 일단 정해진 시간 안에 결정해야 하는 거였고, 성적과 입시 분야, 생활기록부에 따라 선택지가 좁혀지는데 결국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게 컸던 것 같아요. 대학 진학에 치중된 고민을 했고요.
지금은 대학원에 갈지 말지, 가더라도 다른 일을 병행할 수도 있고 직업이 하나가 아닐 수도 있으니 많은 가능성이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좋기도 하고 차원이 다르게 머리가 아픈 것 같아요. 제가 나서서 일을 만들지 않으면 일이 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게 다른 것 같아요. 제가 하고자 하는 분야가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정해진 루트가 있는 과는 아니기 때문에. 대학에 가면 진로 고민이 좁혀진다고 생각하고 10대를 보냈는데 깔때기 안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아예 바깥으로 나간 느낌이에요.
✔️ To do: 마포 동네책방 드로잉 아카이빙 프로젝트 참여하기(마포문화재단)
제가 마포구에 사는데 마포문화재단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을 모집해 마포구에 있는 책방들이랑 매칭하는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매칭된 책방을 그림으로 그려서 아카이빙북을 만드는 프로젝트라 일러스트레이터로 참여했습니다. 저는 ‘비플랫폼(B-Platform)’ 하고 ‘공상온도’라는 책방에서 그림을 그렸어요.
✔️ To do: 미술관 도슨트* 활동하기 (아트선재센터)
전공이 예술학과인데 딴짓만 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 하게 됐어요. 평소 말하는 걸 즐겨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도슨트를 해보고 싶었거든요. 정장 입고 멋있게 설명해 주는 역할에 대한 로망도 있었고요. 아트선재센터에서 하는 ‘도슨트 학교’ 프로그램이 있는데 거기서 교육을 듣고 활동하고 있어요. 저한테는 올해 상반기에 가장 도전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이번 주가 마지막이라 홀가분해요.
*도슨트(Docent):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위키백과)
- 도슨트 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오는 분들이 매번 달라서 분위기가 할 때마다 다른 것 같아요. 하루는 비가 많이 와서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엄마랑 딸이 왔었어요. 제 또래인 20대 초반 딸이 엄마와 둘이 와서 3명이서 전시를 보게 됐죠. 엄마랑 딸이 같이 전시를 보러 오는 게 좋아 보이기도 했고, (일방적인 설명이 아니라) 같이 이야기 나누듯이 설명하고 두 분이 이야기하는 것도 들으면서 같이 전시를 보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 시원은 학교 밖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런 활동에 대한 정보 수집은 어떻게 하나요?
인스타에서 작업 계정(@postcardfromsw)을 만드니까 알고리즘에 본계정이랑 다른 게 뜨더라고요. 출판사나 아티스트, 갤러리 계정을 팔로우하니까 관련된 게 광고로 뜨기도 하고. 알고리즘의 덕택으로 (정보를 얻는 것 같아요.) 큐레이터나 예술경영 관련해서는 네이버 카페도 있어요. 그런 곳에서 정보를 얻기도 합니다.
- 여럿이 협업하는 일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협업이 어렵지는 않은지 궁금해요.
어려운 것 같아요. 근데 저는 무엇을 하기 위해 만나는 사람들이랑 일을 할 때 그건 재밌는 것 같아요. 그냥 인간관계를 위해서 만나는 것 보다요. 협업이 어려울 때는 제가 하는 얘기를 저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을 때 어려워요. 같이 하는 일이니까 그런 두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이렇게 했는데 저 사람 마음에 안 들면 어떡하지?’ 싶고. 예술 쪽은 일을 잘한다 못 한다도 있지만 취향 차도 있다고 생각해요. 취향이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난감하죠. 분명 잘하는 사람인데 나는 별로라고 느낀다거나. 반대의 경우도 무섭기도 하고요.
- 진로나 미래와 관련해서 또래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슨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는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이걸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이유나 상황들이 어떤 게 있는지. 그리고 하고 싶지만 못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해보고 싶어요. 미대 간다고 하면서 같이 그림 그리던 친구 중에 이런저런 이유로 못하게 된 친구들이 많은데. 저도 하고 싶지만 못하게 된 일들이 있고요. 입시 때는 창작 쪽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못하게 되기도 했고요. 그 순간에 결정을 다르게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싶고 그런 게 스스로 생각 정리가 잘되지 않아서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을 정리하고 살고 있는지 궁금해요. 만약 뭔가 해야겠다고 결심했다면 그것에 대해 후회하는지 아닌지도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