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O.S.T.'는 영등포구 지역 내 기관인 하자센터와 문래예술공장이 협약을 맺고 6개월간 함께 진행한 청소년창작지원프로젝트의 이름입니다. 지난 1월 8일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에서 열린 콘서트를 끝으로 마무리된 이 프로젝트의 의미와 성과를 주 기획과 진행을 맡은 두 담당자가 이야기합니다.
앨범 재킷 _기획과 스토리 / 손민정(브리스, 기획1팀)
O.S.T. _Original Sound Track
영화, 드라마 등 영상을 위한 소리/음악(과 음악들을 묶은 음반을 통칭)
#. 2010. 학교와 학원… 꽉 짜여진 시간 속에서 경쟁하느라 청소년들은 너무 바쁘다. ‘왜 공부하는 지’,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할 여유가 없는 이들에게, 일상을 들여다보고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것, 다른 이들과의 깊은 대화는 사치에 가깝다. 하지만 우리네 삶은 매일의 한 순간들이 모여 이루어진다. 그 순간을 느끼고, 이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시간이 절실하다.
#. 어느 날 저녁. 밴드 몽구스의 리더인 김준수(몬구)를 만났다. 그가 <커피프린스 1호점>와 <트리플> OST 작업을 했던 것을 기억했다. OST는 특정 이미지, 스토리와 연결되는 음악이고 소리이다. 한 사람의 삶도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와 같다면… 중요한 장면/주제들을 영상과 음악 통합작업으로 만들면서 삶을 성찰해보고 내면의 자기 고민과 울림을 성찰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 다른 나이, 직업, 가치관을 가진 많은 사람들의 인생의 찐한 이야기가 풀어지는 콘서트. 몬구는 일단 대찬성.
#. 1팀 내에서 내용을 공유할 즈음, 마침 하자센터 근처의 문래예술공장과의 협약 논의가 있었다. 예술가 지원 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라 공연장 및 녹음실 등의 시설도 좋았고, 둘다 지역 기관으로서 창의활동 컨텐츠와 인프라를 공유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함께 가보기로 했다.
#. 시각작업인 사진과 영상, 청각작업인 음악 등 다감각적 매체를 사용, 직접 창작해보기로 했다. 창작 자체가 어렵게 skill부터 배워야만 하는 것이 아닌, 메시지를 표현하는 도구로서 편안하고 재미있게 skill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그리고 팀별 활동을 통해 대화와 협력도 몸으로 익혀보는 방향으로 기획했다.
#. 창작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16~19세)이 멘토와 함께 지난해 6월부터 주기적으로 모여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탈학교 친구, 공교육 고등학생, 의상디자인을 전공하는 친구, 음악하는 것이 꿈인 친구 등 다양한 청소년들이 참여했다. 함께 글 쓰고, 소리를 만들고, 작곡과 녹음을 하고, 영상 촬영을 통해 ‘내 삶의 한 장면’ 들을 스토리로 만들어냈다. 6개월 동안의 무수한 워크숍을 통해 그들이 직접 만든 3편의 멋진 O.S.T.가 탄생했다.
#. 그리고 <내 인생의 O.S.T.> 쇼하자가 콘서트로 열렸다.
“이 작품을 하며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할지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고민했다. 또 우리는 각자의 개성을 인정해 주지 않는 획일화된 사회 속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만의 다양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생각했다”, “평생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악기를 배우거나 작곡, 편곡을 배울 수는 있어도 나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를 만든 것, 비슷한 고민과 방황을 경험한 또래들과 한 팀을 이뤄 O.S.T. 전 과정을 만들어 본 경험은 정말 특별했다”며 참가자들은 이후의 지속적 활동을 구상했다. 싱어송라이터 소히, 몸심리치료사 이다, 로드스꼴라 교사 복태 등도 함께했다.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윗세대들의 삶에 대한 소고(溯考)들을 들으며 청소년들은 자신의 ‘현재’ 에 대해 위안을 얻었다.
#. 삶에 대한 O.S.T.들이 모여 하나의 스토리가 된_
각 워크숍의 과정이 하나의 트랙이 되어 하나의 스토리가 된_
실수와 웃음과 노력과 재미가 모여 하나의 스토리가 된_
이 모두가 모여 전체의 트랙이 되어 하나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앨범이 되었다.
누구에겐가는 훈훈한 추억이 될 것이고,
기획1팀에게는 또 다른 상상과 세밀한 과제들을 안겨 준 2010 프로젝트였다.
음악 Play_ 진행과 아이들의 작업 이지민(티나, 기획1팀)
Track 1. 2010.07. 함께 삶의 스토리를 만들어갈 친구들과 인사하다 : 첫 만남
2010년 7월.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에서 청소년 20여명과 밴드 몽구스 리더 김준수(몬구, 주강사)와 함께 첫 만남을 가졌다. 친구들은 자신의 별명을 소개하고 이에 얽힌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나누며 첫 만남의 낯선 분위기를 즐거움으로 바꿔 나갔다. 그리고 프로젝트 명이 <내 인생의 O.S.T.>이니 만큼 O.S.T.에 대한 의미를 각자 재정리해보고 공유하고 싶은 O.S.T.를 가져와 발표하였다.
Track 2. 2010.08. 서로를 소리로 알다 : 즉흥연주 워크숍
즉흥연주 워크숍에서는 현재의 느낌과 생각을 악기만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해보았다. 참여자들은 심벌즈, 탬버린, 깡통, 아프리카 민속 악기 등 테이블에 놓여진 소악기들만으로 자신을 표현해보는 경험을 해보았다. <내 인생의 O.S.T.> 멤버 중 최강(김민경)은 이 워크숍에서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었고 다른 참가자들의 때 묻지 않은 음들이 자신을 감동시켰다고 말했다.
Track 3. 2010.09. 무성영화에 우리만의 소리를 입히다 : 음향제작 워크숍
찰리 채플린주연의 무성영화인 와 1996년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고 영상에 어울리는 음악을 키보드, 마이크, 일렉기타 등의 악기를 이용해 영화의 O.S.T.를 재창작했다. <로미오와 줄리엣> 영화 중 두 주인공의 첫 만남 장면을 선택하였는데 <내 인생의 O.S.T.> 멤버 미르(구현지), 스티치(유슬기)가 자신의 목소리로 주 리듬을 불러 전체적인 O.S.T.의 색을 만들어갔고 그 음에 맞춰 환(김영환)과 모노(이은아)가 멜로디언, 키보드로 미르, 스티치의 목소리를 잘 잡아주었다. 그리고 목캔디(강은구)는 일렉기타로 재창조한 O.S.T.의 포인트를 만들고 루드(이희규)는 드럼을 치며 전체적인 박자를 잡아주었다. 이 밖에도 참여자들의 성향 혹은 영상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곁들여진 다채로운 음악이 워크숍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Track 4. 2010.10. 서로의 삶에 귀 기울이다 : 스토리보드 작업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정리하여 다른 참여자들과 공유했던 시간. 네이버 <내 인생의 O.S.T.> 카페에 자신의 삶을 글로 정리하여 올렸다. 형제와 마찰이 있다는 스티치의 이야기부터 2년간 은둔생활을 한 환의 이야기까지 자신의 삶을 정말 솔직담백하게 공유하고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혹은 전혀 다른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 타인의 스토리에 귀를 기울여 보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Track 5. 2010.11. 삶의 오리지널 사운트랙을 만들다 :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녹음 워크숍
팀 작업으로 진행된 녹음 워크숍은 삶의 공통점을 찾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노래를 제작해보는 워크숍이었다. 팀은 총 3팀으로 수미상관(4명), 루트 2(3명), 커브(3명)로 팀이름을 정하였다. 각 팀들은 주어진 시간 안에 각자의 생각을 하나의 주제로 모아내기 힘들어했다. 미르(구현지)는 사람마다 살아온 인생이 다 다른데 어떻게 하나로 모아내라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한탄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내어 팀 안에서 전체적인 주제와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수미상관팀은 길이라는 주제로 각기 다른 길의 의미를, 루트 2는 이상향에 대한 이야기를, 또 커브팀은 획일화된 세상이지만 그 안에 있는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주제를 가지고 작사, 작곡, 녹음까지 해보는 경험을 해보았다.
Track 6. 2010.12. 우리네의 인생을 노래와 영상으로 말하다 : 영상제작 워크숍
영상제작 워크숍은 전체 스토리를 바탕으로 촬영과 편집, 노래를 삽입하는 작업을 참여자들이 직접 해보는 과정이었다. 각 팀마다 이 영상제작과정에서 작고 큰 에피소드들을 겪었다. 수미상관 팀은 주제가 '길'이니 만큼 야외촬영이 많았는데, 지하철을 배경으로 하는 신도 필요했다. 그들은 부푼 꿈을 안고 지하철에 당도했으나 사전 허가를 받지 못하면 촬영 불가라는 말에 버스 신으로 급선회하는 기민함(?)을 발휘해야 했다. 루트 2팀 같은 경우 애써 촬영했던 파일들이 없어져 재촬영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었고 커브팀은 영상 표현 방식으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택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멤버가 손가락에 쥐가 나기도 했었다. 이렇게 각 팀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이미지로 만들어보고, 실제 촬영해보는 과정을 통해 창작의 어려움을 몸으로 느끼면서 작업을 마무리해갔다.
Track 7. 2011.01.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와 삶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다 : 콘서트
<내 인생의 O.S.T.>의 대미는 지난 1월 8일 오후 4시,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에서 열린 콘서트로 장식되었다. 참여자로 구성된 3팀(루트2, 수미상관, 커브)와 5명의 초대 인사가 어우러진 무대! 루트2팀은 경쾌한 노래에 맞춰 자신들의 녹음 장면과 발랄한 모습들을 영상에 담았고 자신들이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와 최강의 자작곡을 발표하였다. 거침없이 와일드한 연출이 돋보였던 영상을 선보인 수미상관팀 역시 자신들의 노래를 라이브로 부르고 촬영에 얽힌 이야기들과 <내 인생의 O.S.T.>를 하면서 가진 느낌을 관객과 공유하였다. 커브팀은 스톱모션으로 제작한 뮤직비디오를 상영한 것은 물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찍었던 사진을 모아 제작한 메이킹 필름에 MR까지 삽입해 팀의 노래를 불렀다. 초대된 5명의 예술가들 역시 진솔한 노래와 이야기로 무대를 더욱 풍성히 만들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