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의 십 대들은 절기 달력을 펼쳐 들고 봄에는 씨앗을 심고 가을에는 각종 열매를 거둔다.
이 도시 한복판에서 말이다.
하자의 또 다른 십 대들은 파도를 헤쳐 모험을 떠나는 영웅의 심정으로 한해를 산다.
하지만 영웅이 되지 않아도 된다.
하자의 어떤 십 대들은 눈부신 봄날 성년이 되고 산처럼 든든한 마을의 촌장들이 마음 모아 축하를 보낸다.
그렇게 마을에서 자란다.
하자의 한 학교에선 불에 타는 산에 한 방울의 물을 실어 나르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의 이야기를 자주 들려준다.
세상을 배우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자의 장날엔 어른 아이 할 것 없다.
누구의 옷이든 흙이 묻으면 털어내면 된다.
이 모든 일들이 이 도시 한복판에서 일어난다.
이렇게 한해를 잘 보내면 그다음 해에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일상들이다.
해와 달의 시간, 땅과 물은 하자에서 배움이 일어나는 장소이자 영감이다.
하자의 판을 돌리는 ‘판돌’들은 하자의 일 년의 시간 중 일부를 떼어내어 명함에 새겨 넣을 수 있다.
그다음 소개는 판돌들 각자가 들려줄 이야기일 것이다.
판돌의 명함 이야기
메이
글자를 읽을 줄 몰랐던 다섯 살 즈음 엄마와 자주 함께 보던 그림책 중에 ‘빨강이 파랑이 노랑이’ 이야기가 있었는데 주인공은 눈코입이 없는 원색 동그라미였다. 엄마는 특히 노랑이와 파랑이, 파랑이와 빨강이가 싸우거나 친하게 지내 다른 색을 만들어내는 부분의 이야기를 강조했었고, 세 살 터울의 동생과 사이좋게 지내라는 메시지도 담으려 했던 것 같다. 이 명함의 그림을 보는 순간 좁고 긴 통로를 통해 과거에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이후 하자센터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나 일거리 앞에서 종종 시간여행을 경험하곤 한다.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원색에 집중하고, 다른 사람과 어깨동무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미덕을 갖추고, 함께 만들어낼 새로운 색깔을 기대하고 싶다는 마음이 모두 담긴 디자인이라고 느껴진다.
쏘영
인사를 나누는 첫 순간,
산이 주는 믿음직함이 스미길.
그리고 어느 날
더불어 함께 숲을 이룰 수 있는 도반을 만날 수도,
우직한 신념으로 산을 옮기는 날도 오지 않겠는가.
가지
자연스럽고 싶었다. 일도 하자에서의 생활도
옙티
산처럼 무겁고 싶다.
그래서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그래도 한 번씩 흔들릴 수 있으니 넘어지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그러다 몇 번 넘어질 수 있으니 그 김에 쉬어갈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가다보면 쉼 없이 앞만 보고 갈 때도 있을테니 가끔 뒤돌아 볼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
무겁고 여유로운 산을 닮고 싶다.
록
초록색을 좋아한다.
무언가의 시작, 새로운 자람이 연상되는 맑은 초록색이 특히나 좋다. 또 초록풀들이 모인 곳은 바람이 불 때마다 맑은 향과 평화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만남을 항상 초록하게 시작하고 따뜻한 관계들로 이어가고 싶은 마음으로 초록색 들과 풀을 명함에 넣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