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숨을 고르고, 주위를 둘러보며" 즐거움을 나눈 7월의 <작은 달시장> 하자허브 <작은 달시장> 소식
매월 첫 번째 토요일의 작은 달시장이 7월에도 어김없이 활짝 열렸습니다. 개장 몇 시간 전까지 비가 와서 걱정되었지만, 다행히도 개장 즈음 비가 그치고 오랜만에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가 찾아와주었습니다. 다양한 동네 주민들이 함께 만나고, 만들고, 어울렁더울렁 쉼표를 찍는 시간을 보낸 7월 작은 달시장 스케치입니다.
7월 작은 달시장에는 하자센터와 하자허브를 드나들며 이젠 서로 얼굴이 익숙해진 주민분들이 많이 참여해주셨어요. 마을회관에서는 하자허브의 바느질 모임인 ‘마고방’ 엄마들이 주민들과 함께 사부작사부작 바느질&목판화 워크숍을, 부엌 한편에서는 하자허브 주민인 초롱불이 다 함께 나눠 먹을 술빵 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마고방 엄마들과 초롱불이 처음 만나는 주민들과도 화기애애하게 워크숍을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모두를 하나로 엮어내는 ‘엄마’들의 힘, 그 안정감과 편안함을 새삼 느끼게 되는 자리이기도 했어요.
몇 개월 전부터 작은 달시장에 꾸준히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하자마을 청소년들이 있습니다! 바로 고교자유학년제 오디세이학교 청소년들인데요. 하자허브 4층 작은 텃밭에 토마토와 고구마를 열심히 가꾸며 천연 농약을 만들어 보았던 기세를 이어, 학생들은 여름을 맞아 동네 주민들과 함께 나눌 천연 모기퇴치제를 만드는 워크숍을 직접 진행하기도 했답니다. 몇몇은 숨겨둔 그림 실력을 발휘하며 작은 달시장을 찾은 어린이들의 얼굴에 직접 페이스 페인팅을 해 주기도 했지요. 한편, 하자허브의 또다른 단골, 방과후@하자 청소년들 역시 작은 달시장을 찾아주었는데요. 요즘 영화에 나오는 인상 깊은 요리들의 레시피를 탐구하고 있는 이들은 흙공방에 자리를 잡고 요리를 담을 그릇을 정성껏 빚고, 재미난 그림을 그려 구워보기도 했어요. 작은 달시장에 온 청소년들은 또래 친구들뿐만 아니라, 뛰노는 어린이들, 동네 삼촌과 이모 그리고 다양한 어른들을 만나 새로운 관계를 열어보기도 하고, 이야기와 생각을 나누는 경험을 자연스레 하고 있겠지요?
지난달부터 시작한 책 쉼터에서는, 뛰어놀다 잠시 쉼이 필요한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 책을 읽기도 했고요, 하자에 입주해 있는 사회적기업 <이야기꾼의 책공연>이 어린이와 엄마들을 위한 미니 책공연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엄마와 아이들 여럿이 함께 모여 연극 공연 보듯 책을 읽어가는 즐거운 시간이었는데요.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몰입한 것 보다, 엄마들이 더 집중하고 즐겁게 책공연에 빠져들어간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답니다.
작은 달시장을 찾는 어린이들의 인기 섹션인 놀이터에서는 놀이 활동가 이모, 삼촌들이 여름을 맞아 대나무 물총 놀이를 진행했습니다. 끝부분에 작은 구멍이 뚫린 대나무 안에, 끝부분을 천으로 감싼 나무대를 밀거나 당겨서 물을 뿜고 내뱉는 이 신기한 대나무 물총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인기를 끌었답니다. 여기저기 한바탕 물총 놀이가 벌어지며, 누군가는 시원하게 물을 맞고, 누군가는 신나는 물총 놀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함께 무더운 열기를 식혔습니다.
또 한 편에서는 나무와 미선이 머리카락 직조 워크숍을 진행했는데요. 이 워크샵의 특징은 혼자서는 참가할 수 없다는 것! 친구와 함께 가서 서로의 머리를 따주는 워크샵이었어요. 친구와 둘씩 사이좋게 앉아 수틀에 머리카락을 넣고, 못 쓰는 알록달록한 천들로 번갈아 머리카락에 직조하는 법을 배우며 서로의 머리를 색색으로 곱게 땋아주었지요.
공교롭게도 작은 달시장이 열린 날에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하자를 방문하기도 했답니다. 이날 홍콩 Caritas 라는 단체에서 Children Development Project 일환으로 50여 명의 홍콩 청소년이 하자센터를 방문했었는데요. 홍콩에서 온 청소년들은 이야기 마켓에서 비밀 이야기가 담긴 물건들을 주민들과 교환하기도 하고, 학생들이 직접 만든 "마음 명함"과 작은 소품들을 판매하며 다른 좋은 일에 사용할 기금을 모으기도 했어요.
킁킁. 맛있는 냄새를 따라, 코가 나를 이끄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오게 되는 허브카페의 부엌! 노르웨이에서 온 브루스가 아침부터 공들여 준비한 재료로 마을 주민 초롱불과 함께 '난'을 선보였습니다. 브루스가 필살기로 준비한 정통 그리스식 요거트 소스 '짜찌끼'에 난을 찍어 먹으니 난생처음 느껴보는 오묘한 맛이 났습니다. 소스 안에 어떤 야채를 넣느냐에 따라 다른 맛이 나기도 했는데요! 오이를 넣은 '짜찌끼'가 가장 인기가 많았습니다. 이 맛에 반한 몇몇 엄마들은 브루스에게 묻고 물어 필살 비법을 세세히 적어 가기도 하셨지요.
그리고 또 눈에 띄는 새로운 하자 주민이 있었지요. 미국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잠시 한국에 들어와 있는 동안, 하자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던 앤드류 역시 작은 달시장 준비에 손을 거들었습니다. 이번 작은 달시장에는 다른 외국 친구들이 많이 오니 한글 간판 밑에 영어를 삽입하는 게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낸 앤드류는 직접 손으로 작은 간판들의 글씨를 써 주었지요. 간판에 대해 열심히 영어로 설명을 거들던 앤드류 덕분에 홍콩에서 온 친구들도 작은 달시장에 더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었답니다.
앞으로의 작은 달시장 역시 주민들이 함께 만들고 꾸려가는 작은 마을 축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천천히 숨을 고르며, 주위를 둘러보는 시간. 때때로 잊고 살지만, 우리에게 꼭 필요한 느슨한 시간들을 함께 채워가고, 즐거움을 나누고 싶은 분이라면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8월은 혹서기여서 작은 달시장을 휴장하며 한 걸음 숨 고르는 시간을 가지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