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글방은 함께 읽고 쓰고 합평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해가는 청소년 글쓰기 커뮤니티입니다. 정규 과정 이후 2개의 후속모임이 진행 중이며 후속모임에서 나온 글 중 일부를 구독자분들과 나눕니다.
11월의 글감은 저희 후속모임명인 <파프리카>에 관한 글입니다. 지난해 봄 하자글방에서 만난 저희는, 우연히 서로가 가져온 파프리카를 나누면서 모임명을 ‘파프리카’로 정하게 됐어요. 올해는 각자 바쁜 일상과 사는 곳이 다르다는 이유로 1년에 몇 번 만나지 못했지만, 그래도 유지되는 우리의 관계에 대한 글로 한 해를 마무리해 보고자 했습니다.
이번 글을 통해 각자의 일 년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었는지 떠올리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따뜻하고 건강한 연말이 되시길 바라요!
- 하자글방 죽돌 어진
우리가 처음으로 저녁을 함께한 그날, 서로가 챙겨온 파프리카를 몽이 가져가 주머니에 챙긴 파프리카가 얼마나 웃겼는지 우린 횡단보도에서도, 식당에서도, 밥 먹고 간 카페에서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으며 사진을 찍고 웃음과 섞인 외계어로 파프리카를 가리켰죠. 쉴 틈이 없이 웃음을 만들었던 파프리카는 그날 저녁값 정산을 위해 만들어진 카톡방의 이름은 파프리카가 되었고, 그렇게 우리의 이름이 되었지요. 가끔 냉장고에서 파프리카를 발견할 때면 그때가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나와요.
올해, 저는 대안 대학을 가기 위해 돈을 벌다가 나중에 대학원을 가고 싶을 것 같아 제도권 대학을 가기로 했어요. 더워지기 시작할 때부터 영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파프리카에 피처링 멤버가 되어 한 해를 보냈어요. 파프리카의 원고 마감 시기가 되면, 다급하게 오는 카톡에 잔소리하는 멤버였어요. 격월로 돌아오는 마감 달에는 항상 어진의 카톡으로 시작하곤 했어요. 어진은 올해 학교생활에 매진하고 있어요. 가끔 들려오는 학교생활에 같은 전공인 저는 졸업한 학교가 생각나곤 했어요.
어진이 바쁜 학교생활에 마감을 잊으면 묘가 카톡방에 달려옵니다. 제 느낌상 부리더는 묘 같아요. 묘는 올해 대학에 입학해 과제 연속인 대학 생활을 하는 것 같아요. 저번 여름, 묘의 과제전에서 얼마가 과제가 많았는지 볼 수 있었어요. 묘랑 가끔 통화할 때면 늘 밤샘하다가 전화를 받은 것만 기억이 나요.
퍼핀은 주로 마감 일자를 리마인드 알림 해줘요. 퍼핀은 올 한 해, 일본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있어요. 퍼핀이 일하는 가게가 바뀔 때마다 어떤 가게인지 듣는 재미가 있었답니다. 가끔, 퍼핀이 일본에서 안 돌아오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해요. 마치 현지인처럼 적응한 퍼핀의 일상을 들을 때면요.
몽은 멤버들이 찾으면 쏙 나오는 멤버였어요. 상반기엔 복학해 학교에 다니고, 하반기엔 휴학해 본인과 잘 맞는 학교를 찾아가기로 했다고 들었어요. 몽의 학교가 저랑 가까워지면 좀 더 많이 만날 수 있겠죠?
서로는 가끔 등장하는 멤버예요. 가끔 들려주는 근황이 당황스러울 때가 많아요. 어느 땐 영화제에서 자원 스태프를 하고 있고 어떨 때는 감독으로 GV를 하고 있었어요. 또, 어느 날엔 독일, 어느 날엔 파리였죠. 해외에 있는 줄 알다가 최근에 새로운 영화를 찍으러 포항에 있어요. 가장 근황을 예측하기 힘든 멤버예요.
우린 이번 크리스마스에 만나기로 했어요. 다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일상 때문에 벌써 해피 크리스마스 파티를 기획했죠. 연말에 시험이 끝나는 저는 신년에 만나기로 이미 이야기했답니다. 각자 올해 하반기는 어떻게 버텼는지 궁금해요. 상반기는 이미 하반기 오리엔테이션 때 모임 시간이 무색하게 다들 일찍 와 근황 토크를 끝냈거든요. 그 덕분에 하반기를 버틸 수 있었어요.
하반기 동안 세상은 또 다른 곳에서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 누군가 살해된 이야기로 혐오와 생존의 위험을 느꼈지만, 겉으로 보면 평안하기만 제 일상이 가끔 무섭게 다가와요. 또, 요즘 1인분을 하라는 가족으로부터 압박과 쓸모를 증명해야만 할 것 같은 사회적 압박은 점점 더 커져만 가죠. 저마다 다양하게 비슷한 마음으로 보내고 있는 파프리카와 이야기를 나누면 마음을 달래지기도 했어요. 공포는 점점 커지지만, 다시 모일 날이 올 거라 기대가 커집니다. 각자 어떻게 본인을 먹여 살릴지, 어떤 대단한 일을 꾸미고 있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