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고민에 대해 멘토, 동료, 판돌과 만나 함께 고민하고 시도하는 프로그램 <내일 진로상담소>에는 '러닝크루'라 불리는 청소년 기획단이 있습니다. 내일의 내 일을 상상하며 진로상담소를 만들어 가는 기획단이지요. 올해 함께하고 있는 4명의 러닝크루가 '청소년을 위한 공간(각자의 거주지와 가까운)'을 소개합니다.
낯설여관 입구. 복도 벽,바닥에는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들이 비치되어있다. 맨 끝 방인 204호에 책방, 제로웨이스트샵 공간이 위치하고 있다.
낯설여관은 제로웨이스트샵뿐만 아니라 책방, 그리고 사진관도 함께 운영하고 있는 공간이에요. 입구를 열고 들어가면 여관집에 온 듯한 복도가 펼쳐지고 맨 끝 문을 열면 다양한 책들과 제로웨이스트 물품이 진열되어 있는 낯설여관 204호의 풍경이 들어옵니다. (203호는 사진관으로 운영 중입니다.) 여관에 머물고 간 손님들이 쓸 수 있는 메모지와 책을 구매한 손님들이나 독서 모임 때 사용할 수 있는 책상도 마련되어있어요. 이렇게 독특하고 매력적인 공간을 운영 중이신 사장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힘들었던 건 인테리어였어요. 셀프로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2-3배 오래 걸렸거든요. 물론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았지만 다시 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아요.(웃음) 좋았던 순간은 단골 손님들에게 ‘사라지지 마세요! 여기 있어 줘서 고맙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에요. 책방, 제로웨이스트샵을 운영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울 때가 많거든요. 손님분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동력이 돼서 버텨낼 수 있어요.
Q: [역량] 책방, 제로 웨이스트샵을 운영할 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무언가 판매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책은 하루에도 수백 권씩 쏟아지고, 친환경 제품 또한 너무나 많기 때문이죠. 그래서 중요한 건 ‘선택’인 것 같아요.. 요즘 책방에서는 ‘큐레이션’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공간에 어울리는 책과 물건을 선택해 소개하는 일이 가장 중요해요. 그 선택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와 색깔이 달라지니까요. 낯설여관은 입구부터 독특하죠?(웃음) 제가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을 온 느낌을 줬어요. 책도 주제별로 정리해두었고 손님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컨셉의 공간들을 마련해두었어요. 이렇게 한 공간을 자신의 색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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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 블라인드북’에 대한 설명과 진열되어있는 블라인드북들
2. 제로웨이스트 그리고 낯설여관
Q: [왜, 어떤 이유로] 책방과 제로 웨이스트샵, 사진관을 함께 운영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책방 창업을 준비하던 시기에 서울을 중심으로 제로 웨이스트샵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그때는 제가 사는 지역인 수원에는 제로 웨이스트샵이 없었어요. 그래서 책방과 제로 웨이스트샵을 한 공간에서 운영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제로 웨이스트’라는 말이 사용되기 전부터 환경보호에 관심이 있었고 대단한 활동을 한 건 아니지만 생활 속에서 조금씩이라도 실천하려고 노력했던 마음이 제로 웨이스트샵 운영까지 이어졌던 것 같아요.
Q: [장점] ‘낯설여관’만의 차별성(장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책과 제로 웨이스트와 사진.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들이 만나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어요. 책방을 방문하신 분들께 자연스럽게 제로 웨이스트가 뭔지 소개할 수 있고, 제로 웨이스트샵을 찾아왔다가 사진관도 있다는 걸 알고는 사진이 필요할 때 이곳으로 방문해주세요. 책모임, 수다모임, 필름 카메라 모임, 글쓰기 수업 등 느슨한 연대감을 만드는 것도 낯설여관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3. 진로 그리고 낯설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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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여관에 진열되어 있는 제로웨이스트 제품들과 책
Q: [진로] 사장님은 청소년 시절 자신의 진로에 대해 어떤 고민/생각들을 가지고 계셨나요?
어렸을 때 하고 싶은 일이 뚜렷한 학생은 아니었요. 특별히 관심 있거나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없었고요. 진로는 정해야 하니까 뭘 좋아하는지도 모른채 수능 성적에 맞추다 보니 ‘문헌정보학과’에 진학해 도서관 사서로 일하게 됐죠. 그런데 다행히 적성에 잘 맞았어요. 책 읽는 걸 좋아하는 학생이었지만 책 읽기와 진로를 연결 지어 생각하지는 못 했거든요. 이후에 사람 간의 문제가 어려워 사서직을 그만뒀어요. 내가 조금이라도 좋아하고 관심 가지고 있는 일로 일을 한다는 건 큰 행운인 것 같아요. 책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지금,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Q: [창업,조언] 제로웨이스트샵, 책방 창업, 환경에 관련된 진로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조언 부탁드립니다!
관련 도서를 많이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막연했던 미래를 구체화하는 방법 중 하나랍니다. 그리고 주변에 제로웨이스트샵 혹은 책방을 찾아보고 자주 방문하면서 나만의 공간을 상상해보세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사장님들께 질문도 해보고요. 지구에 무해한 삶을 사는 멋진 청소년들이 되길 바랍니다.
Q: ‘낯설여관’이 어떤 장소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공간. 재미난 일들을 함께해나갈 수 있는 공간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가 끝난 뒤 낯설여관을 조용히, 더 자세히 구경하는 시간을 가졌어요.분명 같은 공간 안에 있는데 공간마다 특색이 있어 신기했습니다. 정말 책을 구경하러 왔다가 제로웨이스트 물건들에도 관심을 가질 것 같은 시너지가 느껴졌어요.
방문한 사람들이 글을 남기는 게시판이 있길래 저도 간단하게 소감을 남기고 나왔습니다. 이렇게 의미 있고 재미있는 공간이 오래 남아주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