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1일, 하자센터 999클럽에서는 하자작업장학교 가을학기 학습공유회 <눈송이 모아 따뜻한 눈사람을>이 열렸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의 곁을 지키고 스스로를 성장시켰던 가을학기 이야기를 가족과 친구들에게 들려줬답니다.
이번 학기는 특히 일상을 깨우는 수업과 다양한 매체를 익혀 프로젝트를 기획할 수 있는 수업들로 구성되었는데요. 죽돌(하자에서 활동하는 청소년)이 원하는 수업을 선택할 수 있어서 더 다채로운 결과물과 이야기가 있었어요. 쇼하자에서 나눈 가을학기 수료생 다섯 명의 이야기(발표문)를 여러분에게도 짧게 들려드려요.
소월
발표하는 소월
저는 3학기를 작업장학교에서 보냈어요. 이번 가을에는 학교의 커리큘럼이 많이 바뀌었고 또 새로운 죽돌이 많아서 저의 네 번째 학기가 새롭고 의미 있었어요. 특히, 디자인 작업장에서는 1년 동안 배워갔던 부분이 정말 많아요! 디자인 프로그램 연습을 자연스레 많이 할 수 있었었고 또 함께 기획을 하고 의견 제안하는 경험을 쌓았던 것 같아요. 제일 기억에 작업은 디자인 작업장의 노션 페이지에 들어가는 캐릭터 일러스트 그리기인데요. 제가 직접 디자인한 일러스트가 들어가서 뿌듯했어요.
소월의 캐릭터 스케치
또, 저는 이번 학기 팀 프로젝트에도 아주 열심히 준비했어요. 전시를 열고 싶어서 제이와 팀을 꾸려 전시를 준비하게 되었어요. 전시를 처음 열어봐서 서툴렀지만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어요. 의견이 충돌하기도 하고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서로 맞춰가고 설명해 주며 각자의 작품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그 끝에 ‘정제, 흐름’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전 학기 에세이 제목이 ‘홀로 서기’였는데 지금의 저는 ‘함께 가기’가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지난 학기도 홀로 서있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이번학기를 잘 살아낸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보자기에 물건 꽉꽉 채워서 보따리 메는 것처럼 저도 이번학기의 배움을 알차게 싼 것 같아요.
채소
발표하는 채소
안녕하세요. 저는 수요일 수업에서 발표했던 그림들을 보여드릴게요. 디자인 수업에서 그렸던 그림이에요. 수업에서 크리틱(비평)을 했는데, 피드백을 받고 나서 그림을 꾸준히 그렸어요. 처음으로 채색도 도전해 보고요. 다른 사람들에게 그림을 보여준 적이 없는데, 많은 사람들이 함께 내 그림에 피드백을 해줘서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저는 원래 종이에 그려지는 느낌과 펜 쓰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아이패드로 그려봤어요. 타임랩스 같은 여러기능도 있고 수정이 편리해서 좋았어요.
한영수 작가의 사진을 보고 그린 그림
제가 쓴 에세이 제목이 <계단식 성장>인데 이건 그림이랑 관련이 있어요. 그림 실력은 계단식으로 성장한다는 말이 있다고 해요. 그래서 저도 고민하던 때도 많았는데 고민했던 시간 만큼 이번에 실력이 많이 늘었던 것 같아요. 사실, 작업장학교를 입시를 피하고 싶어서 오게 됐는데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처음 왔을 때가 생각나기도 하고요. 가을학기에는 학교에 나오는 시간이 더 적어져서 그리 길지 않은 시간으로 느껴져요. 앞으로 이제 다시 혼자 준비를 하고 그럴 걸 생각하니 막막하기도 하네요. 그래도 잘 해보는 것으로.
메이
발표하는 메이
우선, 이번 학기와 이번 연도는 저에게 너무 특별했던 것 같습니다. 가장 아픈 시기를 보내고 있었지만, 그 동시에 가장 행복한 순간들을 앞둔 줄 몰랐습니다. 이 옆에 있는 문장은 제가 하자프로덕션스쿨의 자기소개서를 시작했던 문장입니다. “난 절대 변하지 않을 거야, 이토록 간절하니까.” 꽤나 고집스럽죠? 제 속의 아이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고집스러운 마음으로 하자프로덕션스쿨의 학기를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면접을 볼 때부터 울음을 터뜨렸어요. 그때는 정말로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랐거든요.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의미, 이유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었어요. 하자프로덕션스쿨을 다니면서 저는 하루를 온전하게 채우게 되었어요. 가장 아이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서 농사를 짓고, 토론하고, 부끄러움 없이 내 의견을 이야기했어요. 사실 처음에는 많이 놀랐던 것 같아요. ‘빨리빨리’, ‘더 높이높이’만 외치던 학교에서 와서 그런지 하자만의 속도가 어색하기도 했어요. ‘어, 너무 느린 거 아닌가?’, ‘나 지금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을 만큼이요. 하지만 서서히 저만의 속도를 찾기 시작했어요. 남의 속도를 맞추고 기다리는 법도 배웠고요. 결론적으로 저는 저를 선두로 하여 인생을 살아가고, 일상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힘을 얻은 것 같아요. 농사 수업도, 시 수업도, 음악 수업도, 그리고 많은 수업도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저마다의 속도, 사랑과 이해를 알려줬어요. 이제 와 돌이켜보니 하자프로덕션스쿨은 제게 고래가 숨을 쉬러 물 위로 올라오는 순간이었을 것 같아요. 그런 시간을 만들어준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메이의 전시 ‘열여덟 : 온’ 포스터
제이
제이의 발표
저는 고등학교 자퇴를 하고 한 달이 지난 뒤 대안 교육에 대한 호기심과 욕구를 채우고자 가벼운 마음으로 작업장학교 가을학기에 입학하게 되었는데요. 학교에 다니다 보니 작업장학교에 여러 매력을 느껴 내년 계획을 좀 바꿔서 하자에 더 머물러 볼까 하는 참이랍니다. 작업장학교 생활에 기반이 되었던 수업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저는 총 4일 월화수목을 나왔는데요. 월요일 시(詩) 수업은 제가 공교육에서 국어 수업을 배우며 이상적으로 그리던 수업을 맛볼 수 있었던 수업이었어요. 시를 직접 해석해보고 써보면서 공교육에서 머리로만 이해했던 것들을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어요. 또, 역사 수업은 굉장히 흥미 있던 분야라 정보를 습득하는 것만으로도 유익했던 수업이었어요. 그리고 전시 기획을 배우며 여러 진로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어 좋았던 시간이었고 수업이 주고자 했던 느낌과 의도를 잘 전달 받았던 것 같아 뿌듯했어요. 화요일은 돌봄의 시간을 가지며 소속감도 느끼고 모두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고 농사 수업에서는 작물과 식물에 대한 지식과 더불어 진로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 정말 좋았어요. 수요일 디자인 수업에서는 디자인에 대한 제 상태를 바꾸고, 전문가의 피드백을 들으며 시선을 키우고, 저의 ‘덕질’ 인생이 헛되지 않은 것 같던 순간도 많아 뿌듯했던 시간을 보냈어요. 미래에만 머무르던 브랜드 기획을 시도해본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시간이었죠. 목요일은 ‘현대사회와 부족들’이라는 인문학 수업을 들으며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거나 잠깐 생각했던 이슈를 생각하고 저의 다른 모습을 살펴 수 있어 더욱 유익했어요. 이렇게 100일 동안 머물기도 변화하기도 했어요. 후회했던 순간, 힘들었던 순간도 많지만, 저 자신을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어서 뿌듯했어요!
자신이 기획한 전시 작품 ‘회상의 물’을 설명하는 제이
오동
자신의 전시 ‘시선’을 설명하는 오동
하자센터를 만나, 드디어 내가 있을 수 있는 곳을 찾았다고 느껴졌어요. 저는 전학과 이사를 또래에 비해 굉장히 많이 다녔는데, 그만큼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친구 하나 제대로 못 사귀었어요. 그래서 작업장학교에 들어와 동료들과 어울리는 게 너무 즐거웠고 신선했어요. 난 작업장학교 동료들이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처음에 다짐했던 것 같은데, 정말 그렇게 되었죠. 여전히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하는지, 친구란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배워나가고 있어요.
돌이켜 보면 학교에서는 주로 관계를 맺고, 끊어내고, 다가가는 방법, 마음을 잘 전하는 방법, 상대를 생각하는 방법 같은 것을 배웠던 것 같아요. 내가 제일 서툴러하는 부분이었어요. 하지만 다들 따뜻하게 알려주었어요. 왜 이때까지 몰랐을까 싶어요. 사람들과 부대껴 본 적이 있어야 말이죠. 이런 것처럼 아주 작은 부분, 당연한 것들을 배웠어요. 그리고 그 가르침들은 날 움츠려들고 죄책감을 지어준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넓혀 주었고 건강하게 해주었어요. 하자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받아가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