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돌 노트>는 하자센터에서 '판돌(판을 만들고 돌리는 사람)'이라 불리는 사람들을 만나, 판돌들의 커리어와 일터로서의 하자에 대해 이야기 나눈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첫 번째 인터뷰이는 오디세이학교 교사와 교육기획팀 판돌을 거쳐 메이커스페이스팀에서 일하고 있는 6년차 판돌 효효를 만나보았습니다. 효효는 특별히 올해 육아휴직을 앞두고 인터뷰에 응해주셨답니다! 하자의 기획자는 어떤 사람들이고 또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효효의 이야기를 통해 소개합니다.
들어가기 전에
- 하자에서는 보다 수평적인 소통을 위해 본명/직급 대신 하자 이름(별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에 등장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는 <프로젝트> 게시판에서 자세히 알아보실 수 있습니다.
판돌 노트 기획자 편 - 효효
#메이커스페이스팀 #교육기획 #메이킹 #독립러프로젝트 #오디세이학교 #팀워크
안녕하세요. 효효! 자기소개와 팀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효효라고 합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메이커스페이스팀은 청소년이 작업을 중심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일을 하는 팀이고, 저는 하자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프로그램 기획도 하고 있어요. <독립러 스테이지>, <젊고 용감한 워크숍>, <이번 메이킹은 망했어>와 같은 단기 워크숍은 주로 제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자센터는 어떤 곳인가요? 효효의 언어로 하자를 소개해주세요.
하자센터는 청소년이 해보고자 하는 작업을 할 수 있는 청소년 기관이에요. 팀마다 사업마다 색이 너무 달라서 한 번에 설명하기 어렵네요. 판돌마저도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곳. 그래도 이야기해본다면 청소년의 입장과 필요를 파악하려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고, 시대 읽기도 하면서 미래를 보면서 가려고 노력하는 곳인 것 같아요.
효효는 영화를 공부하셨다고 들었어요. 하자에 오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고 또 하자에서 어떻게 일하게 되셨나요?
한 마디로 "사람 뜻대로 되는 게 없다"(웃음) 저는 학교 다닐 때 PD 역할을 주로 했는데요. 졸업할 때 영화계가 진짜 어려웠어요. 생활이 안 될 정도의 박봉에 근로기준법 준수는 꿈도 못 꾸고, 젠더 감수성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래서 친구들이 현장에 갈 준비할 때 저는 토익 공부하고 그랬어요.
그러다 처음엔 영화제에서 커리어를 시작해서 축제 - 마을 만들기 - 공공디자인 이렇게 일을 이어왔어요. 그 다음엔 문화기획사에 입사하게 되어서 프로젝트로 청년들의 귀농/귀촌 관련 연구를 하게 됐거든요. 그때 10대~20대 초반 청소년을 엄청 만나고 다녔어요. 그러면서 청(소)년 교육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청년허브나 하자센터 같은 곳에서 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2015년경 하자에 입사하게 됐네요.
그런데 효효는 하자에서 교사 역할을 먼저 맡으셨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1년차에는 제가 기획부 입사를 했는데 프로그램 기획이 아니라 오디세이학교 담임을 맡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하자에 교육에 관심이 있어서 오긴 했지만 익숙했던 교육기획 일이 아니라 교사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처음엔 두렵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는데 '이제 더는 내가 담임이나 강사로서 역할을 하게 되는 걸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왔구나' 하고 받아들였던 기억이 나요.
하자에서 일하기로 결정한 제일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예전 회사에서 일할 때 하자와 연이 있는 사람들과 일한 적이 많았는데 재밌고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조한(조한혜정, 하자의 가장 오래된 주민, 하자센터 설립자)에 대한 궁금증이나 하자 출신 사람들과 교집합이 있다 보니, 하자가 궁금해졌어요. '여기는 뭐 하는 곳인데 이렇게 재밌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었고 작업장학교나 목화학교 등 하자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이 좋아 보였어요.
하자에서 기획을 해보니 어떠신가요?
하자에서는 기획할 때 자율성을 많이 주는 것 같아요. 이전 직장에서는 리서치 단계부터 PT로 보고하면서 하나하나 컨펌받는 방식이었는데 하자는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부터 열려있거든요. 저는 기획할 때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 주변 환경을 보면서 필요한 것들을 해야 한다'고 배웠어요. 그래서 메이커스페이스팀에서 일을 시작할 때 하자에 원데이 클래스가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그런 포맷으로 기획해 보려고 생각했어요. 청소년들이 하자에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한 거죠.
그럼, 그동안 어떤 일을 하셨나요?
오디세이학교 담임 이후에도 <공공진로학교> 등 교육기획 일을 해왔고, 올해는 청소년들이 평소 만나기 힘든 '독립러'1)를 발굴해서 함께 워크숍을 하는 <독립러 팝업스쿨>을 운영했어요. 처음 기획할 때는 특성화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캠프였는데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형식으로 변경하게 되어서 작업실을 찾아가 현장의 모습을 영상으로 만들고, 줌에서 청소년과 독립러들이 만나 그들의 이야기도 듣고 질의응답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또 제가 진행한 다른 프로그램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실험하고 작업할 수 있도록 집으로 메이킹 키트를 보내주는 <이번 메이킹은 망했어>가 있었고, 하자를 드나드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작업으로 워크숍을 기획하고 진행해보는 <젊고 용감한 워크숍>도 진행했어요.
1) 독립러: 거대자본 없이 자신만의 서사로 삶과 일을 기획하여 활동하고 작업하는 이들을 일컫는 말
온라인 컨퍼런스 <독립러 스테이지>를 진행중인 효효
메이커스페이스팀 판돌로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나요?
저는 하자에 점점 더 다양한 청소년이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늘 갖고 있었어요. 그래서 청소년들이 (보다 대중적인 관점에서) 그동안 비싸서, 접근성이 떨어져서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자에서 해볼 수 있도록 오픈했죠. 독립러 같은 경우에도 SNS에서 떠오르는 작업자분들을 섭외하려 노력했어요. 그래서인지 제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에는 하자에 처음 오는 청소년이 진짜 많았네요.
기획을 잘 하는 팁이 있다면 뭘까요?
기획이 뭘까요.. 참 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기획을 혼자 해서 잘 된 경우는 못 본 것 같아요. 메이커스페이스팀에 와서 좋았던 게 제가 던진 작은 아이디어를 원쓰(메이커스페이스팀 판돌)가 실물로 만들어준 적이 있어요. 아이디어가 소위 '구려도' 만들어준 거죠. 그걸 보면서 내가 상상하고 기획했던 것을 같이 구현해줄 사람이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메망' 때도 그랬는데, 애고랑 원쓰가 키트 내용물을 많이 만들어줬어요. 실행까지 이어지는 경험이 기획에서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좋은 기획을 하려면, 좋은 팀원들을 만나야 한다. 결국 운이네요. (웃음)
하자 판돌들은 명함 만들 때 6가지 디자인 중에 고를 수 있잖아요.2) 효효는 어떤 그림을 고르셨나요?
저는 이 그림이요. 원래 제가 입사했을 때는 자기 명함은 자기가 만들어야 했어요. 디자인을 가르쳐주는 명함 워크숍이 있었거든요. 그러다 하자 전체 명함 리뉴얼이 있어서 지금 디자인이 됐네요. 이 그림을 고른 건 다른 디자인을 하나씩 하다 하다 고른 것 같아요.
하자에서 일했던 첫해 오디세이학교 수료식이 좋았어요. 오디세이학교는 17세 청소년들이 1년 동안 갭이어를 갖는 학교인데요. 수료식은 1년 동안 배운 것들을 나누고, 서로 축복해주는 자리에요. 죽돌들의 부모님도 오셔서 같이 우시기도 하고요. 그때는 학교에서 '하와이 워크숍'을 했을 때라 수료식 때 훌라춤도 추고, 서로 블레싱 하면서 끝냈는데 너무 아름답고 좋은 장면이었어요. 오디세이학교 교사는 일반 학교 교사랑 다른 경험이었고, 정말 좋아서 열심히 일했거든요. 제가 한 만큼 돌아오는 걸 많이 느꼈어요. 수료식이 끝나고 방학을 했는데, 여운이 오래 가더라구요. 그때만큼 청소년을 진하게 만난 경험이 처음이었고 하자가 나에게 인간으로서 좋은 경험을 하게 해주는구나. 생각했어요.
그럼 올해는 어떠셨어요?
올해는, 팀원이 너무 좋았어요. 완전 어벤저스! 서로 피드백이 너무 잘 됐고 신뢰가 잘 쌓여있었던 것 같아요. 연초에 팀 빌딩을 위해 세미나를 했는데 단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예를 들면 '지속가능성'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각자 생각하는 의미를 나누기도 하고 그런 게 도움이 됐죠. 결론이 안 나는 걸 붙잡고 얘기했지만 서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또 어떤 마음으로 사업을 대하는지 마치 MBTI처럼 나누는 느낌이랄까.
그동안 어려웠던 순간은요?
일 자체가 어렵다기보다, 늘 사람이 어려워요. 청소년을 만날 때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얼마나 깊게 만나야 하는지, 원데이클래스를 하면 일회성 프로그램인데 하자의 문화를 얼마나 담아야 하는지 그런 것들이 항상 고민이죠. 선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늘 모르겠어요. 동료들 대하는 것도 어려울 때가 있고요.
하자에는 일곱 가지 약속도 있고 판돌들 사이에는 일약속도 있잖아요.3) 일약속 중에 맘에 드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잡담하자' 좋은 것 같아요. 잡담을 싫어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스몰톡이 기획할 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잡담이 쌓여야 신뢰도 쌓이는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또 저는 일을 재밌게 하고 싶은 게 1순위에요. 근데 재밌게 하려면 말랑해야 하니까. 잡담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판돌로서 일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어떤 사람이 판돌이 되면 좋을까요?
행정력 아닐까요? (웃음) 아, 융통성이요. 하자가 변화무쌍하고 시대도 시대잖아요. 예전에 저는 '일만 잘하면 된다'는 주의였는데, 선배들을 보니까 '일잘' '말잘'보다 융통성이나 눈치가 있어야 하는구나. 느꼈어요. 유연하게 일할 줄 아는 분이라면 하자에서 일하기 그렇게 힘들진 않을 거예요. 기본적인 건 지키며 일하려는 조직이니까요. 저도 하자에서 일하면서 많이 유연해졌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