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암웨이와 하자가 진행하는 ‘생각하는 청개구리’가 2013년에도 어린이와 함께 했습니다. 문화예술작업자와 어린이가 만나 공동작업을 하는 9개 창의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었고 창의페스타, 움직이는 창의놀이터 등 다양한 축제를 통해 더 많은 어린이들에게 함께 어울리는 재미와 손작업의 즐거움을 느끼게 했습니다. 지난 2013년 한 해 동안 청개구리들이 달려온 이야기를 나눕니다.
어린이들이 모여 다 같이 문제집을 풉니다. 다 끝낸 어린이들은 ‘몇 개나 맞았을까?’ 걱정하며 선생님에게 갑니다. 빨간 펜으로 채점을 마치고 옆 친구와 비교합니다. 문제를 맞힌 어린이는 으쓱해지고, 문제를 틀린 어린이는 시무룩해집니다. 정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다 보니 누구는 승자가 되기도 하고 또 누구는 패자가 되는 거죠. 공부에 흥미가 없는 어린이들은 쉽게 무기력해지고 자존감이 떨어집니다. 모두 ‘창의적인 인재’를 말하지만 경쟁하고 비교당하는 교육환경에서는 다양한 생각을 하기 어렵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교육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생각하는 청개구리’는 일찍부터 서로 경쟁하며 옳고 틀림을 주입받았던 어린이들에게 창의성을 길러주는 문화예술 창의 프로그램을 제공했습니다. 2013년에는 서울, 경기 지역에서 9개 프로그램이 운영되었습니다. 지난 1년 150여 명의 어린이들은 27회 차 창의교육 프로그램을 함께하며 자신 또한 문화예술작업자라는 걸 발견했습니다. 어린이 작가들은 애니메이션, 두들링(자유로운 낙서), 사진, 춤, 감정, 음악 등을 매개로 창작물을 만들었습니다.
예술과 마주했던 어린이들은 ‘잘함’과 ‘못함’, ‘좋음’과 ‘나쁨’이라는 획일적인 구분을 벗어나 다양성을 발견했습니다. 그 발견은 어울림으로 이어졌습니다. 숨겨져 있던 친구의 끼와 재능을 ‘창의페스타’라는 동네 어린이 놀이터에서 발견하며 뛰놀았습니다. 여러 문화예술 워크숍 부스에서 어린이들은 다양한 손작업을 하며 손끝에서 나오는 창의를 체험했습니다.
“따로 또 같이” 사진과 음악이 만난 창의교육 프로그램 ‘우리의 얼굴’
우리 얼굴은 조금씩 닮아 있어 / 우리 생각은 조금씩 모여 있어 / 눈은 두 개, 코는 하나 / 귀는 두 개 / 입은 하나 / 우리 생각, 모아 모아 / 우리 같이 노래해 /
12월 7일 하자센터에서 열린 공유마당에서는 어린이 뮤지션들이 직접 만든 세줄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했습니다. ‘우리 얼굴 우리 마음’이라는 곡은 사진과도 만났습니다. 어린이 사진작가들은 노래의 주제에 맞춰 친구들의 얼굴과 사물들을 찍으며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흔히 보던 콘센트는 눈이, 그 아래 달려있던 전화 단자는 코가 되었습니다. 공유마당은 음악과 사진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 감정 · 두들링 · 춤 등 다양한 매체를 기반으로 9개 지역에서 각각 진행되었던 창의교육 프로그램들이 함께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자센터는 문화예술작업자들이 서로 만나고 어울리며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문화예술작업자와 지역아동복지센터를 단순 매칭해 주는 것을 넘어 홀로 활동하던 문화예술작업자들이 서로 어울리며 작품을 만들면서 그들의 생태계를 꾸려나가는 것까지 도왔습니다. 인디 뮤지션 몬구, 사진을 기록하며 기억을 만드는 ‘기억발전소’, 예술가들의 창조적 공유지대 ‘초록옥상’이 힘을 모아 6주간 진행되었던 ‘우리의 얼굴’ 프로그램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어린이들은 1년 남짓 진행해 온 자기만의 매체뿐만 아니라 다른 매체를 만나고 협업하며 함께하는 즐거움을 체득했습니다. 사진과 음악이 만난다는 건 낯설고 어색하지만 문화예술작업자들과 어울리며 자연스레 새로움을 만들었습니다. 진정한 창의성은 문제풀이와 같은 반복되는 훈련을 통해 얻어지는 게 아니라, 불규칙하고 우발적인 상황을 마주했을 때 함께 고민하고 일하며 만들어지는 거니까요.
그동안 함께 했던 ‘기억발전소’의 박소진 작가는 “1년 동안 어린이들에게 알려준 것보다 배운 게 더 많았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생각하는 청개구리 창의교육 프로그램은 선생님과 학생이라는 구분을 넘어서 어린이도 작가의 입장에서 공동작업을 벌인 시간이었습니다.
“어린이가 마을을 가꾸다” SOS 우리동네 프로젝트
하자센터에는 하자작업장학교가 있습니다. 영상, 음악, 춤, 디자인 등 매체를 가지고 작업하는 청소년들이 다니는 대안학교입니다. 하자에 죽치고 붙어 일을 벌인다고 하여 ‘죽돌’이라고 부르죠. 청소년 문화예술작업자인 죽돌들은 SOS지역아동복지센터에 매주 방문해 어린이들과 문화예술 작업을 했습니다.
“1년 동안 SOS 어린이들이 하자작업장학교와 함께 페스테자 공연도 하고, 감독과 배우로 우리동네 영화를 찍고, 함께 만든 보드게임으로 동생들과 놀면서 신월마을에 이야기 바람이 불었어요.” SOS지역아동복지센터 최정희 선생님이 말씀해주셨습니다. 창의성은 공동체의 산물이라는 생각으로, 어린이들로부터 발견된 창의성이 마을을 위해 쓰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제 아무리 특별한 사람도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기에 창의적인 일은 서로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어린이 창의페스타
‘어린이 창의 페스타’는 하자센터가 주관하는 마을장터 ‘달시장’ 안에서 어린이와 부모님이 함께 하는 워크숍으로 다양한 문화예술작업자들이 영등포 지역 어린이들과 함께 5월부터 10월까지(혹서기 7월 휴장) 한 달에 한 번, 총 5회 진행되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마지막 주 금요일 저녁에 열렸던 ‘어린이 창의페스타’는 영등포 어린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작은 축제로 자리잡았죠. 진행을 도와주며 제몫을 단단히 해냈던 어린이 작가들을 비롯해 즐거운 워크숍 프로그램을 어린이들과 함께 만들었던 문화예술작업자들의 덕분입니다. ‘창의페스타’는 매달 ‘함께’라는 기본 주제와 생태, 놀이 등 가족, 친구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구성해 어울림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했습니다.
‘움직이는 창의 놀이터’는 분당 암웨이 브랜드 센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6월에 1회, 9월에 1회, 총 2회로 진행된 ‘움직이는 창의 놀이터’는 암웨이를 이용하는 회원 가족들과 분당 지역 어린이와 가족들. 그리고 문화예술작업자들과 함께 하였습니다. ‘움직이는 창의 놀이터’에서는 기존의 워크숍과는 달리 손으로 할 수 있는 창의적인 프로그램들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움직이는 창의 놀이터’은 크게 만들기와 놀이, 두 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만들기 프로그램으로는 재봉틀로 그림을 그려보는 ‘재봉틀로 하는 드로잉’, 폐지를 이용해 종이를 만드는 ‘나무로부터 나무에게, 재생종이 만들기’, 실크스크린 기법을 써서 나만의 엽서를 만들어보는 ‘실크스크린으로 손엽서 만들기’까지 다양하게 선보였습니다.
놀이 프로그램으로는 ‘슛-골인 콩주머니 던지기’ 와 ‘상상 팡팡 오목 놀이’ 등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상상하며 즐길 수 있는 아이템들을 마련했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직접 만들어보고 놀이를 체험한 어린이들과 가족들은 거듭 다음엔 또 언제 열리는지 물어보았답니다.
“안녕, 내년에 또 만나요!” 생각하는 청개구리들이 맺을 열매를 기다리며
어린이들은 지난 12월 7일 하자센터 신관 하하허허홀에서 열린 공유마당에서 문화예술작업자로서 한 해 동안 가꾼 열매인 작업물을 나누었습니다. 생각하는 청개구리의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자리였습니다. 열매에는 지난 1년 동안 한 뼘 더 자라난 어린이들의 마음이 담겼습니다. 아이들은 공유마당에서 나 아닌 누군가를 생각하며 자연스레 손 내밀었습니다.
사진작가 어린이는 손님들의 얼굴을 담았습니다. 어떤 어린이는 자기가 만든 영상을 보여줬죠. 바람개비를 만들어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한 땀 한 땀 만다라를 그렸던 어린이도 있었고요. 자기가 직접 만든 보드게임을 소개하던 어린이도 기억납니다.
‘씨앗주머니’를 모두의 목에 걸어주며 올해 ‘생각하는 청개구리’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제 그 열매 안에는 새해를 준비하는 씨앗이 담겨있겠죠. 교사, 스태프, 문화예술작업자들이 어린이들과 나눴던 씨앗. 그 씨앗으로 앞으로 또 한 해 동안 새롭게 맺게 될 열매를 상상해봅니다.
글 / 누리에(최수임, 생각하는 청개구리 운영팀), 다담(이정규, 생각하는 청개구리 운영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