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눕청(누워있는 청년들)의 일상을 새롭게 만드는 팔랑주머니의 해초입니다. 팔랑주머니는 “이불 밖은 위험해!”를 외치는 청년들과 함께 생활 속 놀이의 가능성을 찾고 눕청 네트워크를 꾸리는 문화기획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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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센터에 뿌리를 두고 활동한 지난해 총 일곱 번의 놀이행사를 진행하면서 312명의 눕청들과 연결될 수 있었어요. 놀이에 참여한 행사 참여자들은 이렇게 전해왔답니다.
“정답이 없어 우리가 하는 모든 게 정답인 것처럼 느껴져 위로를 받았습니다.”
“혼자 있으면 제일 무서운 게 자기 생각에 매몰되는 거잖아요. 세계가 그렇게 좁아지는 것 같고. 그래서 친구들에게 이런 곳도 있다고 알려주고 싶어요.”
눕청들과 함께 마음껏 뛰노는 시간을 직접 기획하기까지에는 하자센터라는 실패해봐도 괜찮은 안전망과의 만남이 자리하고 있어요. 2022년 가을, 하자센터와 처음으로 연을 맺었던 날을 기억합니다. 원탁방에 둘러앉아 <문화기획실습>을 수강하던 중 판돌 아키가 건넨 한 문장은 저의 일상을 뒤흔들었어요. “좋은 문화기획은 나로부터 출발하는 문화기획이다.”
당시 졸업을 앞두고 저는 심각한 불면 한가운데 있었는데요. 긴 대학생활 동안 갓생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다 찾아온 번아웃이 원인이었습니다. 종일 침대와 한 몸이 된 채 넷플릭스를 보거나 불 꺼진 방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무한 스크롤하며 개인화된 힐링으로 빠지는 나날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불안함에 쫓겨 SNS로 회피하면 회피할수록 불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어요. 남들처럼 생산적인 삶을 살지 못한 채 뒤처저가는 스스로가 답답하면서도 침대 밖으로 내딛는 걸음걸음이 점점 두려워졌던 것이죠.
내 몸 하나 통제할 수 없다는 불안이 극에 달하던 때 스스로의 필요와 열망을 돌아보는 시간은 삶의 전환점이 됐습니다. “하자(Let’s)”는 구호가 내걸린 거리를 오가며 용기를 얻은 걸까요? 생산성 강박은 내려놓고 일단 침대 밖으로 발을 내딛어보기로 했어요. 갓생살이에 지친 팔랑주머니 멤버들은 별다른 ‘생산적인’ 이유도 목적지도 없이 모여 학교 뒷산을 산책했습니다. 교정 곳곳에 씨앗을 심기도 하고, 때로는 “회의도 재미있게!” 라는 일념으로 김포공항 탑승수속 게이트 앞에서 회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몸쓰기가 잦아지니 정오가 되어야 겨우 잠들던 수면패턴에도 변화가 생겼어요. 팔랑주머니와 함께한 시간은, 생산성 강박, 부정적 자아상, 실패공포라는 이름의 그늘이 드리워진 일상에 한 줄기 빛으로 새어 들어왔습니다.
눕청 당사자의 일상을 뒤바꾼 이 빛을 저는 놀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이불 밖은 위험해!”를 외치며 누워있는 청년들에게는 놀이를 통해 실패공포를 딛고 일어서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침대 밖으로 발을 내딛는 것, 외출을 위해 샤워하는 것, 사람과 눈을 맞추며 대화하는 것. 눕청에게는 도전입니다. 생산성 강박으로 인해 몸과 마음 근육이 약해진 청년들에게는 일경험 제공 이전에, 부담 없이 자유롭게 뛰노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마치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준비운동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죠.
팔랑주머니는 정답을 향한 레이스에 지친 눕청들과 손을 맞잡고 엉거주‘춤’을 추려고 합니다. 언뜻 쓸모없는 것처럼 보이는 놀이를 완벽하지 않더라도 춤을 추듯 계속해나가며 다양한 눕청들과 연결되는 가운데, 실패해봐도 괜찮은 안전망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놀이 경험을 매개로 꾸리는 청년 커뮤니티가 생산성 강박, 부정적 자아상, 실패공포로 인해 지친 눕청들의 일상을 바꾸는 무대가 되기를 꿈꿉니다. 저희와 함께 엉거주‘춤’ 추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