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進路)라는 단어 속에는 ‘길’이 숨겨져 있습니다. ‘길’은 어떤 공간이기도 하지만 그 위의 ‘존재’의 움직임에 따라 시간의 흐름이 담깁니다. 누군가의 여정을 엿듣는 것은 늘 흥미롭습니다.
2021년 10월 30일 ~ 11월 18일 진행한 <진로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청소년&교사 FGI>는 학교 연계 진로프로그램 개발을 위해서는 '중고등학생과 교사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우선 어느 연령대의 청소년을 만나면 좋을까 고민했고, 교과 중심의 교육에서 창의적 체험과 융합적 사고를 위한 기존의 교육제도에 틈을 낸 '자유학년제' 를 경험한 중3~고2 청소년을 그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 전의 기억이 또렷할 수는 없겠지만, 시간이 지난 후까지 되살아나는 경험이 주는 힌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학교에서 시도되고 있는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교라는 제도와 시스템을 이해해야 실현가능한 학교협력 프로그램 기획이 가능하리라 생각했기에 교사들과 만났습니다. 자유학년제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1학년 교사와 고등학교 진로 교과를 담당한 적이 있는 교사를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청소년들은 서울과 경기, 광주에서, 교사들은 서울, 경기, 대전, 경북 랜선을 타고 온라인 원탁에 둘러앉아 진지한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진로를 탐험하는 시간여행> 진로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청소년&교사 FGI
- 2021년 10월 30일 ~ 11월 18일, 총 9회
- 온라인 회의실
- 청소년 열 여덟 명, 교사 여덟 명(총 26명)
누구를 만났나요?
중학교 3학년 부터 고등학교 2학년 까지 중고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 열여덟과 만났습니다. 이들은 서울, 경기, 광주에 살고 있지만, 2017년~2019년에 중학교에 입학하여 2016년부터 본격화된 자유학년제를 경험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예전 일이라 기억이 날까 싶기도 했지만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하나둘 떠올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본격적으로 진로탐색을 시작한 세대이기 때문에 지금의 진로 탐색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가설을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답변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며 협동하여 문제를 해결해 가는 연습이 이루어지는 시기로 진로 탐색을 위한 역량이 움트는 시기였을 것이라고 짐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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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들의 자유학년제 참여 프로그램 / 자기소개 드로잉 모음
'미래 사회와 자신'을 상상하기 위해 어떤 질문을 던졌나요?
‘내일의 나’를 상상하기 위해서는 미래 사회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나와 사회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 정도를 더 살아 냈을 20년 후의 어느 날을 설명하기 위한 키워드를 뽑아보았습니다.
‘돈, 세금, 군대, 독립, 학습, 직업’과 같은 현실적인 단어부터, '인권, 유리천장, 기술발전, 기후변화,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세계화' 라는 거시적인 단어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다루어졌습니다. '인공지능(AI), 전기차, 친환경 에너지, 로봇, 우주, 약(의학 연구)' 등 미래의 구체적인 변화는 자신의 꿈과 연결해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새로움, 변화, 속도, 안정, 성숙, 유지, 편리함, 자신, 인연, 연결, 일, 취미, 즐거움, 재미'와 같은 키워드로 자신이 바라는 미래상을 덧칠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여덟 명의 중고교 교사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는데 비교해 볼만 합니다.
‘오늘의 나’의 꿈이 무엇인지 이야기 나누어 보았는데 대체로 구체적인 ‘직업인’을 상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회사원’, ‘사장’, ‘무업’, ‘프리랜서’와 같이 고용 형태를 이야기한 청소년도 있었는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무엇을 하는 직업인지 외에도 어떤 노동의 형태로 구현될 것인가에 대해 조금 더 생각을 나누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0년 후 미래 사회 키워드(좌-청소년, 우-교사)
오늘의 청소년은 어떻게 진로를 탐색하고 싶어 하나요?
진로를 탐색할 때 누구의 영향을 많이 받는가 살펴보니, 이미 가까이에 있는 '아는 사람'과 실제로 친분은 없지만 자신이 알아가고 싶은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르는 사람'으로 구분되었습니다. 부모님, 형제, 선생님, 교회 형 그리고 친구들이 전자에 속하고 작가, 전문 강사, 디자이너, 진학하고 싶은 학교의 대학생과 교수, SNS 인플루언서 후자에 속합니다. 가까운 사람들을 관찰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새로운 사람들의 작업과 일을 탐구하는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기획하는 힘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미 청소년들은 학교와 학교 밖에서 다양한 형태로 경험을 쌓아가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잠재력을 알아가는 적성검사, 교과수업 뿐만 아니라 동아리나 방과후 선택 프로그램에서 습득하게 되는 지식과 관점, 고전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체 등으로 접하게 되는 주제들을 또래의 관점에서 친구들과 대화하기 등이 그것입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맞춤형 진로탐색 프로그램을 상상해보았습니다.
처음 보는 청소년들이 많게는 일곱 명까지 100분 남짓 함께하다 보니, 질문을 확장하여 다양하게 상상해 보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자료는 아니기 때문에 결과를 분석하고 뚜렷한 전망을 한 연구보고서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고민해 가는 누군가의 흔적이 전시된 갤러리라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감상해 보시길 권합니다. 어떤 작품 앞에서는 화자의 시선이 어디에 있을지 짐작해보고, 어떤 작품 앞에서는 그들과 함께 나란히 걷는 상상을 하다보면 길 위 누군가의 시작점은 출발선이 되고 시간이 덧입혀진 여행길이 됩니다.
인터뷰집은 청소년 인터뷰, 교사 FGI, 인터뷰이인 청소년들과 교사들의 자기소개, 인터뷰어인 하자센터 소개가 이어집니다. 소감이나 청소년 인터뷰와 관련하여 아이디어를 전하고 싶은 분들은 may@haja.or.kr 또는 하자 홈페이지 채팅문의에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