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센터, 어디까지 가 봤니? _ 오류중학교, 한 달의 기록 하자 진로교육 <교육협력> 소식
슬슬 더워지는 5, 6월을 지나 7월 초까지. 다섯 번의 목요일은 오류중학교 청소년들이 오는 날입니다. 중 3학생을 중심으로 모인 6명의 학생들은 목공을 비롯한 하자센터 곳곳의 소소한 일들을 하며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의 ‘경계 넘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본 프로젝트는 목공 실과수업을 통해 학교 밖에서도 배움의 시간을 가져보기 위해 오류중학교와 하자센터가 함께 기획하였습니다. 목공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모였지만, 하자마을을 한 바퀴 돌며 목공 외에도 카페에서 놀거나, 요리를 만들거나, 자전거를 타고 싶은 속내를 내비쳐 틈틈이 놀기도 하고, 작업하기도 하는 시간으로 만들어 갔습니다. 하자에서 보낸 한 달의 시간, 함께 들여다볼까요.
1) 마을 한 바퀴
첫날에는 함께 인사도 하고, 간단한 소개와 마을 곳곳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냥 ‘목공’만 하고 가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공간과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으로 만들어 가고 싶었습니다. “한 바퀴 돌아보니 뭘 하고 싶어졌어요?”라는 질문에 “카페 놀이요”, “자전거 타도 돼요?”, “요리하는 거요” 등 본래 목적은 잊고 이런저런 상상들을 이야기합니다. 첫날 이후 “하자에서는 하고 싶은 것을 먼저 물어봐 주어 좋았다”는 이야기를 선생님께서 전해주셨어요.
2) 도시에서 나무 구하기
목공 작업을 하기 위해 재료를 구해야지요. 큰 수레를 끌고 마을 주변을 한 바퀴 돌며 나무 구하기에 나섰습니다. 이 별난 경험은 청소년들이 참 좋아합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키득키득 웃음이 끊이질 않습니다. 드디어 나무를 수레에 실어 함께 밀며 안전히 공방으로 돌아옵니다.
3) 쓸모를 살려 무얼 만들까?
보통 물건을 나르는 데 사용되고 버려진 나무 팔레트는 보통 공사장의 땔감으로 사용됩니다.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가능한 한 큼직큼직하게 나무를 잘라 다듬는 작업을 합니다. 비로소 버려진 팔레트는 우리의 만들기 재료가 되지요. 이번에는 함께 "의자"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4) 카페놀이 + 책방놀이
학교에서 대중교통으로 하자센터에 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한 시간 남짓입니다. 날이 더워 오는데 많이 지치지요. 출발하기 전에 먹은 점심밥은 벌써 소화가 다 되어 버렸습니다. 배가 고프면 작업이고 뭐고 하기 싫어지기 마련이죠. 해서 하루는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먹고, 한 날은 아이스초코를 만들어 마을 책방에 가 시원하게 책을 읽으며 쉬기도 했습니다. 물론 책을 읽기보다는 한숨 자는 친구들이 더 많았습니다. 지민이와 수빈이가 고른 책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섹스북” 호기심에 든 책이지만, 책방의 어른 풍뎅이 책에 대한 소개와 작가 이야기를 해주자 이 책은 작품으로 보이게 되었지요. 주저하며 책을 들긴 했지만 그래도 이 책을 고르는 모습을 보며 하자센터가 조금은 편안한 공간으로 다가온 걸까요.
5) 자르기, 샌딩하기, 조립하기
놀기도 하고, 쉬기도 하고... 작업은 언제 하나?
기간을 엄수하기 위해 작업은 촘촘히 공을 들여 했습니다. 공구를 사용하다 보면 저마다 잘하는 것이 생기고 학교 성적과 상관없이 먼저 기술을 익힌 친구가 다른 친구를 가르쳐 줍니다. 혼자 할 수 없기 때문에 서로 잡아주고 지지해 줍니다. 때로 실수할 때면 웃기도 하고 서로 괜찮다고 이야기도 해줍니다. 그렇게 서로의 손길이 보태어진 나무의자가 조금씩 모양을 갖춰 갑니다.
6) 오늘은 짧은 자전거 여행을 해볼까?
벌써 넷째 날, 작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날씨가 너무 좋습니다. 오늘은 서둘러 작업을 하고 자전거 타고 밖으로 나가보기로 했습니다. 자전거를 못 타는 친구가 있어 2인용 자전거를 타기도 했습니다. ‘자전거도 차예요’ 자전거 공방 비고로의 안내를 받아 처음으로 차도를 달려 한강에 도착! 해가 쨍쨍 내리쬐지만 강바람을 맞으며 신나게 달리며, 속도를 확인하고 달려가봅니다. 짧은 자전거 여행에서 서로의 기운과 에너지를 발견하게 되었죠.
7) 마무리 그리고 쇼하자
벌써 마지막 날, 한 시간은 작업하고 한 시간은 회고를 했습니다. 나름 멋지게 디자인해보려고 입힌 색이지만 칠하고 나서 누군가 말했지요. “유치원생이 색칠한 것 같아.” 정직하게 자기 작품에 직면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바니시로 마무리를 하고 허브 갤러리에 모여 한 달의 시간을 돌아보았습니다. 하자센터에서는 이 시간을 <쇼하자>라고 하지요. 보통의 쇼하자와는 달리 지난 시간 동안 만나고 인사했던, 그리고 관심 두고 오고 갔던 마을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자리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장면을 회상하며 함께 이야기 나누었어요.
회고 중에 알게 된 사실, 3학년 졸업사진을 찍는 날과 하자센터 목공수업과 일정이 겹쳐, 승우는 전날 밤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하자센터 못 가면 학교에 안 갈래요”라는 귀여운 협박을 했다고 하네요. 다행히 일정이 조율되었고 승우는 다섯 번 모두 충실하게 참여할 수 있었지요. “승우야, 그렇게 좋으면서 좋은 티 안 내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니?”라는 원쓰의 말에 살짝 얼굴이 빨갛게 되었지요. 그렇게 마을에서 만난 풍뎅, 절미, 나은, 거인, 봄, 네모, 바다, 토리, 마디, 거품 등 오가며 인사했던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를 했습니다.
8) 그 후...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앉을 의자를 고민하며 작업했던 한 달의 시간이 훌쩍 지났네요. 학교 한 켠에 놓인 이 의자를 보며 함께 만들었던 ‘시간’을 기억하고 서로의 지지대가 되어 주는 일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의자는 학생들이 자주 드나드는 교실 복도에 놓기로 했답니다. 의자 이름은 “하자의자_하자가 많아서”, “튼튼의자_튼튼해서”, “생각하는 의자_앉으면 생각이 많아질 것 같아서” 등의 후보가 있었는데 무엇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