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마을인문학 입문 -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다 하자마을에서 우리 서로주저 없이 묻고존재의 쓸모를 궁리하며함께 살아 볼까요?
“조한의 강의 내용 중에서 소통의 불화, ‘사람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해봤자 그대로 상대방에게 전달되기는커녕 잘못 넘겨짚어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으니까 괜히 말 꺼내기 싫어지고 진지한 나의 이야기보다는 단순하고 평범한 대화만을 하게 된다’는 부분이 인상깊어서 고립된 사람들의 관계를 그림으로 그려보았어요!” – 하자작업장학교 고등과정 마야(아래 이미지 왼쪽)
“하자마을에서 서로를 알고 인사할 수 있는 즐거운 소통의 장이 열리면서 마을이라는 단어가 다시 참신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또 작은학교(중등대안학교) 때 느꼈던 마을과는 다르게 조금은 특별한 하자마을에서 마을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을 보고 그 안의 사람들을 보고서 또 나의 역할과 위치를 보며 다른 사람을 그리고 나를 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하자작업장학교 고등과정 꼬마 (아래 이미지 오른쪽 )
지난 3월 12일 “생각을 살리고 - 이 우연한 만남, 전환을 위한 1년”이라는 조한의 강의를 시작으로, 14일 유자살롱 아키의 “기운을 살리고 - 무중력 시대, 나를 끌어당기는 중력은 어디에 있을까?”, 19일 로드스꼴라 어딘의 “관계를 살리고 – 여긴 어디, 나는 누구?”, 21일 목공방 활의 “공간을 살리고 - 삶 디자인 : 공공생활거점 ‘살리고 살리고’”, 26일 자전거공방 학이의 “기술을 살리고 - 아라우에서 밀양까지 : 거대기술의 탄생, 그 이후”, 28일 부센터장 물길의 “마을을 살리고 - 하자마을에서 놀자, 배우자, 살자!”를 마지막으로 <하자마을인문학 입문> 전 과정이 진행되었습니다.
자본시장으로 마을이 사라져버린 시대, 태어난 마을은 아니지만 하자마을에서 살게 된 네트워크 학교 99명의 학생들은 처음으로 다함께 둘러앉아 인문학 공부를 하였습니다. 함께 공부할 공간을 청소하며 앉을 자리를 펼치기도 하였고, 모두의 앞에 서서 자기소개도 해보고 다른 학교 친구들과 모둠을 이뤄 토론 하거나 손을 잡고 눈을 마주치며 왈츠도 추었습니다. ‘말로만 전해 듣던’ 전설 속의 조한이 눈앞에 나타나 ‘진화’와 ‘진보’와 같은 조금은 생소하고 어려운 단어를 꺼내놓기도 하였고, 아키의 주문으로 하자마을에서 ‘나’를 끌어당기는 공간, 사람, 일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나’를 닮은 책 속의 주인공과 닮고 싶은 책 속의 주인공을 찾아보거나, 돈이 많이 안 들면서 즐거울 수 있는 일도 찾아보았고, 미세먼지와 핵발전소 사이에서 고민도 하였습니다. <언제나 마음은 태양>이라는 영화도 함께 보았네요. 스스로 말괄량이 삐삐를 닮았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고, 말괄량이 삐삐를 닮고 싶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또, 누군가는 푹신한 소파, 따뜻한 책방, 탁 트인 옥상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구요. 이렇게 서로를 조금씩 알게 되고 낯이 익어가는 시간이었겠지요?
<1강 조한의 강의를 듣고 인상에 남는 것을 그린 그림>
“성냥이 우리 하나하나를 나타내는데 원은 현재의 우리들, 지금의 상황(둥글게 모여 앉은 우리들)을 보여주는데 성냥이 불에 붙으면 아주 잘타죠. 하지만 타기 위해서 무언가 혹은 도움이 필요하죠. 그래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그 원이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 작업장학교 고등과정 벗아(아래 이미지 왼쪽)
공동체, 사람들이 손을 잡지만 그 손을 잠시 놓을 수도 있는 꽉 막힘이 아닌 자유로운 공간과 틈새가 있는…. -로드스꼴라 알로하(아래 이미지 오른쪽)
<하자마을인문학 입문>은 한국사회를 대표하는 지성이자 사회적 공공재인 조한이 35년간 머물렀던 대학 강의실을 떠나 하자마을에 들고 온 첫 선물이었습니다. 조한은 이번 마을인문학 입문에서는 서로 말을 쉽게 걸 수 있게 된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하였습니다. 수업에서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해도, 내 귀에 들리는 것이나 어쩐지 마음에 드는 이야기가 있으면 마음에 담아두었다가 가끔 꺼내보고 때로는 하자마을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된다는 것이지요. 하자마을에는 다양한 사람이 모여 살고 있고, 스스로 되돌아보고 반성하고 협력하면서 지혜롭게 살아가기를 원하는 이들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고민이 생기면 무슨 책을 읽어야 하는지 혹은 누구와 이야기를 하면 될지 생각이 난다면 그는 이미 ‘생각하는 사람’이 된 것이고, 미래를 향한 ‘앎’의 여행을 동시대인들과 함께 시작한 것이라 합니다. 조한을 든든한 버팀목 삼아 하자마을에서 ‘창의적 공유지대’를 만들어가고 시장과 국가의 독점화로 위축되고 소멸되어가는 공공재를 지켜내고 확보해나갈 지혜를 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