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제13회 서울청소년창의서밋 펠로우세션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에게, 마음 글쓰기>를 기획/진행한 펠로우 댕의 후기입니다.
세션 정보는 이곳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학창 시절, 수학여행을 위해 떠난 통영에서 ‘느린 우체통’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 수신자의 주소로 편지를 적으면 그 편지를 1년 뒤에 보내주는 우체통이었다. 신기한 마음에 1년 뒤의 나에게 적는 편지라 생각하고 우체통에 넣었던 것이, 점차 기억 속에서 잊힐 때쯤 내게로 다시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1년 전의 내가 1년 후의 나에게 쓴 편지를 읽으며 웃기도 했고,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인연에 신기해하기도 했으며 아직 이루지 못한 일에는 아쉬움을 내뱉기도 했다.
또, 고등학교를 자퇴한 후 참가했던 외부 프로그램에서는 매 주마다 ‘나’에 관한 주제로 글쓰기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나를 일곱 가지의 단어로 표현했던 첫 번째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 나라는 사람을 분해해서 나를 조각조각 이루고 있는 것들을 돌아보고, 또 그것을 글로 적어보는 행위는 낯설었지만 한편으로는 색다른 감각이었다.
그리고 현재, 창의서밋 펠로우 프로그램에 지원하면서 어떤 주제로 세션을 만들어갈까 고민하다 택한 것이 ‘나에게 쓰는 글쓰기’였다. ‘오늘의 내가 만드는 내일’이라는 서밋 주제에 맞추어 변화하는 나의 모습을 글로 적어보면 어떨까하는 구상이 뼈대가 되었다.
처음에는 특별한 형식 없이 자유로운 글쓰기라는 방식을 택했으나 중간 회의 때 다른 펠로우의 좋은 의견을 받아 ‘편지 쓰기’ 형식으로 바꾸었다. 펠로우 회의를 거치며 주고받은 피드백이 ‘마음 글쓰기’ 프로그램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오늘’을 살고 있는 현재의 내가 ‘내일’이라는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전하는 일. 글쓰기가 취미가 아닌 사람에게도 편지 쓰기는 익숙한 방식이지만, 다른 사람이 아닌 나에게 직접 편지를 작성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조금은 서툴고 오그라드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함께 마음을 나누어 줄 청소년들이 흔쾌히 세션을 신청해주었다. 그렇게 창의서밋 당일, 열 명 남짓의 청소년들과 함께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졌다.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내 마음의 일부를 보여주고 서로의 마음을 공유하는 것.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도 세션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아 주어 고마웠다. 비록 한 문장, 문단의 짧은 글이었다고 해도 말이다. 자신이 들려주고 싶었던 가장 좋은 문장을 골라 읽어주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교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창의서밋을 준비하던 이맘때쯤의 나는 많이 지친 상태였다. 과도하게 일을 벌여놓고 나의 미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매일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감당할 수 없이 일이 불어나 버리자, 너무 힘든 나머지 프로그램을 그만둘까 생각도 했었지만 내가 시작한 일이니만큼 책임감 있게 마무리하고 싶었다.
조급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던 나의 마음이 편지에도 반영된 모양인 듯했다. 서밋 당일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에게 썼던 편지는 ‘성공한 미래의 나’를 향한 기대감과 바람이 주 내용으로 적혀있었다. 현재의 내가 하고 있는 노력과 고민거리를 푸념처럼 적어놓은 뒤, 그래도 마지막에는 ‘미래의 내가 잘해낼 거라 믿어’라며 부채감을 심어준 편지는 지금 돌아보면 ‘내일’의 내가 꽤 버거워할 내용들로 적혀있었다.
내 편지를 가장 먼저 발표한 뒤, 다른 청소년들의 발표를 듣는데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던 기억이 난다. 성공을 갈망하는 나와 다르게 ‘내일’의 내가 행복해하길 바라며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사람, 현재 자신이 가진 꿈을 위해 노력하는 자의 열정, 오늘의 나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뛰어넘겠다는 의지…….
댕과 참가 청소년들이 <마음 글쓰기>를 통해 미래의 나에게 쓴 편지 중 일부
통틀어 그들에게선 긍정적인 에너지가 돋보였다.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아직 녹슬지 않은 꿈과 희망이 돋보이는 글들은 자신을 향해 ‘힘내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오히려 내가 더 위로받고 깨달음을 얻고 있었다. 조용하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 자락의 마음을 나눌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아마 내가 올해 이루었던 일들 중 가장 뿌듯한 일이 아닐까 하고 감히 확신해본다.
서로 마음을 주고받은 모든 청소년들이 ‘오늘’을 무사히 이겨내고 희망찬 ‘내일’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며.
:: 글_ 댕(제13회 창의서밋 펠로우,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에게, 마음 글쓰기' 진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