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낮 오고가는 이 세계는 하늘과 땅으로 짝지어졌다네 하늘과 땅은 서로 한몸 이루어 곡식과 나무와 들풀을 키우며 생명을 이어가는 원으로 산다네
하늘과 땅의 원 속에서 한 아기가 태어나네 아기는 자라서 무엇이 될까 딸은 자라서 처녀가 되고 처녀는 훗날 어머니가 된다네 아들은 자라서 총각이 되고 총각은 훗날 아버지가 된다네 사람은 아버지나 어머니가 되지만 여자와 남자 한몸 이루어 그리움 이어받는 원으로 산다네
보시오 그리움의 胎에서 미래의 아기들이 태어나네 그들은 자라서 무엇이 될까 우리들의 아기는 살아 있는 기도라네 딸과 아들로 어우러진 아기들이여 우리 아기에게 해가 되라 하게, 해로 솟을 것이네 별이 되라 하게, 별로 빛날 것이네 우리 아기에게 희망이 되라 하게, 희망으로 떠오를 것이네 그러나 우리 아기에게 폭군이 되라 하면 폭군이 되고 인형이 되라 하면 인형이 되고 절망이 되라 하면 절망이 될 것이네, 오 우리들의 아기는 살아 있는 기도라네
길이 되라 하면 길이 되고 감옥이 되라 하면 감옥이 되고 노리개가 되라 하면 노리개가 되기까지 무럭무럭 자라는 아기들이여 그러나, 여자 남자 함께 가는 이 세상은 누구나 우주의 주인으로 태어난다네 누구나 이 땅의 주인으로 걸어갈 수 있다네
『평등한 부모 자유로운 아이』, 또 하나의 문화 제1호, 1985
2009년에서 2011년까지 사회적 기업 ‘오가니제이션 요리(오요리)’가 하자마을에서 운영하던 다문화 어린이방 ‘하마방(하자마을 어린이방의 줄임말)’을 기억하시나요? 육아 문제를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한국에서 아이를 돌보면서 일을 하기란 매우 쉽지가 않지요. '하마방'이 생기기 전까지 오요리에서 일하던 이주 여성들은 딱히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곤란에 처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사회적 기업 오요리는 이주 여성들과 함께 안정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직장보육시설’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현실의 문제에 눈을 돌리지 않고 일하고 생활하는 사회적 커뮤니티에서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가자는 마음에서 하자마을에 '하마방'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자마을 주민들은 3년간 ‘하마방’의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 소중한 경험을 통해 ‘마을에서 아이들이 자란다’는 의미를 새삼 깨달아갈 수 있었답니다.
2010년부터 하자센터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미리’ 사는 창의적 실험을 본격적으로 해나가고 있습니다. 세대 간 교류와 영역 간 협업이 가능한 창의적 플랫폼으로서의 ‘하자창의허브’를 신설하여 청소년들의 곁을 만들고 비빌 언덕이 되는 터전으로 하자마을이 확장한 것입니다. 이곳에서 서로 다른 우리는 혼자 모든 것을 책임지려 하기보다는 둥글게 모여 앉아 서로의 난감함을 풀어내고, 그 난감함을 해결하기 위해 삼삼오오 새로운 작당을 시작하는 창의적 공유지대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창의허브를 드나드는 주민 중에는 아이를 돌보며 전일제가 아닌 재택근무나 프리랜서 방식으로 일을 지속하고 있는 여성분들이 있습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의 난감함, 현대사회의 예측할 수 없는 위험과 불안함 속에서 아이를 ‘무사히’ 키워내야 한다는 부모로서의 책임감, 소비시장에 잠식당한 채 끊임없는 비교와 선택만을 강요하는 육아 환경 등 육아당사자로서의 경험담들을 하자마을에서 나누곤 하였습니다. 당면한 문제를 혼자 끙끙거리지 않고 함께 의논하며 공공의 방식으로 풀어낼 방법은 없는지 머리를 맞대기로 하였지요. 이리하여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엄마들의 삼삼오오 모임이 시작되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속으로만 끙끙대던 고민도 풀어버리고, 함께 일도 하고 아이도 키워가는 즐거운 만남의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보기로 하였습니다. 엄마들의 이야기와 만남이 공론장으로 나아가길 바라며 [평등한 부모, 자유로운 아이], [누르는 교육, 자라는 아이들], [주부, 그 막힘과 트힘] 등의 제목으로 동인지를 펴내 온 ‘또하나의문화’가 울타리가 되어 <사회적 돌봄 조성을 위한 문화 허브>라는 이름으로 계획안을 작성하였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양성평등 및 여성사회참여확대’ 공모사업에도 선정되었습니다.
이제 곧 '일'하는 엄마들이 만드는 팟캐스트 ‘씽투육아’ 첫 회가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6월 30일 목요일 6시 하자허브 1층 카페에서는 팟캐스트 ‘씽투육아’ 그 시작을 응원하고 아이들이 자라는 ‘마을’을 만들어갈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씽투육아’, ‘씽투다이닝’에 관한 자세한 소식은 페이스북을 통해 전달하겠습니다.
고정희 시인의 말처럼 하자마을에서 그리고 곳곳의 마을에서 아이를 돌보는 일이 '살아 있는 기도'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