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중간-다시 처음
어느새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왔다. 어색하고 조금은 불편했던 하자가 너무나 편안하고 익숙한 곳이 된 것과 비슷하다. 하자에서 ‘바람’으로 지낸 한 달은 계절의 변화만큼이나 나에게도 큰 변화의 시간이었다.
처음: 느낌표를 찾고 싶어서 떠난 시작
내가 하자에서 인턴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잃어가던 나의 색깔을 되찾고 싶어서였다. 하자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리고 무수히 들리는 많은 이야기 속에서 하자는 진짜 어떤 곳인지를 느껴보고 싶었다. 하지만 인턴을 하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고, 인턴이 시작되고 나서도 하자의 인턴생활이 쉽지만은 않게 느껴졌다.
인턴십 첫날 허브카페에서 티타임
지금까지 거의 인턴을 받지 않았던 하자에는 내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정해진 커리큘럼이 없었다. 그래서 며칠 간은 가만히 하자를 느끼고, 일손이 필요할 때마다 도우며 지냈다. 이런 나에게 몇 번의 전환점이 생긴 말들이 있었다. ‘이것이 하자 인턴생활의 전부이면 안돼요. 바람의 생각과 기대가 실현되는 시간이었으면 해요.’, ‘편한 게 좋은 것만은 아니죠.’, ‘바람 지금 어떤 일을 하는 건지, 왜 해야 하는 건지 물어봤어요?’ 아무 생각 없이 하자를 느끼고 싶다는 마음에서 내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천을 생각하게 되었다.
중간: 느낌표만큼이나 가득했던 물음표들
나는 주로 허브카페에 있었다. 겨울은 하자가 제일 재미없을 때라고 이야기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일이 어떻게 꾸려지는지와 지금까지의 일들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를 볼 수 있는 특별한 시기이기도 했다. 오디세이학교, 작업장학교, 목화학교의 졸업식을 보기도 했고, 청소년운영위원회, 작당모임, 청소년카페의 시작을 보기도 했다. 그리고 꾸준히 진행되는 엄마밥상이나, 작당모임을 함께 할 수도 있었고 하자의 단골손님들과 여유 있게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었다.
하자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을 살펴보면서 느꼈던 것은 하자는 무척이나 ‘하자스럽다’는 것이다. 하자에서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하자만의 철학과 색깔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무언가를 할 때 다른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줄 수 있는, 매력적이라고 느껴질 수 있는 ‘소재’ 자체가 특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자에서 있으면서 특별한 소재를 찾는 것보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너무나 인상 깊었던 문구가 있었다. 원탁방에 적혀있는 ‘회의는 생각을 정리해서 모이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모이는 것이다.’이다. 실제로 하자는 얼굴을 마주보고 둥그렇게 앉을 시간도, 회의하는 시간도 정말 많다. 서로의 의견을 가감 없이 표현하며 많은 이야기를 공유한다. 일의 효율과 시간의 효용을 중요시하는 나에게 정말 효과적인 방식은 어떤 것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곤 했다.
나에게 하자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도 의미를 생각하고, 배움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요리하며 삶을 생각하기도 하고, 나에게는 너무나 특별했던 화목난로를 보며 나는 어떤 화력을 가진 사람이고 싶은지를 생각하게 되는 그런 곳이었다.
다시 처음: 마침표를 찍기보다 새로운 물음표와 느낌표를 향하여
하루하루가 새롭게 신기했던 하자에서, ‘도대체 하자는 뭐가 달라서 너무나도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일까?’하는 생각에 서울에 있는 진로직업체험센터를 비교·분석하고, ‘어떻게 하자는 이미 사람들이 원하는 것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라는 궁금함에 2017 트렌드와 정책을 조사하기도 했다. 그리고 한 달이라는 시간을 함께하며 하자가 누구나 올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고, 또 정의내릴 수 없는 하자가 사람들 각자에게 어떤 공간인지 궁금해서 하자의 영상을 준비하게 되었다.
이렇게 하자는 나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자연스럽게 시작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사람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알게 한 곳이기도 하다. 인턴이 끝나는 지금, 그리하여 하자는 내게 끝이 아닌 다시 처음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