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센터에서는 연말이 되면 여러 프로그램과 활동들로 한 해를 보낸 청소년들이 함께 모여 경험을 공유하고 의미를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2021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모임을 열었지만 올해는 오랜만에 오프라인으로 함께 모일 자리를 기획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시간이 되면 좋을지 고민하던 중 ‘청소년운영위원회(시유공)’에서도 비슷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함께 머리를 모아봤습니다.
시유공 멤버들은 하자에서 1년동안 진행된 많은 프로젝트가 있고 그 안에 속해서 활동한 청소년이 많은데 막상 소속되어 있는 활동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어떤 청소년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닮은 고민을 가지고 '하자'라는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며 저마다의 의미를 찾아간 동료들과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것을 발견하였고, 그리하여 정리된 연말모임의 기획방향이 하자 청소년 송년 네트워크 파티 <그 해 하자는>이었습니다.
먼저 누구를 초대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가 고민이었습니다. 너무 무겁지도, 또 가볍지도 않은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고, 특정 그룹이 너무 주도하거나 주목받는 것도 조심하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소속된 프로젝트를 넘어 하자라는 공간과 시간을 함께 누린 ‘하자러’들이 서로의 존재 확인의 자리가 되길 기대했습니다.
방향이 정해지니 이후는 바쁘게 진행되었습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청소년들에게 문자로 초대장을 발송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오랜만에 하자에 오고 싶은 청소년들을 초대하기도 했습니다. 부분별로 담당을 정하고 초대장, 접수, 포토존, 워크숍, 공간구성, 테이블토크, 간식과 공연까지 꼼꼼하게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시유공 멤버들과 함께 2달간 거의 매주 모여 회의하고 작업하며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꼼꼼하고 배려 많은 멤버들 덕에 세심하고 배려 있는, 따뜻하고 밝은 행사가 준비되어 갔습니다.
그리고 당일, 하자 마당에 들어서면 한 해를 보낸 글귀 하나가 우리를 맞이해 주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진짜로 해보는 일은 매우 행복하고 좋다는 걸 많이 배웠어요. 기타를 아주 잘 연주하지 않아도 글을 멋지게 쓰지 않아도 내마음을 말하는 게 서툴러도 그저 행복할 수 있는 시간들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자에서 배웠던 마음으로 오래 합을 맞추고 생각하고 나누고 싶어요.
- 오디세이 7기 죽돌 여실
<그 해 하자는> 참가 신청서를 받으며 한 해 동안 하자에서 경험하고 느낀 마음들을 받아보았고, 그중 함께 나누면 좋을 말들을 뽑아 본관 2층에 걸어 두었습니다. 999클럽 입구의 포토존은 소박하지만 오랜만에 반짝이 장식으로 송년모임의 분위기를 높여주었고, 999안은 따뜻한 연회장 같은 분위기로 준비해 보았습니다. 본관 1층에서는 여러 작업장들의 활동을 공유하는 부스도 마련하고, 함께 입을 후드집업에 저마다 원하는 모양을 실크스크린으로 입히는 워크숍도 진행되었습니다. 조금 일찍 온 청소년들이 시간 맞춰 오는 청소년들을 환영해주고,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기도 합니다. 어색함을 뚫고 포토존에서 사진도 찍고, 나를 소개할 명함을 꼼꼼히 써봅니다. 100여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정말 오랜만에 하자의 공간을 채우며 활기를 띄니 새삼 그간 우리에게 얼마나 이런 자리가 필요했는지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999에는 서른 개가 넘는 테이블이 놓여있고, 처음 만나는 청소년들이 서로 마주앉았습니다. 어색한 공기가 흐르지만 그래도 진행하는 사람들의 멘트에 따라 이야기도 나누고 명함도 나눠봅니다. 어색해서 대화가 될까 싶었는데 막상 이야기할 시간은 짧기만 합니다.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테이블 토크를 마치고 자리 바꿔봅니다. 우리 모임의 하이라이트인 ‘싱어롱’을 위한 자리 정리였습니다. 사실, 기획하며 함께 둘러앉아 노래를 부르자고 했을 때 시유공 멤버들은 매우 당황했습니다. 처음보는 사람들과 둘러앉아 심지어 모르는 노래를 부른다는 게... 가능할까??? 반신반의했거든요. 분주하게 자리를 정리하고 공연자인 ‘화경’이 무대에 앉았습니다. 생각보다 큰 모임에 조금 당황한 듯했지만 특유의 따뜻함으로 한 곡의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소극장 같은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공연인 듯 레크레이션인 듯 모르겠는 분위기에서 함께 <우리의 하루>를 불렀습니다.
<우리의 하루>는 미얀마의 국민가요에 예전 작업장학교 죽돌들이 가사를 붙여 부르던 하자의 노래입니다. 조금씩 불러오긴 했지만 언젠가부터 노래를 부를 자리도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줄었습니다. 노래가 만들어진 배경과 가사에 담긴 마음들을 듣고나서 우리는 함께 노래했습니다.
노래를 부르니 비로소 확인 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는 둘러 앉을 시간’이 필요했고, 다양한 모습과 생각으로 한 해를 지나 온 우리가 하나의 노래로 모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말로 했을 때 무엇인지 잘 몰랐던 ‘연대감’이 몸소 느껴지는 자리였습니다.
마무리하며 물길은 코로나19 이후에 이런 자리가 그리웠고, 다시 모이는 것이 언제쯤 가능할까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막상 오늘 이 자리에 있어보니 가능하구나 싶고 더 자주 또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그 자리에 있었던 모두의 마음이 그러했겠지요. 수고한 시유공(청소년운영위원회) 멤버들에 대한 감사인사를 끝으로 오랜만에 하자의 오프라인 모임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의 <올 해 하자는> 어떠셨나요?
하자에서 누구와 만나고, 어떤 생각을 하며 무엇을 하셨는지 매우 궁금하네요. 2022년 하자를 떠올리며 한 장의 사진처럼 이 자리를 기억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추억할 것이 있으면 더 오래 기억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 때 느낀 따뜻함이 틈틈이 우리를 채워주길 기대하고, 앞으로 계속 하자에서 그런 추억들이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