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12일(화)부터 사흘간, 보름 남짓 지나면 20세가 되는 전환점에 선 청소년들과 지난 시간을 정리하고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기 위한 <열 아홉,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가 하자센터에서 열렸다.
캠프에 참여했던 청소년 ‘나무’와 ‘예비언론인’의 후기와 회고시간에 나눈 참가자들의 소감을 바탕으로 3일간을 따라가 보고자 한다.
첫 번째 만남. '기록‘과 관련된 일을 하는 멘토들을 만나고, 자신의 십대를 기록하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에 하루에도 몇 장씩 사진을 찍어,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 ‘어느 풍경을 보았는지’ 보여주고, 나의 고민을 살짝 내비춘다.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 그냥 얼굴만 아는 친구, 얼굴은 몰라도 온라인으로 취향을 공유하는 친구,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이 올린 이미지, 뉴스, 개인적 단상 등에 내 생각과 느낌을 덧붙인다. 지금의 십대들에게 기록과 발신의 의미는 어떤 것인지에 대한 궁금했다.
첫날 오전, 자신의 일상을 노래에 담고(복태와 한군), 획일적인 시선에서 바라보던 증명사진과 가족사진을 새롭게 찍어내고(‘스튜디오 시현하다’ 김시현 대표), 30년 전 여중생의 일기에서 당시의 청소년의 생각과 사회를 함께 읽고(‘The Kooh’ 고성배 편집장), 개인의 취향과 고민을 듣고 책을 처방하는 일을 하는(‘사적인 서점’ 정지혜 북디렉터) 30대와 만나 ‘기록’의 작업들을 살펴보았다. 오후에는 <술술프로젝트>가 진행되었는데, 언젠가는 도움이 될 일상기술을 익히며, 새로 만난 친구들과 함께 10대를 구술하는 시간을 가지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실을 잇는 기술, 공구를 다루는 기술, 이야기를 건네는 기술을 익히며 나눈 이야기들은 다음 글을 통해 추측해볼 수 있다.
오프닝 콘서트, 복태와 한군
오프닝 콘서트, 참여 청소년과 연사가 함께
나는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녔다. 학교생활을 열심히 한 축에 속했던 나는 무엇이든 열심히 했고, 졸지 않았고 또 적극적으로 살았다. 나는 나름 이 작은 사회에서 내 것을 찾기 위해 애썼다. 친구들과 나간 대회와 재미있는 방과 후 수업, 야자실에서 읽던 책, 배드민턴, 자율동아리 등 생각해보면 즐거운 추억도 많았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10대의 끝자락에 선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질문들이다. 대학이라는 한 길이 전부인 듯 보이는 집단에서 당연히 나오는 질문이지만 쉽사리 입을 뗄 수 없었던 물음. ‘대학에 가는 이유는 뭘까’, ‘이 공부를 왜 해야 하는 걸까’, ‘왜 이걸 외워야 하는 걸까’ 대학 가서 생각해도 되고, 현실이 이리도 매서운 데 취업이나 더 큰 공부로 내세워도 되는 것들을 가져다가 나는 참으로 많이도 고민하고 물었다. 결국 손에 쥐고 있던 의무감과 믿음마저 내던지고 ‘고3’답지 않은 ‘고3’시절을 보냈다. 앞으로 어떻게 살지에 대한 불안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귀와 입을 막은 채 지낸 고교시절을 회상하게 될 두려움이 더 컸다. 두려움은 용기가 되었고, 그 마음이 불안과 반항, 그리고 의문으로 점철된 나의 10대를 지탱해준 힘이 되었다. (나무)
두 번째 만남. 세상을 관찰하고, 세상과 소통하다
둘째 날, 세 개의 팀은 상도동, 해방촌, 성북동에서 만나 청년들의 주거, 노동, 여행을 키워드로 세상을 관찰하고 소통하였다. 저녁에는 하자센터로 돌아와 강추위 속에서의 활동을 정리하며, <밤에 온 손님>에 참여하였다. 자신의 관심을 일감으로 만들어가며 세상과 소통하는 20대 중후반의 4명의 청년 멘토(‘보슈’ 편집장 서한나 / 길 위에서 인생을 배우는 로드스꼴라의 길별 고수경 / 시각장애인과 함께 달리는 러너 김영원 / ‘비건크루즈’ 기획자 안백린)와 자신의 20대를 상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밤에 온 손님, 텐트 토크쇼
밤에 온 손님, 로드스꼴라 길별 고수경
스프링 캠프를 하는 내내 가장 좋았던 점은 다양한 삶의 모습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첫 날부터 당신들만의 색을 띈 가수와 편집자, 사진사를 만났고 둘째 날에는 팀별로 일, 주거, 여행이라는 키워드와 이를 잘 나타낸 장소에서 활동을 진행했다. 나는 코-워킹(co-working) 등 일에 관한 새로운 각도를 배우고 왔다. 그 과정에서 평소에 인식하지 못했던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텐트에서 만난 청년과의 대화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여러 분야에서 자신의 길을 가꾸어나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곁에서 함께 활동했던 멘토들과 열아홉 주전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이 만남들이 무척 소중하고, 내 인생에 귀한 밑거름이 될 거라 확신한다. 적어도 내 삶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혼란스러울 때, 내게 남은 기회를 다 써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 언제나 다양한 대안과 아이디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하면서 정답이 아닌 오로지 내게 맞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나무)
세 번째 만남. 새로운 만남과의 시간을 기록하고, 우리의 이십대를 응원하다
쇼하자, 팀별 활동 발표
블레싱, 서로의 손목에 실을 묶어주는 '바씨' 활동
마지막 날에는 이틀간의 새로운 만남의 시간을 기록하고, 서로의 이십대를 응원하는 쇼하자와 블레싱의 시간을 가졌다. 3일간 베이스캠프가 되어주었던 청소년카페 ‘그냥’에는 첫날 <술술프로젝트>에서 만들어본 작업물, 소감이 담긴 메모, 로드스꼴라 떠별들로 구성된 ‘오르페우스’의 축하공연, 함께 한 판돌과 코칭스태프들의 격려 등으로 따뜻한 공기로 가득했다.
나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마지막 날 쇼하자&블레싱의 사회를 보게 되어 내 인생 첫 사회자 경험을 하였으며, 나의 꿈에 한 발짝 다가가는데 도움이 되었다. (예비언론인)
열 아홉에게 청소년기를 ‘기억’하는 것과 미래를 향한 방향을 ‘기록’하는 시간에 스프링캠프가 징검다리의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새로운 기록으로 과거의 기록을 가려버릴 수도 있지만, 과거의 기록을 이어 새로운 기록을 쌓아 나의 역사가 두터워지기도 한다. 이제 스무 살이 된 청소년들과의 네 번째 만남은 2월 중에 마련될 예정이다. 많은 이야깃거리들을 가지고 둥그렇게 둘러앉아 재미있는 작당들을 기획해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보며, 예비언론인과 나무의 소감을 덧붙인다.
스프링캠프는 나의 10대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충분했고 이제 해가 바뀌어 20대가 되었지만 잊지 못할 것이다. 스프링캠프 말미에 잠깐 울컥하기도 했다. 3일의 시간 동안에도 정이 들어 해어지기 싫었다. 말로 표현 하지 못하게 따뜻하고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 스프링캠프는 나에게 고마운 존재다. (예비언론인)
스프링 캠프를 했던 3일 동안, 나는 평소보다 들뜨고 설레어 했다. 캠프에서 만난 따듯하고 친절한 사람들 덕이기도 하지만 마치 ‘이제 정말 마지막이야, 새로 시작하는 거야’라는 말을 들은 것 같아서 일지도 모른다. 그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스탠포드에서 했던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모든 것은 우리 인생의 연장선 위에 작은 점이 될 테니까. 내 십대는 끝났지만 끝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고 경험했던 것들은 차곡차곡 쌓여있으니 결국 어느 때인가 그것들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 스프링캠프에서 벗어나 정규리그에 나가게 될 스무 살들과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지금 걷고 있는 길이 전부가 아니며 그 모든 고민들이 의미 있노라’는 스프링캠프에서 얻은 깨달음을 나누고 싶다.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