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를 처음 선택한 데에는 아마 학교에 다니면서 반복적이고 감흥 없는 일상에 지겨움을 느낀 게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배우는 의미를 찾지 못했고, 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나 자신의 모습이 싫게만 느껴졌었다. 일 년 동안 오디세이를 다니면서 스스로가 변하는 걸 보고 싶었다. 큰 변화를 원한다기보다는, 다양한 것들을 해보고 온전한 나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으면 싶었다.
그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몇 번씩 수정해가면서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을 본 게 어제 일처럼 느껴지는데 벌써 낯설고 어색하기만 하던 오디세이 하자에 다니게 된 지 2주가 다 되어간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처음 오디세이에 발을 디뎠을 때는 설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다. 내가 선택했음에도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던져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많은 경험을 고대하면서도 혹여나 내가 적응을 하지 못한다면, 친구들을 잘 사귀지 못한다면, 남들보다 많이 뒤처진다면 하고 걱정했었다. 전환주간은 그런 걱정 가득한 내 마음을 새로운 기대들로 채워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처음엔 본명이 아닌 별명으로 불리는 것도, 별명으로 누군가를 부르는 것도 어색하게 느껴졌다. 다 같이 둘러 앉아있는 것도 신기했고, 내 생각을 말하고 계속해서 그 이유에 대해 질문하고 발표하는 것도 새로웠다. 나에게 학교는 친구들과의 행복이 담긴 장소이기도 하지만, 주로 공부에 대한 불안함이 담긴 장소인 경우가 많았다. 친구들과 경쟁을 해야 했고, 학교가 끝나면 학원을 가는 일상을 보내면서 내가 생각하는 나와의 괴리감을 자주 느꼈다. 돌아보면 학교는 그다지 편안한 장소가 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하자 마을이라는 말이 참 설레었다. 마을만큼 정겹고 함께라는 느낌을 들게 하는 말이 없는 것 같다. 하자센터 옥상에 앉아 죽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 내 마음이 참 편안하다는 걸 깨달았다. 만난 지 얼마 안됐고 서로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지만 함께 같은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편안하고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2주 동안 전환주간을 가지면서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활동들 (책대화나 우드카빙, 마라카투 같은 활동)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곳에선 정말 많은 걸 경험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설레었던 것 같다.
오디세이 하자 7기 전환주간 중
오디세이에 오자마자 지은 내 하자이름의 뜻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고 싶다. “여실”, 원래는 여유롭고 진실하게라는 내 이름의 뜻을 줄여 만들었지만, 나는 평등하고 차별이 없는 상태라는 뜻이 ‘여실’의 진짜 뜻이었으면 한다. 내가 되고 싶은 나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 차별하지 않고 평등한 사람. 물론 내 할 탓이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아직 어리고 부족하다고 느끼니까, 그래서 함께 나누고 나를 깨우쳐 줄 동료가 있었으면 했다. 앞으로 오디세이가 나에게 그런 역할이 되어줄까 하고 기대한다.
얼마 전 ‘갭이어’라는 말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학업을 잠시 중단하거나 병행하면서 봉사, 여행, 진로 탐색, 교육, 인턴, 창업 등의 활동을 체험하며 흥미와 적성을 찾고 앞으로의 진로를 설정하는 기간”이라고 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오디세이를 선택하면서 ‘갭이어’ 같은 시간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 일 년의 틈 동안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고, 또 수정해가면서 삶을 용기 있고 올바르게 살아갈 힘을 가지게 되었으면 좋겠다.
전환주간 2주는 끝나지만 오디세이에서의 생활은 이제 시작이니까, 걱정은 잠시 넣어두고 기대와 설렘을 가득 안은 채로 나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