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은 아주 축축했고 답답한 나날이었던 것 같아요. 마스크 안에서 기후위기와 코로나19, 그 밖에 시끄러운 뉴스들을 들으며 탄식을 내뱉는 날들이 이어졌어요. 그렇게 ‘무너지는 세계 속’에서 방황하던 우리는 글을 쓰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였습니다. 우리는 에세이를 쓰고 금요일마다 온라인(Zoom)으로 만났습니다. 화면 너머의 얼굴들은 어딘가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글에서 그 사람의 눈빛이나 목소리, 표정을 상상하게 되었어요.
‘무너지는 세계 속 이어지는 글쓰기’ 온라인 진행 모습
그러던 중 한 달 만에 처음으로 하자센터에서 모이게 되었는데요. 그 얼굴들을 실제로 마주하게 되니 정말 반갑더라고요. 마침 그날의 글쓰기 주제는 ‘무너진 나의 세계’였는데, 다들 따뜻한 눈빛과 공감한다는 고갯짓에 솔직하고 찌질한 나에 대한 고백을 멈출 수가 없었답니다. 하하하 깔깔깔. 다음 만남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즐거운 하루였어요. 하지만 또다시 코로나가 심각해지면서 저희는 다시 온라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번의 짜릿했던 만남에 저희는 서로를 그리워하는 애틋한 사이가 되어버렸고, 지금도 다시 만날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이렇게 마음을 흔쾌히 내어줄 수 있었던 것은 서로의 손때 묻은 글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눈 덕분입니다. 총 4편의 에세이를 쓰고 읽었습니다. 먼저 코로나19로 인해 무너진 세계 속 우리의 일상을 공유하고, 두 번째로 한국에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함께 고민했습니다. 다음으로는 한 번쯤 풀어내고 싶었던 사적인 이야기를 꺼내어 보고 마지막으로 머지않은 미래에 대한 각자의 상상력을 펼쳐보았습니다. 에세이를 쓸 때마다, 그 안에 나의 막막한 고민과 솟구치는 분노와 끝없는 슬픔이, 한 편으로는 윤이 나는 소중한 기억과 나를 살게 하는 웃음이 녹아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들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글에서 나를 발견했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함께 아파하고 같이 고민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무너지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서로의 세계가 되어주고 있었습니다. 자유롭게 세계를 누빌 그날을 상상하며, 지난여름 우리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