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사] 다정하게 연결되는, 여전히 사람

 

2026 신년인사_공유정보.png

 

하자센터에는 같은 듯 다른 청소년 공간, 두 곳이 있습니다. 하자의 처음을 품고 있는 999클럽, 그리고 하자의 오늘을 열어가고 있는 인스파이어 살롱입니다.

 

하자의 처음을 상징하는 공간, ‘999클럽’은 25년이 넘는 세월 동안 줄곧 하자센터 본관 2층에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왜 ‘클럽’이었을까요? 999클럽의 문에는 이런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999클럽’의 이름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습니다. 하자센터가 개관을 준비하던 1999년 가을, 인천의 한 호프집에서 난 화재로 인하여 수십 명의 청소년들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이 안타까운 사건 이면에 ‘청소년들이 마음 놓고 놀 공간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인식한 하자센터는 이 공간을 ‘클럽’처럼 꾸미기로 결정했고, 청소년들이 주도하는 댄스파티와 공연을 매달 열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 다목적 공간으로 리모델링을 하면서도 1999년의 마룻바닥 일부와 클럽의 상징인 미러볼을 그대로 남겨둔 것은, 이 첫 마음과 다짐을 잊지 않기 위함이었습니다.

 

덕분에 999클럽은 여전히 청소년들이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춤추고, 소리칠 수 있는 ‘우리들만의 공간’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자의 오늘, ‘인스파이어 살롱’이 있습니다.

 

하자센터 본관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인스파이어 살롱의 이름은 구심점입니다. 지난해에 만들어진 구심점의 문에는 이런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인스파이어 살롱 구심점(構心點)은 얽을 구, 마음 심, 점 점, 마음이 모이고 얽혀 예열되는 복합예열공간입니다.

 

2024년 ‘문화공간 기획 작업장’을 통해 제안된 이곳은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청소년이 머무르고 교류하며 때때로 꿍꿍이를 모색하는 열린 공간으로 간단한 음료와 영감을 일으킬 수 있는 도구들이 준비되어 있어요.

 

인스파이어 살롱은 청소년들이 서로와 연결되는, 세상과 교류하는 열린 공간입니다. 서로 다른 관심사를 가진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머물고, 대화를 나누고, 때로는 아무 말 없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자리입니다.

 

999클럽이 우리들만의 아지트 같은 공간으로 시작되었다면, 인스파이어 살롱이라는 교류와 소통의 공간으로 넓혀가는 셈이지요.

 

2026년의 첫날에 하자의 두 공간에 대해 말씀드리는 이유는 세상이 온통 AI 얘기뿐이어서, 오히려 ‘직접 모이는 자리’로서 하자의 공간이 귀한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짐작하시겠지만, 2025년 내내 불어닥쳤던 AI의 세찬 바람을 떠올리면, 2026년 역시 살아내야 할 속도가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저도 2026년을 시작하면서 ‘올 한 해도 세상 변화를 따라잡기에 좀 숨이 차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으니까요.

 

하자는 오래전부터 ‘공간력’, 다시 말해 공간이 사람에게 주는 기운에 대해 고민해 왔습니다. 그리고 공간에서 사람들이 나누는 우정과 환대의 기쁨을 소중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기술은 분명 중요한 도구이지만, 삶의 마지막 안전망은 여전히 사람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청소년들이 위기의 순간에 화면 속 답변보다, “그곳에 가면 누군가 있다”고 믿을 수 있는 공간을 먼저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주 와도 되는 곳, 특별한 목적이 없어도 머물 수 있는 곳, 조금 느려도 괜찮다고 말해 주는 곳으로서의 하자 말입니다.

 

2026년에는,

하자의 클럽에서 뜨겁게 몰입하고, 살롱에서 다정하게 연결되기를 바랍니다. 그 공간들에서 벌어지는 우정과 환대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2026년에는,

하자의 클럽과 살롱을 마음껏 누비는 청소년들이 넘치는 한 해였으면 합니다.

 

 

 

✨2026년, 붉은 말의 해 첫날

하자센터의 온 마음을 담아, 하자센터장 물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