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전환' 시대의 하자센터

1.
누가 AI 대전환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2025년은 ‘AI 대전환(AI Great Transformation)’이라는 단어를 실감하게 되었던 한 해였습니다. 복잡한 프롬프트를 몰라도 누구나 ‘지브리 스타일’ 그림 한 번쯤은 그릴 수 있게 되었고, 피지컬 AI가 현실화하면서 ‘뇌를 가진 로봇’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위원회가 ‘AI 대전환’을 국가 목표로 설정했고, 수많은 전문가들이 2026년의 핵심 키워드로 이를 꼽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문득 4차 산업혁명 붐이 일던 때가 기억납니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이 과거의 산업혁명들을 복기하며 ‘가장 빨리 사라질 직업 리스트’를 제시하며 낙오되지 않는 법을 강조했었죠. 하지만 이번 AI 대전환은 그때와는 결이 조금 다릅니다. 이전의 산업혁명이 ‘구기술 숙련자’에서 ‘신기술 습득자’로 주도권이 이동하는 과정이었다면, 이번 AI 대전환의 승자는 더 이상 ‘(다수의) 인간’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단순히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반쪽짜리에 불과합니다. 인간이 기술을 압도할 수 없다면, ‘어떻게 더 많은 사람이 인간답게 잘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거대한 시대의 파도 앞에서 우리가 삶의 방식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2.
하자가 생각하는 청소년의 미래 역량
디스토피아적인 불안감은 잠시 덮어두고, AI 대전환이 연착륙하는 낙관적인 미래를 가정해 보도록 하죠. 그렇다 해도 청소년들이 미래 사회를 잘 살아갈 수 있기 위해 어떤 태도와 역량이 필요할지 고민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입니다. 하자는 ‘알파고 충격’ 이후 지금까지 청소년들과 함께 많은 고민을 나누는 과정 속에서 아래와 같은 생각에 도달했습니다.
첫째, 내 삶의 주인으로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에리히 프롬의 저서 ‘소유냐 존재냐’의 문제의식에 기대어 보자면,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 스스로를 생산 도구로 만드는 삶’은 더 이상 유효한 모델이 아닙니다. 생산성과 효율성의 영역은 AI와 로봇이 우리보다 훨씬 잘 해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수행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내가 하는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한다면, 인간으로서의 주도권과 고유성을 통째로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둘째, 함께 대화하며 협력하는 능력입니다. 내 의도를 완벽히 파악하고 늘 순응하는 AI와의 소통에만 익숙해지면, 갈등을 조정하고 창의적으로 협업하는 역량은 퇴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팬데믹을 겪으며 상호작용의 부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목격했습니다. 그렇기에 사람과 맥락을 고민하며 부대끼는 경험은 갈수록 귀해질 것입니다.
셋째, 세계로 직접 뛰어드는 실행력입니다. 자연어로 코딩과 자동화가 가능하고, 전 세계의 지식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시대에 기존의 ‘교육-평가-선발’ 시스템은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예측이 불가능한 시기일수록 머뭇거리기보다 지금 당장 시도해 보는 ‘하자’적 사고가 곧 생존 역량이 될 것입니다.
3.
AI 대전환기, 청소년의 이행을 지원하는 공간
이 모든 변화는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하자센터 역시 지난 10년간 ‘작업, 동료, 무대가 있는 청소년 미래진로 플랫폼’이 되기 위해 부단히 변화해 왔습니다. 청소년들이 ‘작업’을 통해 자기주도성을, ‘동료’ 속에서 사회적 관계를, 그리고 ‘무대’ 위에서 문제해결력을 키울 수 있도록 말이죠.
2025년에도 많은 청소년이 다양한 워크숍과 작업장을 통해, 그리고 학교와 하자 공간을 오가며 ‘하고 싶은 마음’을 함께 발견해 왔습니다. 전기 청소년 교류 공간 ‘카페그냥’과 후기 청소년 교류 공간 ‘구심점’에서는 팬데믹 시기에 잃어버린 관계의 온기를 되찾았고, 청소년운영위원회 ‘시유공’은 역대 최다 행사를 기획하며 이 온기가 센터 곳곳에 훈풍으로 불게 했습니다. 특히 공유작업실과 창업창직작업장 참여 청소년들이 센터 내 마켓 경험을 발판 삼아, ‘OOEO Press’라는 팀명으로 국내의 대표적 아트북페어인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정식 셀러로 참가했던 일은 무척 고무적인 성과였습니다.
2025년이 저물 무렵, 인사를 온 ‘죽돌(하자센터 청소년)’들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하자가 아니었다면 (조그맣게라도) 창업할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거나, “하자에서 동료들을 만나며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된다’는 확신을 얻었다”는 고백이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놀랐습니다. 이미 훌륭한 작업 세계를 가진 친구들이라 혼자서도 충분히 잘해낼 거라 생각했거든요. 이처럼 스스로 충분히 훌륭한 작업 청소년들에게조차 ‘한 발짝 내디딜 용기’와 ‘진솔한 피드백을 해줄 동료’, 그리고 ‘자신을 펼쳐 보일 안전한 무대’가 절실하다는 사실을 보며, 하자가 해야 할 일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시대에 맞춰 스스로를 효과적으로 바꾸는 동시에, ‘절대 바꾸지 말아야 할 것’을 고민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평화와 공존을 향한 인류애, 고유한 존엄성을 지키겠다는 의지, 그리고 미래는 정해진 운명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믿음 같은 것들 말입니다.
내년 이맘때쯤, 우리 모두 한 뼘 더 성장하여 서로에게 더 단단한 신뢰와 확신을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26년 1월 하자센터 기획부장 아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