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7일은 하자의 생일이다. 올해 17살이 된 하자의 생일을 축하하려는 사람들이 꽤 많이 모일 것이라는 이야기에 오디세이가 떠들썩하다. 일명 ‘2016년 네트워크학교 학습 공유회’ 준비를 우리가 맡았기 때문이다.
일주일 전부터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시작했다. 작은 것 하나도 가능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했다. (학습 공유회에서 무엇을, 어떻게 발표할지, 100명이 다 같이 할 수 있는 게임은 무엇일지, 간식을 뭐로 하면 좋을지 까지도 말이다.) 세부적인 것들은 팀을 나눴다. 진행 팀, 학습 공유회 발표 팀, 공간 팀, 간식 팀, 하와이 팀이 있었고, 나는 공간 팀에 들어갔다.
학습 공유회 때 쓰일 999홀의 무대와 입구를 꾸미는 일을 했는데,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일단 스케치를 했다. 무대와 간식 배치, 화분, 악기들은 어디에 놓을지 정하고, 사람들 동선을 생각하며 의자 배치를 했다. 전날 만들어놓은 눈사람과 ‘HAPPY BIRTHDAY HAJA’ 글씨도 붙였다. 반쯤 미쳐있는 상태로 일을 진행했다. 무대와 조명이 완벽히 어우러졌을 때, 희열을 느꼈다. 뿌듯하기도 했지만 마치 처음부터 있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의자에 앉는 사람들을 보며 조금 허망하기도 했다. 내가 여태까지 앉아왔던 수많은 특강, 쇼 케이스, 포럼들의 의자와 무대가 원래 있었던 것이 아닌, 아이디어들과 스케치를 통해 탄생하는 ‘작품’이었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많은 생각들이 스쳐 갔지만, 나에겐 시간이 많지 않았다. 공유회의 첫 순서가 ‘음악 잠수함’의 노래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LOVE, Last Christmas, 자작곡 Birthday Song을 불렀고, 좋은 반응을 얻어 톡톡 튀는 시작을 이끌었다.
공유회를 들으면서 하자 안의 다른 네트워크 학교들이 무엇을 하는지 조금 더 자세히 알게 되었고, 학교들이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만 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점도 알았다. 특히 로드스꼴라의 발표가 기억에 남는다. 난 표면적으로 로드스꼴라가 여행 학교라고 생각했고, 결코 그런 학교가 아니었다. 물론 여행이 주가 되긴 하지만 떠나기 위한 준비를 엄청나게 하는 것 같았다.(그들은 책을 읽고, 그 지역에 대한 역사와 현 상황, 가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등을 직접 정하고, 토론하고 체험했다.) 확실히 로드스꼴라를 보면서 ‘아, 여행은 저렇게 가야 하는 거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영셰프스쿨도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요리에 마음을 담아주는 법을 배우는 학교였던 것이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오디세이 가면 뭐 배워?’라는 질문에 난감했던 내가 생각나기도 했다.
또 하나 감탄한 것은, 에이스와 문어의 MC 진행이었다. 능청스럽지만 과하지 않았던 진행 덕분에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웃을 수 있었다.
공유회가 끝나고, 하자작업장학교의 ‘쇼하자’가 시작되었다. 어떤 흑인의 젬베 소리에 맞춰 멋진 춤사위를 보여주었는데, 춤보다 표정들이 날 사로잡았다. 한 사람도 하기 싫어하거나 쭈뼛쭈뼛하는 모습 없이, 모두가 당당하고 즐겁게 춤을 추고 있었다. 학생들이 희고 펑퍼짐한 옷을 많이 입어서 그랬을까, 젬베의 울림이 마치 사물놀이의 장구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장구 소리라고 생각하니 묘한 느낌이 들었다. 장구에 흑인의 춤사위라. 슬픈 느낌, 신나는 젬베 리듬에 이끌려 계속 눈이 갔고, 끝난 뒤에도 진한 여운이 남았다.
춤이 끝나고 난 뒤에는 랩이 있었다. 정말이지 쇼 하자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신날 수 있는 모든 것을 모아놓은 것이다. 하자에서 힙합 공연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우리가 부르는 노래들만 보아도 그렇지 않은가. (뭉게구름, 행복의 나라로, 개똥벌레, 너의 의미 같은 7080 말이다.) 그런데 하자 작업장의 힙합이라니. 너무나 기대했다. 강하고 울림이 큰 비트에 사람들의 목소리가 얹어졌다. 여러 래퍼가 있었지만, 가장 돋보인 것은 만세였다. 만세는 하자 작업장 학교의 죽돌인데, 혼자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파워가 가장 강력했고, 관객 호응도도 좋았다. 물론 나도 열심히 팔을 흔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흥분의 도가니였다. 하자에서 이런 스웨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많은 신선함을 느꼈다.
하지만 힙합보다 우리를 더 흥분시켰던 건 역시나 ‘밥’이었다. 뷔페가 도착하고, 우리는 기다렸다는 듯 먹기 시작했다. 닭고기의 부드러움, 무말랭이의 매콤함, 샐러드의 아삭함을 느끼고 나서야 생일파티 좀 했구나 싶었나 보다.
우리는 하자의 17살을 축하하면서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 지금까지 존재 해준 것에 대한 감사를 배웠다. 어떤 공간이든 존재 자체에 대해 감사를 해본 적은 처음이었는데, 색달랐고,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자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하자를 사랑해주고 있었다. 17살의 하자는 행복해 보였다. 왠지 하자와 친구를 먹은 기분이다. 다시 한번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