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쇼하자는, 우리가 1학기 동안 가장 인상 깊게 배웠고 아직도 크게 남아있던 ‘하와이 워크숍’을 큰 틀로 두고서 진행하기로 하였다.
정확히 쇼하자가 있던 주 월요일이 돼서야 모든 쇼하자 준비를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는 꽤 부지런히 준비에 참여했다. 다 같이 둘러앉아 쇼하자의 제목을 정하고, 각자 발표할 에세이를 쓰고, 바디톡 때 만들었던 판토마임을 제대로 연습했다. 포스터도 급하게 만들어야 했는데 제목으로 정해진 ‘아직은 반숙’에 어울리는 포스터가 무엇일지 고민하다가 ‘포스터 가운데에 제목을 쓰고 그 주변에 오디세이 개개인이 생각하는 반숙 18개를 그려서 넣자’라는 방법이 가장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이 되어 다들 자신이 생각하는 ‘아직은 반숙’을 그리는데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어느 날은 리허설 때문에 10시가 넘어서까지도 집에 가지 못했던 날도 있었다.
당일이 되자 우리는 더욱 바빠졌다. 쇼하자를 진행할 999홀 안과 밖을 글쓰기 수업 때 만들었던 주관적 단어사전, 18명 개개인이 '걸바' 이후에 만든 '걸바' 지도, 오디세이 소식지인 오디세이로, 목화공방에서 만든 자전거와 띠베틀 등으로 전시하고 그 아래 설명을 써서 붙였다. 무대를 꾸미고 다과상(주먹밥 등 저녁식사)을 배치하고 글을 마무리 못한 친구들은 바삐 글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그 모든 것이 끝난 이후엔 마지막 리허설을 진행했다.
어느새 시작 시각이 가까워지니 999홀은 손님들로 북적북적해졌다.
우리의 쇼하자는 (위에서 말했듯) 하와이 워크숍을 큰 틀로 두었기 때문에, 하와이 워크숍에서 했던 퍼포먼스가 중간중간에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무대도 풀과 꽃으로 장식되어 있었고, 우리의 머리에는 꽃이 하나씩 꽂혀있었다. 쇼하자의 시작 역시, 하와이 워크숍에서 했던 맞이 방식으로 시작되었다. 손님들이 모두 문 밖으로 나가신 다음, 다같이 “알로하 오디세이!”를 외쳐주시면 우리가 999홀 안에서 “어서 오세요!” 라고 외치고 이것을 두 번 반복하면 문이 열린다. 그렇게 손님들이 들어오셨고, 우리는 문 바로 앞에서 입촌식 때 불렀던 뭉게구름을 개사해 만든 ‘오디세이로 한 발짝’을 부른 후에 부모님들과 손님들을 좌석으로 안내해드렸다. 손님들이 다시 자리에 앉아주신 후에, 본격적으로 쇼하자를 시작했다.
가장 처음으로 한 퍼포먼스는, 자신을 소개하는 ‘하까’ 이다.
무대의 조명을 받으며 절도 있는 동작엔 큰 환호를 받고 발표의 문을 열었다. 이 외에도 발표 중간중간에 좌석에서 일어나서 한 챈트(구호)가 두 개 더 있었는데, 노동요와 같은 ‘이쿠마우마우’와 화를 진정시키기 위해 하는 ‘헤무’이다. 이런 퍼포먼스를 부모님들과 지인, 손님들께 보여드린다는 생각으로 하니 우리는 더욱 목소리가 커지고 당당한 모습이 되었다.
'하까'를 선보인 다음으로는 로디와 조이가 나가서 오디세이의 일주일 일과와 여행 등 피피티와 함께 간단한 1학기 소개를 발표했다.
둘의 1학기 소개가 끝나자, 목화공방 팀–문화예술 팀 순으로 4~5명씩 무대에 나가 개개인의 에세이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행과 관련된 시와 노래 등을 준비한 친구들도 몇 있었는데, 그 친구들은 가장 마지막 조에서 따로 에세이와 준비한 것을 함께 발표했다. 에세이에는 자신의 지난 1학기동안 느낀 점들과 좋았던 점 또는 아쉬웠던 점 등이 담겨있었고, 그뿐만 아니라 1학기동안 다녀왔던 여행에 대한 후기도 개개인의 언어로 쓰여져있었다.
같은 1학기를 함께 보내왔어도 각자의 에세이에 다 다른 개성이 묻어나는 게 참 신기했다. 이 에세이 발표는 자신이 1학기동안 오디세이에 다니며 무엇을 하였고 얻은 것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손님들에게 공유하는 시간이 된 것도 같지만 이 에세이를 쓰는 과정에서 나 스스로 1학기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던 것 같다.
에세이 발표 한 팀이 끝날 때면 하자의 전 부센터장이셨던 알로하와 함께하는 대담시간도 가졌다. 이 시간에는 알로하가 학생들의 에세이를 듣고서 질문을 던지고, 학생들이 그를 답했고 알로하 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서도 질문을 받았다. 이 시간이 있었기에 긴 발표 도중에 흐름을 정리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싶다.
목화공방팀과 문화예술팀 에세이 발표 중간에는 바디톡 때 두 팀으로 나뉘어져 만들었던 ‘겨울왕국’과 ‘쿵푸팬더’ 판토마임도 하였다. 조금 서툴렀던 면이 있었지만 나름 노력한 흔적이 드러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18명의 에세이 발표가 모두 끝난 이후에는 마지막으로 의자를 모두 치우고 다같이 ‘에훌리’ 춤을 추는 자리를 만들었다. 처음 몇 번은 시범으로 오디세이 학생들만 무대에서 춘 후, 작은 동작들을 설명하고 이후에는 우쿠렐레 치는 학생들과 앞에서 보여드리는 학생 의외에는 손님들과 섞여서 춤을 추었다. 우리가 처음에 그랬듯 스텝이 꼬이고 동작이 서툴러도 다함께 추어서 웃음으로 마무리 되었다. 이렇게 우리의 쇼하자는 끝났다.
쇼하자를 시작하는 데부터 우여곡절이 많았고 준비할 것이 생각보다 많아서 과연 우리가 이 쇼하자를 잘 끝맺음 할 수 있을까 싶은 걱정도 있었는데, 발표 중간중간과 마지막에 큰 박수갈채를 받으니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이 밀려왔다. 손님들과 우리가 한 것을 공유했다는 점에서도 무척 좋았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나의 1학기를 정리할 수 있게 해준 것 같다. 1학기의 마침표를 무사히 찍었단 느낌이 든다. 2학기 때의 쇼하자는 어떤 내용으로 채워져 있을지, 지금과 비슷한 분위기일지, 전혀 다를지 알 수 없지만 곧 우리를 찾아올 2학기는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