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5일 저녁, 하자 앞마당에 한바탕 마을 축제가 벌어졌습니다. 2012년 첫 달시장이었죠. 잠깐의 헤어짐에 그리움이 쌓였던 덕분이었을까요. 작년 여느 때보다 많은 주민들과 작가들, 사회적기업가들이 모여 풍성한 달시장을 만들었습니다. 올해 새롭게 달시장 팀에 합류해 지난 5월 25일의 첫 달시장을 온 몸으로 뛰어낸 보람이 리뷰를 전합니다.
2012 달시장은 2011년의 장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려 노력했습니다. 이들 새로운 시도 중 하나는 대안통화 ‘별통화’입니다. 교환 수단에 불과했던 화폐가 모든 가치와 인간관계를 잠식하는 괴물이 된지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모여 정을 나누는 하자센터의 달시장만큼은 ‘돈’이 아닌 ‘신뢰’가 거래되기를 바랐습니다. 어쩌면 생소하고 조금은 불편한 이 시도는 달시장의 주민들에게 새로운 경제와 새로운 교환방식을 제안하고 돈에 가려진 우리의 얼굴을 되찾기 위함입니다. 이번 5월에는 약 60여 분이 별통화에 가입하셨습니다. 첫 달에는 30명 정도가 아닐까 했는데, 예상보다 더 큰 관심으로 시작을 연 셈입니다. 달시장이 거듭되면서 별통화가 영등포 일대의 대안통화로 잘 자리매김했으면 좋겠습니다.
2012년 달시장의 첫 시작은 달달한 달시장 라디오, ‘달디오’가 열었습니다. 서귀포 예술시장에서도 DJ로 선전하고 있는 DJ 쿠키(김국희)의 진행이 달시장과 맛깔나게 어우러졌습니다. 달디오는 달시장의 새로운 소통창구 입니다. 달시장에 얽힌 각자의 이야기들을 모아 보내주세요. 보내주신 분들에게는 소정의 상품도 지급됩니다.
방방곡곡 대안장터 네트워크(별시장)도 이제 시작합니다. 전국의 다섯 개 대안시장이 함께 네트워크를 만들어 서로를 응원하고 지원하며 대안장터에 대한 가능성을 확장해가는 중입니다. 이번 5월, 다양한 곳에서 모여든 판매자들이 달시장에 함께 모여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더 다양한 볼거리와 살거리, 거기에 대안 시장 기획자들의 끈끈한 연대와 이야깃거리가 더해졌기 때문이겠죠. 앞으로 어떤 흥미로운 네트워크들이 만들어질까요. 수많은 별을 이으며 별자리를 만드는 것처럼 전국의 시장과 함께 어울리는 이 일이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습니다
5월에는 사회적기업, 주민벼룩시장, 오가닉마켓, 별시장, 먹거리 장터, 워크숍 등 77개의 부스가 달시장을 꽉 채웠습니다. 각각의 부스는 수많은 영등포 주민들이 또 채워주었지요. 조한이 별시장 블로그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해주셨죠. “시장이라는 데는 우리가 알고 있는 물건 파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사람을 만나고,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도 있고, 그야말로 널널하게 놀다가는 시공간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놀다 가고, 사람 구경하고요.” 돈으로 얼굴이 가려지고 이름이 지워진 익명의 존재가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공간, 이웃을 만나는 공간으로 달시장을 만들어가려 합니다.
6월 달시장에는 친환경에 대한 고민까지 담았습니다. 5월 달시장의 즐거웠던 시간 이후 많은 양의 쓰레기들이 하자 앞마당에 남았습니다. 자정까지 쓰레기를 치우고 일일이 분리수거를 하면서 많은 생각과 고민들이 머릿속을 스쳐갔습니다. 달시장 앞에 붙는 ‘환경을 생각하는 깨끗한’ 이라는 수식어에 부끄럽지 않도록, 6월에는 특별히 쓰레기 제로(ZERO)에 도전했습니다! 일회용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텀블러와 에코백이 필수품이 되었죠. 텀블러를 실수로 안 들고 오신 분들께는 사회적 기업 BringYourCup에서 컵을 대여해 드렸습니다. 집에서 놀고 있는 컵 기부도 받았는데요, 안 쓰는 컵을 기부해 주신 선착순 100분께 달시장 에코백이 증정되었죠. 각자 조금씩 불편함을 감수하니 더 풍성하고 깨끗한 달시장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조금 불편하겠지만 함께하는 실천으로 달시장을, 그리고 우리 동네를 더욱 살맛나게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한창 더운 7월에는 달시장이 쉽니다. 지난 5월, 6월을 정리하고 8월의 달시장을 더 풍성히 준비할 생각입니다. 다시 만날 달시장을 기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