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함께 행복했던 너를 잊지 않을게

안녕하세요. 올해 연말 인사를 맡게 된 숲입니다. 저는 올해 하자마을 작업장 〈시유공〉으로 활동했습니다. 아울러 하자글방 후속 모임도, 개인 프로젝트도, 친구들과의 만남도 모두 하자에서 하다 보니 오래도록 이곳에 머물렀던 것 같습니다.
하자에 이토록 오래 머물렀던 이유는 그리고 그토록 떠나기 싫었던 이유는 이곳에서 마주친 얼굴들 때문입니다. 하자는 여태껏 만났던 사람 중 가장 다양한(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사람들이 엉켜있는 곳 같았습니다. 하자에서 2년 남짓 시간을 보내며 이제는 이들이 어떠한 마음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마음, 즐겁게 살고 싶다는 마음, 새로운 걸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 자신의 길을 가보겠다는 마음. 이 모든 마음이 모여 하자를 이루고만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하자에서 다른 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궁금해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 언제든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마음도요.
올해 시유공의 마지막 활동으로 송년 만두회와 졸업식을 진행했습니다. 모두 하자마을 시절을 어렴풋이 엿볼 수 있던 행사였습니다. 하자에 얼마 남지 않은 마을 의례 중 하나는 성년식입니다. 매해의 5월이면 성년이 된 죽돌은 다 같이 축하받게 됩니다. 하자에 들어온 이들에 대한 환영이 있으니, 하자를 떠나는 이들에 대한 배웅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반가웠다고, 동료로 있어 주어서 든든했다고, 잘 살아내었다고 축하해 주며 마음을 다해 배웅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어쩌면 이 자리를 빌려 하자에게 인사를 건네고 싶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잘 놀았다는 감사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저희는 이날 손을 맞잡고 함께 춤을 추었습니다. 노래를 부르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서로를 기억하자고 약속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존재하다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아 그러니 제가 나중에 찻집을 연다면 찾아와 주세요. 뉴스레터를 보고 찾아오신 분들은 할인을······.
이날 졸업자와의 차담회 시간도 가졌습니다. 졸업자들에게 따뜻하고 느린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차를 마시기 전에는 찻잎을 더운물로 데우고 첫 물을 따라내는 세차의 과정을 거칩니다. 이는 찻잎에 묻은 먼지를 닦아내고 잠들어 있는 찻잎을 깨우기 위해서이지요. 남은 12월에 올해의 묵은 것들을 닦아내고 움츠러든 마음을 조금씩 깨워보시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마음으로 겨울을 잘 살아내시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눈물을 흘리더라도, 분노하더라도, 벽에 부딪히더라도, 예상치 못하게 넘어지더라도 그럼에도 우린 행복해야 하고, 999클럽에서 댄스파티를 해야 하니까요!
하자 죽돌, 숲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