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웅크린 뒤 피어나기
여러분은 스무 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스무 살을 훌쩍 지나와 있지만, 막막함과 설렘이 뒤엉킨 채 등 떠밀린 듯 어른이 되어버린 어리둥절함은 아직도 어제 일만 같습니다.
하자에서도 스무 살은 조금 특별합니다. 2006년부터 매해 5월이면, 스무 살을 맞이하는 청소년을 ‘성년자’로 초대하여 하자마을 성년식을 열어오고 있습니다. 이번 성년식 제목은 <웅크린 뒤 피어나기>인데요. 코로나19로 마스크 속에서 잔뜩 웅크린 채 10대를 보낸 성년자들의 스무 살 맞이가 웅크린 뒤 비로소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봄이 오면 어김없이 맺힌 꽃망울이 계절의 변화 속에서 햇살과 바람의 돌봄으로, 또 꿀벌과의 교감으로 피어나듯이 스무 살을 맞이하는 것도 그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자마을 성년식은 마냥 축하와 응원만 받는 자리는 아닙니다. 성년자들이 스스로 쓴 성년의 다짐을 수많은 관객 앞에서 낭독하며 주체적으로 선언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18명의 성년자는 스스로에게 다정한 축하와 격려를 건네기도 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진심과 각오를 듬뿍 담아내기도 했습니다. 다짐이란 온전히 ‘나’를 향한 목소리이기도 하지만 성년의 다짐이 더 뭉클한 것은 누군가가 겪어 온, 누군가가 마주 할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성년자들이 무대의 문을 통과하고 각자의 다짐문을 읽어 내려가는 장면은 어제의 나로부터 뚜벅뚜벅 걸어나와 새로운 세계 앞에 마주하는 듯 근사했습니다. 세상의 중력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던 하자에서 모두가 고요하게 성년의 다짐에 귀 기울이던 모습은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순간입니다. 구독자 여러분께도 위로와 용기로 반짝이던 하자마을 성년식의 순간을 나누고 싶습니다.
성년자 라코의 다짐 가운데 일부를 빌려 5월 하자마을통신의 문을 엽니다.
“다들 맘껏 자기가 느끼는 대로, 원하는 대로 살아갑시다! 그러면서 더 많이 대화합시다! 사랑합니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을.”
하자센터 판돌 봄밤 드림
▼ 하자마을통신 5월호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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