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기후변화와 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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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4월 하자 소식을 전하게 된 판돌 선미입니다.

구독자 여러분 내복 언제 벗으세요? 저는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기운조차 사라지는 5월이 되어야 내복을 보내줄 수 있어요. 제가 추위를 많이 타는 탓도, 하자센터가 볕이 귀한 서북향에 빌딩과 아파트에 둘러싸여 조금 쌀쌀한 탓도 있지요. 그런데 올해는 단체 개화한 꽃들 속도에 맞추어 저도 내복 벗기를 한 달 당겼어요. 땀이 삐질 나더라고요. 상의 두 벌, 하의 두 벌 세탁 후 고이 접어 옷장 저 깊은 곳에 보내 두고 가을에 만나자 인사하는데 참 찜찜해요. 아직 4월인데.
 
몸은 한결 가볍고 다 같이 만개한 꽃들이 알록달록 보기 좋지만, 기후로 인한 변화가 나의 내복 일정에 이르다니 새삼 놀랐어요. 지난겨울 하자센터에서 진행된 환경·생태 캠프 <제로웨이스트 지구손 챌린지>에서 초등학교 4~6학년 청소년과 VR 기기를 이용해 빙하가 녹고 있는 그린란드와, 수온이 13도나 올라간 제주 바다의 변화를 생생하게 360도 화면으로 보았는데, 그보다 내복이 제 마음을 뒤흔드네요. 차근차근 옮겨가던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은 가상 현실에 고이 구현해 두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작년부터 하자에서 운영하고 있는 청소년 창작자들의 공유 작업 공간 <공유작업실 OOEO> 전신인 <청소년 창작지대>에 기후위기 주제로 창·제작 활동을 하던 죽돌 폴이 했던 이야기가 생각나요.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을 미래에도 누리고 싶어서 기후 위기에 관심 가진다고 한 이야기요. 제가 내복을 더 오래 입고 싶다는 건 아니고요. 매화 보고, 산수유 보고, 그러다 목련 피고 진 뒤, 개나리 진달래 보고, 또 그러다 벚꽃 터널 지나 라일락 향기 맡다가, 작약 꽃봉오리 한참 지켜본 뒤 활짝 피어나기를 보고 싶어요. 올해는 작약 봉오리 볼 틈 없이 활짝 피었다고요. 이렇게 저는 꽃 보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내복 입는 기간이 줄어든 만큼 몇 년 더 입어야지 생각해 봅니다.

작약 꽃봉오리 내년에 다시 만나자!
 
내복 벗은
하자 판돌 선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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