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새싹, 틈, 온기
안녕하세요. 판돌 찬스예요. 지난 2월 하자마을통신을 열었던 판돌 푸른에 이어 봄의 하자 소식을 전해드려요.
지난주쯤인가 오랜만에 하자 옥상 텃밭에 가보니, 겨울을 지낸 시금치가 많이 자라 있었어요. 물 한 방울 주지 않았는데도 겨우내 서로 잘 지켜냈더라고요. 이파리를 조금 뜯어 봤는데, 보드라운 잎과 뿌리여도 꽤 진한 향이 났어요. 얼었던 땅의 기운을 꼭 머금어서 그런 걸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인지 봄나물이 움트는 이맘때의 일들은 꼭 그 비슷한 향이 나는 것 같아요. 여리지만 진한 힘이 있죠.
이달부터 새롭게 하자를 찾은 학교 밖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그래요. 얼마 전 코로나 기간 동안 잠시 문을 닫았던 공간 ‘카페 그냥’을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 'SPACE 그냥'으로 꾸몄거든요. 그리고 무언가 집중하고 싶거나, 친구를 만나고 싶거나 혹은 잠시 쉬어가고 싶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 찾아 모였어요. 모인 죽돌들은 ‘책 몇 페이지 읽기’, ‘같이 그림 그리기’, ‘그냥 쉬기’ 같은 각자가 정한 일상의 작은 동작들을 꾸준히 기록하고 나누며, 일상을 지키는 힘을 기르고 있어요. 또, 서로를 ‘입주민’이라고 부르면서 주에 한 번 ‘입주민 모임’을 가지고 있고요. 마치 마을의 늙은 나무 그늘아래 앉아 쉬는 주민들처럼 이야기 나누며 웃는 모습이 참 반가웠어요. 한 죽돌은 “온돌에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게 따듯했다”며 온기를 전하기도 했네요.
또, 하자의 공간을 중심으로 혼자만의 활동 미션을 기획해서 하자를 찾는 학교 밖 청소년들도 있어요.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30일 챌린지-토독토독'에 참여한 죽돌들이죠. ‘마을책방’, ‘무용실’, ‘옥상 텃밭’ 같은 하자의 정겨운 공간에서 ‘책 읽고 블로그에 글 올리기’, ‘매일 요가 동작 따라하기’, ‘당근 키우고 햇볕 쬐기’같이 꾸준히 각자의 활동을 지켜나가고 있어요. 그 모습이 꼭 겨울 지낸 싹들처럼 조금씩 하자에 온기를 심고 있네요.
그저 언 땅이 풀리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면 싹들이 밭에 틈을 내어서 봄이 오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하자를 찾는 죽돌처럼요. 그래서 이맘 때 더 하자에서 자주 봤으면 해요. 다가올 하자의 봄 의례에서도 꼭 만나고요. 또 하자의 어떤 틈에서 잠자고 있다가 소란스럽게 피어날지도 모르잖아요.
구독자 여러분의 일상에도 봄의 새싹이 틈을 내고 있기를 바라며,
하자센터 판돌 찬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