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기〉는 하자 청소년들의 일상과 진로를 주제로 대화한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청소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으며(또는 하려고 하며) 일상을 지키고 있는지, 인터뷰이의 To do list를 함께 보며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2025년 하고 싶은 일—기의 마지막 주인공은 ‘온’입니다. 〈하자글방〉을 통해 하자와 인연을 맺은 온은 사회학을 전공하며, ‘몸’과 ‘사회’, 그리고 그 사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감당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별하고, ‘나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며 자신의 일상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온의 기록을 전합니다.
하자글방 마친 후 글방 죽돌과 함께 ⓒ진실(하자글방 죽돌)
Q.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요즘 관심사가 궁금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온이고요, 02년생입니다. 요즘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구체적이고 복잡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요. 저 스스로가 매번 하나로 설명하는 데 실패하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어릴 때부터 휠체어를 타 왔고, 몇 년 전에 수술과 재활을 거치며 목발도 함께 쓰게 되었는데요. 물론 제가 원한 변화였고 실제로도 그것이 가져다 준 기쁨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장애를 극복한 것도, 제 몸이 늘 부끄러운 것도 아니에요. 제가 제 몸과 맺는 관계는 아주 복잡해서 시시각각 변하는 것에 가까운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경계에 선 복잡한 이야기에 자연히 마음이 기울어요.
✔️온의 To do list
☐ 몸에 대한 탐구 계속해 보기
☐ 꾸준히 산책하기
☐ 꾸준히 쓰기
☐ 구술 생애사 수업 듣기
☐ 철학 공부하기
☐ 끝까지 안 읽은 책 다시 도전해 보기
☐ 다양한 분야의 책 도전해 보기
☐ 낯선 곳에서 생활해 보기
☐ 영화, 다큐멘터리 보기
☐ 전시, 공연 더 많이 보러 다니기
☐ 기록하는 습관 들이기
☐ 학교에서 하는 활동(수업 포함!)에 열심히 참여하기
☐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과 감당할 수 없는 것을 잘 구별해 내기
☐ 내가 나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내 방식대로 밀리지 않는 연습 해보기
☐ 취약함을 두려워하지 않기
☐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고 믿기
☐ 친구, 동료들을 믿고 더 많이 대화하기
Q. 하자에는 어떻게 처음 오게 되었고 그동안 어떤 활동을 했나요?
인스타에서 하자글방 모집 공지를 보고 오게 되었어요. 예전에도 다른 글방과 글쓰기 모임에 참여했고, 글쓰기에 꾸준히 관심이 있었는데요. 막상 글방을 그만두니까 혼자서는 잘 못 쓰겠더라고요. 하자글방을 통해 다시 꾸준히 쓰는 연습을 할 수 있었어요.
✔️To do list 기록하는 습관 들이기
책을 읽거나 일상생활을 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붙잡아두고 싶어요. 예전엔 ‘나중에 다시 떠오르겠지.’ 하고 흘려보냈는데, 이제는 그 순간을 잡아서 남기고 싶어요. 그때 느낀 것과 시간이 지난 뒤에 돌아보는 마음은 다르더라고요. 딱 그때만 할 수 있는 말과 글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생생함을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Q. 하자의 첫인상은 어땠어요?
되게 개방적인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화장실에 붙어 있던 ‘일곱 가지 약속’도 그렇고,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라는 감각이 있었어요. 글방 첫날, 사용한 컵을 직접 씻어 정리한다고 안내받았는데, 저는 그 단순한 행동이 공동체가 각자의 책임을 나누는 작은 실천처럼 느껴졌어요.
Q. 하자가 다른 곳과 비교해서 다른 점이 있다면?
규칙을 우리 스스로 만든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그 규칙이 누군가를 규제하기 위한 게 아니라, 서로 잘 모르는 상태에서도 모두에게 열린 공간을 만들기 위한 약속이라는 점이 달랐어요. 이곳에서는 위계가 느껴지지 않아요. 판돌도, 글방 지기도 마찬가지예요.
Q. 글쓰기 작업장에서 무엇을 기대했나요?
좋은 동료들을 만나고 싶다는 기대가 있었고, 실제로 이루어졌어요. 물론 제 글을 합평할 때마다 엄청나게 떨리긴 했지만, 또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그 시간이 있어서 서툴게나마 글을 계속 쓸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Q. 학교에 다니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일과는 어떤가요?
수업은 보통 4시에 끝나요. 요즘엔 교내 인권 활동 모임에 참여하면서 회의도 하고, 그 안에서 장애 학생 인권 관련 활동도 하고 있어요. 얼마 전까지는 글방도 함께 하고 있었고요.
Q. 인권 활동 모임에는 어떻게 들어가게 되었나요?
전부터 그 모임에 참여하는 학우들이 청소 노동자분들과 처우 개선을 위한 피켓 시위를 하는 걸 몇 번 봤어요. 그 앞을 지나갈 때마다 바로 옆에 서 있는 상상을 했던 것 같아요. 매번 두려워져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지만요. 그러다가 거기서 주최하는 차별금지법 강연을 듣게 되었는데요. 이 강연을 준비한 이유가, 에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무분별한 비난 여론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하더라고요. 신기하고 반가웠어요. 저는 1학년 때 에타에서 온갖 혐오 발언을 접하고 나서 아예 들어가지 않았거든요. 근데 이미 달라붙어 버린 말들을 완전히 떼어내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어요. 돌아 나왔어도 어떤 의미에서 여전히 그 영향권 아래 있었던 거죠. 단호하게 끊어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어요. 근데 이 사람들 옆에서라면, 그렇게 그냥 참고 받아들이는 것 말고 다른 방식으로 뭔가를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입하게 되었어요. 슬퍼하거나 두려워하는 것 말고 다른 것, 밀리지 않는 태도를 배우고 싶었던 것 같아요.
* 에타: 대학생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줄임말
✔️To do list 몸에 대한 탐구 계속하기
저는 지금까지 제가 몸과 맺는 관계를 고민하면서 제 것을 만들어왔던 것 같아요. 사회학을 공부하기로 한 것도, 극복이나 동정서사 너머에 있는 다른 이야기를 찾고 싶어서였거든요. 지금은 물질적이고 구체적인 몸 그 자체에 관심이 있어요. 움직임 워크숍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었는데요. ‘어떻게 보일지’를 두려워하지 않고 제 몸을 마음껏 써본 게 처음이었어요. 휠체어에서 내려와서 함께 바닥을 구르고 움직이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되었어요. 몸에 기입된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뚫고, 혹은 그것과 함께 움직일 때, 고유한 힘이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정말 큰 해방감이 느껴지더라고요. 그 경험 이후로 몸이 가진 여러 가능성을 느꼈고, 이것으로 뭔가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무엇이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여러 방향으로 몸에 대한 탐구를 계속해 보려고 합니다.
온의 책장
Q. 다른 취미나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요?
책 읽는 걸 좋아해요. 제게 가장 익숙한 방식이기도 해서 문제를 마주할 때마다 늘 그곳에서 답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사회학을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한 것도, 견디기 어려운 시기에 읽은 책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어진 흐름이었고요. 그렇게 책이 저를 계속 ‘연결’의 지점으로 이끌어줬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가장 익숙한 ‘책’을 통해 조금 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독서는 제가 안전하게, 그러나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통로가 아닐까 해요.
Q. 사회학과는 무엇을 배우나요?
저는 사회와 개인의 관계를 탐구하고, 그 안에서 사람들의 삶을 연구하는 게 사회학이라고 생각해요. ‘뭐든 갖다 붙이면 사회학’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데요. 음식 사회학, 여가 사회학, 의료 사회학처럼요. 물론 반쯤은 농담이지만, 저는 이게 사회학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먹고 마시고, 쇼핑하고 여행하는 일상적인 행위들도 사회학적 탐구 대상이 될 수 있거든요. 다룰 수 있는 분야가 넓고 다양한 만큼 우리가 필요한 때에 경험을 설명할 수 있는 틀을 찾아낼 수 있는 것 같아요.
✔️To do list 구술생애사 수업 듣기
최현숙 선생님의 『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로 처음 구술생애사를 접했어요. 이후에 인터뷰를 찾아봤는데, 길거리를 지나가는 누구의 삶에도 역사적‧사회적 맥락이 겹쳐 있고, 구술생애사는 그런 한 사람을 사회적 존재로 호명하고, 그의 이야기를 기록함으로써 다시 사회 속에 위치시키는 작업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배워보고 싶고 제 이야기를 짓기 위해 만들어왔던 것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에도 사용해 보고 싶어요.
Q. (사회학을) 공부해 보니 어떤가요?
제가 처음 사회학에 관심을 두게 된 건, 고등학생 때 김원영 작가님의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이나 김승섭 교수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 같이 장애와 질병을 사회적 차원에서 다루는 책을 읽고 나서였어요. 내가 이렇게 괴로운 것은 내 몸이나, 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저에게 사회학은 현장에서 지금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제 삶과 아주 가까운 어떤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런데 막상 사회학과에 들어가 보니 고전 이론과 통계부터 배우더라고요. 수업에서 은연중에 강조되는 객관성‧중립성도 몸을 굳게 만들었어요. 이것이 당연한 학문의 절차라는 걸 지금은 알지만, 그때는 이런 것들 때문에 학교에서 배우는 사회학이 너무 딱딱하고 멀게 느껴졌고, 저와 밀접하게 연관된 주제를 다루는 것이 오히려 부적절하게 느껴져서 1학년 때는 조금 방황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사회학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학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달라졌어요. 하나의 현상에도 여러 측면이 있고, 이미 여러 번 말해진 부분이 있는가 하면 덜 말해졌거나 아예 말해지지 않은 부분도 있다. 연구자는 그것을 선택해서 다룰 수 있으며 사회학의 객관성은 연구 절차에서의 객관성을 의미한다는 것이죠. 이 관점에서 보니까 통계도 더 잘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더라고요. 그 뒤로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던 것들도 끈기를 갖고 들여다볼 수 있게 됐고, 이제는 사회학을 공부하길 정말 잘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To do list 취약함을 두려워하지 않기
지금의 저는 크게 두 가지 취약함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한 가지는 장애라는 몸의 조건이고, 다른 하나는 겁이 너무 많다는 것인데요. 그동안은 무조건 회피하고 숨기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도망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이걸 어떻게 잘 다뤄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전자의 취약함을 탐구하는 것이 움직임 워크숍과 사회학 공부라면, 후자의 취약함, 그러니까 두렵고 망설여지는 마음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인데요. 최근에 교내 장애 인권 활동을 하면서 이게 피하지 않는다면 어떤 모양이 될지 시도해 본 적이 있어요. 모임에서 논의되는 활동의 규모와 속도가 저에게는 너무 크고 빠르게 느껴지더라고요. 졸업 전까지 필요한 지원을 계속 받아야 하는 것도 있었고, 활동의 당위와 필요성만을 생각할 수 없는 지점들이 있었어요. 계속 망설이다가 구성원들에게 이 부분을 이야기했는데, 제 걱정과 달리 이게 시작점이 되어서 다른 분들도 각자 우려되는 것들을 말씀해 주셨고, 그걸 바탕으로 우리가 정말로 할 수 있는 것을 같이 찾아갔어요. 당시에 저는 이게 저 혼자 끙끙대면서 찾아낸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사실 취약함을 두려워하지 않는 방법을 먼저 배운 곳은 글방이더라고요. 처음 갔을 때 이전 2024 가을학기 글방의 죽돌들이 만든 약속들이 벽에 붙어 있었는데요. 그중 하나가 “취약성을 공유하고 포용하자”였어요. 명시적인 규칙으로 만들진 않았지만, 이번 글방에서도 글쓰기와 합평을 하며 함께 보낸 시간 속에서 몸으로 직접 경험했어요. 이게 알게 모르게 제게 많은 흔적을 남긴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가지고 가고 싶은 태도 중 하나입니다.
산책하는 온
Q. 온이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겁이 많지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뒤에 남겨두고 떠나지는 못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부당한 상황을 겪거나 목격하고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 날이면, 그날 저녁엔 꼭 괴롭더라고요. ‘왜 말을 못 했을까?’ 하고요. 아마 겁을 내면서도 외면하지 못하는 그 지점이 지금의 저를 만들고 있는 것 같아요.
✔️To do list 감당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구별하기
확장하고 연결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동시에 감당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해서 제 경계를 지켜야 한다고 느껴요. 이슬아 작가님이 『끝내주는 인생』에서 무대에 서 있는 김태리 배우에 대해 “나 아닌 것은 하지 않겠다는 결심“이라고 말씀하신 것이 마음에 오래 남았는데요. 저 또한 어디를 가든 ‘내가 나로서 이 자리에 있겠다’라는 결심을 잊지 않고 싶어요.
Q. 주변 친구나 지인들은 온을 어떤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나요?
친구들에게 다정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양심이 조금 찔려요. 저는 사실 거꾸로 친구들에게서 다정함이 무엇인지 배우거든요. 다정함이 원래 제 안에 있는 성질이라기보다는 엿보고 따라 하며 노력으로 벼려가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To do list 내가 나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내 방식대로 밀리지 않기
교내 인권 활동 모임에 참여하면서 고민했던 지점이에요. 할 수 없는 일이라면 “이건 어렵다” 라고 말하는 것, 그리고 그 두려운 마음 자체를 함께 이야기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밀리지 않는 태도를 갖고 싶어서 이 모임에 들어왔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없다.‘ 라고 말하는 것 역시 제가 저의 방식대로 밀리지 않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Q. 나에게 중요한 것 세 가지는?
1. 가족 엄마의 삶은 저의 삶에 포개져 있고, 저의 삶에도 엄마의 삶이 포개져 있죠. 함께 통과한 순간들이 있지만 그걸 해석하고 소화하는 방식은 각자 다른 것 같아요. 그렇게 많은 것을 공유하지만 우리가 다른 사람이고, 절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참 묘한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더 이해해 보고 싶기도 하고요.
2. 이야기 처음엔 제가 겪고 있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기 위해 이야기를 찾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떤 이론으로도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이 있잖아요. 그건 결국 오래 듣다 보면 보이는 것 같아요. 저는 누구나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이론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그 사람의 이야기는 언제나 그 이론을 초과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새로운 이론이 계속 만들어지고 설명되는 거겠죠. 저에게는 그 ‘초과하는 이야기’가 너무 매력적이고 중요하게 느껴져요.
3. 친구와 동료 하자글방의 동료들도, 다른 친구들도 정말 소중해요.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제가 놓친 지점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되고, 해결책이 보일 때가 많아요. 친구와 동료가 없었다면 해내지 못했을 일들이 수두룩해요. 그럴 때마다 나 혼자 내 삶을 써 내려가는 게 아니라, 제2의 서술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To do list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고 믿기
사소해 보이는 것에서 아주 중요한 것이 발견되는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글쓰기도 그렇고, 다른 활동을 할 때도요. 저는 이 사실을 잊지 않고 가지고 가고 싶어요.
✔️To do list친구와 동료를 믿고 더 이야기하기
함께 무언가를 만들려면, 그 안에서 각자의 복잡한 마음과 상황을 나누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장애 인권 활동에서 그랬던 것처럼 처음엔 두려웠지만, 막상 이야기해 보면 “말해줘서 고맙다”라는 답이 돌아오는 경험을 많이 했고, 그 순간이 새로운 출발이 되기도 했어요.
Q. 진로 관련해서는 어떤 고민이 있나요?
아직 진로를 정확하게 정하진 못했어요. 다만 이야기를 수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게 어떤 형태로 남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편집자가 될 수도 있고, 기록을 남기는 사람이나 작가가 될 수도 있고요. 지난 여름부터 얼마 전까지는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강했고, 약간 무기력하게 지냈어요. 그런데 요즘은 다시 뭔가 해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고, 다가오는 것들을 마음껏 붙잡아 보려고 해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형태가 잡히지 않을까 싶어요.
Q. 온의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10대 때와 지금 진로 고민이 어떤 점이 비슷하고 또 다른가요?
그때는 ‘이건 잘못됐다’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지금도 여전히 그 방향성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론 좀 더 구체적인 것에 관심이 가요. 사람들은 사회의 영향을 꾸준히 받지만, 한편으로는 완전히 따라가지 않은 채로 분투하며 자기 삶을 꾸려가잖아요. 저는 그 사이에서 발견되는 복잡한 이야기를 수집하고 싶어요.
Q. 진로나 미래와 관련해서 또래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좋아하던 것이 더 이상 좋아지지 않을 때, 그 시간을 어떻게 통과하는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요. 저는 정말 막막했거든요. 그래서 이 시기를 어떻게 지나가고 있는지, 버텨야 한다면 그 힘을 어디서 찾는지, 그런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