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다람쥐야. 꼭 너 같은 고양이를 만나고 싶단 마음을 안고 홀로 바다 주변을 거닐고 있었어. 골목으로 꺾자마자 푸짐하게 누워있는 네가 눈에 들어왔을 때 얼마나 행복했는지 아니? 인간 세상에는 전혀 관심 없는 듯하면서도 꼬리를 살랑이는 네 모습에 나는 조심스레 네 옆으로 가 쭈그려 앉았어. 놀라진 않았지?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서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게 아쉬워. 대신 너와 함께 살고 있는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지.
사장님은 네 몸 색깔이 꼭 다람쥐 같다고 11년 전에 그렇게 이름 붙였다고 하셨어. 가게 일을 보시다가 의자를 가지고 나오셔서 바다를 등지고 앉아 이렇게 말씀하셨지. “시원하고 좋지? 람쥐야 대답해 봐.” 이 말을 7번 정도 반복했을 때 네가 발바닥 젤리를 핥으며 “냐아-” 하고 대답했어. 무슨 마음이었는지 궁금해. 정말 시원하고 좋았어? 물음표 섞인 말에 대답해야 할 것 같아 그랬을까. 아무렴 어때. 네 목소리를 들으며 잠시 세상을 잊고 말았어. 내 세상이 너와 비슷한 생명체로 가득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러고 보니 배경 화면도 너와 비슷하게 생긴 삼색 고양이 캐릭터이지 뭐야. 사장님은 널 빤히 꽤 오래 보고 있는 내게 야쿠르트를 내어주셨어. 한여름의 냉장고에서 갓 꺼낸 야쿠르트라니. 한순간에 여수가 더 좋아졌어.
있지, 나 내후년 안으로는 꼭 너와 닮은 고양이와 살 거야. 그래서 자취방도 알아보고, 돈도 모으고 있어. 덜 먹고, 덜 쓰게 되더라도 괜찮아. 퇴근 후 그 아이 옆에서 둥굴레차를 연하게 우려 마신 후 함께 잠드는 날을 상상해. 오늘이 너무 지쳤어도,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두려워도, 널 쓰다듬으며 모든 것이 작아질 것 같아. 네 옆에 있는 순간을 확보하기 위해 또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겠지. 나와 함께 살기 원하는 고양이를 만나길 기도해 줘. 그 아이가 언젠가 나를 간택한다면, 나는 그 아이의 작은 세상이 되고, 그 아이는 내 모든 세상이 될 거야. 지구에서 하나뿐인 다람쥐야, 어떤 우연으로 인해 널 만나서 좋았어. 네가 사장님처럼 따뜻한 분과 처음과 끝을 함께하게 될 거란 생각에 마음이 놓여. 건강히 잘 지내.
글 · 사진_ 유자(하자글방 죽돌)
2024년 가을학기 하자글방 후속모임 〈둥글레차〉는 글방지기 죽돌(청소년)이 제안한 글감을 단서로 글쓰기와 합평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글감 소개 : 차
우리 함께 둘러앉아 진(zine)에 대해 나누었던 것처럼, 차에는 여러 겹의 이미지가 담겨있지요. 마시는 차(tea), 타는 차(car), 그리고 차이(差) 우리는 이 글감으로 아주 멀리 떠날 수도, 가만히 서서 기우뚱거릴 수도, 혹은 아주 가까운 마음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겠어요. 우리를 엮어주는 ‘둥글레차’라는 이름처럼, 둥글고 향긋한 시선으로 저마다의 차를 자유롭게 우려주세요.
유영(하자글방 죽돌)
From. 하자글방
하자글방은 함께 읽고 쓰고 합평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해가는 청소년 글쓰기 커뮤니티입니다. 정규 과정 이후 3개의 후속모임이 진행 중이며 후속모임에서 나온 글 가운데 일부를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