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마음이 간질간질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맞이하는 희망적인 생각들이 계속 떠오르는 사람도 있고, 덜컥 겁부터 나면서 이런저런 걱정이 앞서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미래를 생각하면서 여러 감정이 드는 이유는 그 시간을 살아갈 ‘나’를 함께 떠올리기 때문이 아닐까합니다.
이정문 화백이 1965년에 35년 후인 2000년을 예측한 그림 그렸을 것으로 추측되는 <서기 2000년대의 생활의 이모저모>(클로버문고 30권 16쪽, 어문각, 1975.)를 보면 아직 달나라 수학여행은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태양열을 이용한 집, 전기자동차, 움직이는 도로, 로봇청소기, 스마트 주방기기, 소형TV(휴대폰), 전파신문(인터넷 신문), 원격교육, 원격진료 등은 이미 우리의 현재에 실현되었습니다. 세상의 문제들은 어떻게 해결되고, 우리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라는 호기심을 갖고 기술의 발전을 상상해 보는 ‘미래를 상상하는 것’ 자체가 흥미진진하게 느껴집니다.
서기 2000년대 생활의 이모저모(1965)
2050년 신기한 세상이!(2014)
올해 학교로 찾아가는 <청소년 에듀투어>에서는 6~8명의 모둠 친구들이 미래로 함께 떠나는 시간여행을 합니다. 이 여행에서 이번 주말에 가족들과 마트에 가는 나, 겨울 방학에 친구들과 미래기술 체험공간에 방문하는 나, 10년 뒤 심각한 환경문제를 마주한 20대의 나, 20년 뒤 제로웨이스트 사회를 위해 직업을 갖거나 취미활동을 하는 30대의 나, 200년 뒤 국제엑스포장 <사라지지 않은 200년>에 방문한 나를 만나게 됩니다. 이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지구의 환경과 나의 삶이 안전하게 지속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청소년 에듀투어 워크시트 앞면
“10년 뒤 20대의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칠 심각한 환경문제”를 묻는 문항에 제일 많이 나온 것은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극한의 날씨로 인한 재난)’와 ‘쓰레기 문제와 환경오염’였습니다. 7월에 진행한 A초등학교 6학년 5개 학급 135건의 응답(복수응답 포함) 중 ‘기후변화’ 48% ‘쓰레기 문제’ 42%로 현재에도 심각하지만 10년 내에는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숨겨져 있습니다.
1차시에는 2~3명이 한 팀이 되어 쓰레기 없이 장보기 미션을 해결하는 보드게임 <장보장 게임>에 참여합니다. 무조건 돈을 많이 벌고 당장 먹고 싶은 먹거리 카드를 일반포장으로 빨리 사 모으는 팀도 있고, 더디게 가더라도 친환경 포장 먹거리 카드를 사 모으며 쓰레기 대란이 오지 않도록 그때그때 배출하는 팀도 있습니다. 게임 승리를 위한 팁을 물어보니 좋은 전략을 세울 수 있는 꿀팁도 많이 나왔지만, ‘승리는 운빨’, ‘머리를 잘 써야 한다’,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가 본다’, ‘전략을 잘 세워 조금의 소비로 큰 만족하기’ 등의 재미있는 답변도 나왔습니다.
2차시에는 2222년 제주도에서 열릴 국제EXPO <사라지지 않은 200년>으로 이동합니다. 여전히 분해되지 않은 200년 전인 오늘의 쓰레기로 만든 탑을 통과하여 특별전시장으로 들어서면 신생명체 플라스티쿠스 111종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 생명체들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손작업이 진행됩니다. 2020년 3월 영국 뉴캐슬대학의 연구팀이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의 심해 갑각류의 소화기관에서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가 발견되어 이 생명체에 ‘에우리테네스 플라스티쿠스’라는 학명을 붙였다는 기사로부터 기획되었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여 섭취하게 되는 플라스티쿠스같은 생명체가 더 많이 발견될 것이라는 슬픈 가정에서 비롯됩니다. 식품 포장 소재들과 잇기재료(모루, 고무줄, 양말목, 빵끈, 빵클립, 금속클립, 녹말이쑤시개, 자석 등)로 청소년들의 손끝에서 탄생되는 생명체 중에는 미세플라스틱을 먹이로 하여 환경을 정화하는 플라스티쿠스도 등장합니다. 마음을 담아 만든 생명체는 집에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활동지에 잘 기록해두고 소재는 잘 분리배출하여 다시사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장보장 게임
청소년들이 제작한 플라스티쿠스
3차시에는 미래의 식품포장재 개발 연구소인 제로웨이스트랩의 전문연구원 롤카드 중 1개를 뽑아 미션을 해결하는 모둠활동이 이루어집니다. 진로카드는 총 14종으로 이루어졌는데, 앞면의 직업 이미지와 뒷면에 적힌 하는 일·강점·공부·특징 등은 AI어시스턴트 챗GPT와 함께 초등학교 6학년이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었습니다. 모둠에 따라 진로카드를 랜덤으로 뽑기도 하고, 모든 카드를 읽어본 후 본인이 하고 싶은 일에 가까운 카드를 획득하기도 합니다. 본인이 획득한 직업 역할에 맞게 아이디어를 내고 모둠 내에서 종합하여 해결책을 찾아가는 사회적 디자인 워크숍입니다. 미션은 ‘플라스틱 생수병/두부곽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여라!’, ‘명절선물 과대포장을 바꿔라!’, ‘대형 마트의 매대를 제로웨이스트 존으로 바꿔라!’ 인데, 학급의 3개 모둠이 같은 미션으로 솔루션을 찾아보는 방식과 모둠별로 미션을 달리하여 접근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제품의 무게 중 플라스틱이 차지는 무게의 비율에 따라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환경공학자와 정부/지자체 공무원도 있고, 먹을 수 있는 소재로 뚜껑을 개발해 보겠다는 재료공학자와 패키지/산업디자이너도 있고 무게와 색 또는 숨겨둔 표시를 확인하여 분리수거를 하는 AI로봇을 개발하겠다는 로봇공학자/AI엔지니어와 제조공정 기술자도 등장했습니다. 플라스틱을 생산·유통·폐기처리하는데 드는 비용을 계산해 보겠다는 비용분석 전문가와 물류/유통 전문가도 나왔고,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연구의 과정과 효과를 광고로 잘 만들어 보겠다는 마케터/광고기획자도 있었고 소비자가 친환경 포장 상품을 더많이 살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보겠다는 UX연구자/행동과학자도 있었습니다. 모둠 안에서 열띤 아이디어 회의를 하다보면 20년 뒤 다른 전문가들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그룹에서 일하는 30대의 전문가들이 둘러앉아 있는 상상을 해 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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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카드 14종 앞면, 뒷면
미래진로디자인하자
청소년 에듀투어는 올해에는 학교를 찾아가는 범교과 수업으로 진행됩니다. 상반기에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 5학년~중학교 1학년 청소년들을 400여 명 만났고 여름방학 동안 교구와 진행 가이드를 매만지고 있습니다. 워크숍으로 만날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워크시트 뒷장에는 박물관, 미술관, 체험관, 청소년센터, 메이커스페이스 등의 자원을 연계한 투어형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여 새로운 경험의 장을 넓혀가기를 제안합니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꿈이 바뀌다 본격적으로 진로를 탐색하기 시작하는 청소년기에 ‘미래의 나’를 떠올릴 때, 지속가능한 미래 사회의 다양한 진로를 상상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