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 글방의 물고기와 하자 뉴미디어 인턴 단어가 만났다. 다름 아닌 편지로. 어쩌면 이들의 유일한 공통점일 수도 있는 글로. 딱 한 번, 스치듯이 만난 둘은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게 될까? 우리는 왜 글을 쓰게 되었고 어쩌다가 지금까지 쓰고 있을까?
편지를 통해 느리게 연결되는 단어와 물고기의 서간문 프로젝트.
‘우리는 쓰고 나서야 알게 된다’
*EP.1 "무슨 말이 하고 싶었는지." 읽기
*EP.2 "사랑이란 무엇인지." 읽기
물고기,
이번 주는 몸도 마음도 아주 바쁜 일주일이었어.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그리고 잘하고 싶은 마음까지 한데 뒤엉켜 도저히 "나로는 안 될 것 같은"* 한 주를 보내고
너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
*이슬아,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2019)』
이럴 때일수록 나는 더 자주 읽으려고 해.
내가 아닌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보며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거든.
물고기도 알다시피 글에는 쓰는 사람의 여린 마음이 드러나잖아.
슬픈 마음, 아픈 마음, 미운 마음, 기쁜 마음….
어떤 마음이든 숨김 없이 드러내니까.
이 연한 마음 속에서 글을 읽고 나면 나는 덜 외롭고 더 용기 있는 사람이 돼.
나에게 사랑은 무엇인지 물어봤지.
사실 아직 잘 모르겠어.
나는 자주 사랑하기로 마음먹고 가끔 사랑 싫다고 외치기도 해.
사는 내내 사랑에 관한 질문을 마음에 품고 살아갈 것 같아.
하지만 요즘의 나에게 사랑이 무엇인지는 말할 수 있어.
나는 기다리는 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해. 혹은 한 번 더 뒤돌아보는 것도 사랑이라고 느껴.
난 항상 한 발짝씩 늦은 사람이라서 발맞춰 걷는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건지 알거든. 충분히 앞설 수 있음에도 기꺼이 멈춰서서 기다려주는 것. 중간에 뒤돌아서서 상대가 잘 오고 있는지 자꾸 살피는 것.
나에게는 그게 사랑이야.
실은 앞지르는 것보다 멈춰 서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니까.
최근에 읽은 책의 한 구절을 물고기에게 들려주고 싶어.
“행복은 함께 걷는 해안가 산책. 행복은 나눠 먹는 주먹밥.
행복은 나를 필요하다고 말해 주는 어떤 사람. 행복은 나처럼 애매하고 능력도 부족한 작은 아이.
행복은 내일도 나눠 받고 싶은 누군가의 서글픔.”*
*청예, 『일억 번째 여름(2025)』
물고기는 언제 행복을 느껴?
물고기는 행복을 지키며 살고 있어?
이 세상에는 중요한 게 너무 많고 행복을 지키며 산다는 게 쉽지 않은 요즘이야.
그래서 행복을 지키기 위해 게으르고 느린 시간들에 집중하려고 노력해.
시시함, 썰렁한 농담, 스쳐 가는 수다, 눈 맞춤, 기약을 모르는 다짐, 기도….
사소하고 소중한 시간들을 지키며 살고 싶어.
내가 나로는 안 될 것 같을 때마다 조금씩 꺼내볼 수 있게.
물고기, 약속을 지키는 게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특히 우리가 자주 하는 약속들. 사랑해야지. 멈춰 서야지. 투명해야지. 다정해야지.
하지만 지키기 힘들다고 해서 저 뒤로 미룰 수 없는 약속들. 우리가 이 기약 없는 약속을 잊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어. 잊지 않을 용기가 우리에게 있었으면 좋겠어.
쉽게 포기하지 않는 몇몇 마음이 닿아서 서로에게 용기가 되어주기를.
우연히 만난다면 반갑게 인사할게.
p.s 며칠 전에 서울숲의 한 브런치 카페에서 찍은 사진이야.
멍 때리면서 음식과 사람에게만 집중할 수 있어서 오랜만에 편안하다고 느꼈어.
물고기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는 하루 보내기를!
하자 뉴미디어 인턴 | 단어
다들 자기만의 행복을 잘 지키며 지내고 계신가요?
바쁘고 분주할수록 우리를 지탱해 주는 작은 순간들을 놓치게 되는 것 같아요.
단어에게 행복이란 소소하고 게으른 순간들인데요, 물고기에게 행복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물고기는 그 행복을 어떻게 지켜내고 있을까요?
저와 함께 물고기의 답변을 기다리며 한 주 보내보아요 :)
*하자글방은 함께 읽고 쓰고 합평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해 가는 청소년 글쓰기 커뮤니티입니다. 새로운 글방 멤버를 모집하고 있으니(~2025년 7월 10일까지) 관심 있으시다면 살펴봐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