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하자와 연을 맺은 지 벌써 13년이 지나가고 있는 단미, 김은지입니다. 국회의원 장혜영 의원실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어요. 주로 지역(마포구) 관련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하자와는 어떤 인연이 있으신가요?
저는 경상남도 시골 마을에서 10대를 보내고 스무 살에 서울로 올라왔어요. 서울에 와서 어떻게든 성공이라는 걸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아르바이트도 하고 학원도 다녔지만 쉽지 않았죠. 대학 졸업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학연·지연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스물넷에 하자와 처음 연을 맺었는데요. 그즈음에 무엇으로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때마침 하자에서 연금술사*라고, 대학 비진학 청소년을 위한 창업 프로젝트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오게 됐죠. “스펙 없이 먹고 살자”라는 슬로건이 눈에 띄었어요. 그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락 가게를 창업했습니다. 제가 참여했을 때가 2기였는데요. 2기에서는 적어도 굶지는 말자는 목표가 있어서 도시락 가게를 하면 그럴 일은 없겠다 싶었어요.*
*연금술사 프로젝트: 대학 비진학 청소년에게 안전한 일자리와 진로교육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일학교.
*연금술사 2기는 2011년 도시락 배달 가게 ‘소풍가는 고양이’를 창업함.
도시락 배달 가게 ‘소풍가는 고양이’ 전경
‘연금술사 프로젝트’ 참가 시절 단미
단미는 어떤 청소년이었나요?
고등학생 때 학생회에 선도부장이었어요. 학교 선생님들이 보시기에 아주 흡족해할 만한 학생이었죠. 사립 여고를 다녔는데 교칙이나 체계가 엄격했어요. 요즘은 그런 문화가 많이 바뀌었겠지만, 제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등교할 때 교문 앞에 선도부가 서 있었거든요. 저도 파마나 귀걸이를 한 학생을 보면 몇 학년 몇 반 누구인지 적고 그랬죠. 한마디로 엄격한 모범생이라고 할까요.
단미가 그랬다니. 상상이 잘되지 않네요. (웃음) 지금 모습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상당히 다릅니다. (지금의) 제 친구들은 아주 깜짝 놀랄 거예요. 단편적인 예로 저는 하자에 처음 왔을 때 별칭 문화*가 불편했어요. 당시에 조한(하자의 가장 오래된 주민, 하자센터 설립자)이 센터장이셨는데요. ‘나는 조한을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싶은데 왜 조한이라고 불러야 하지? 너무 부담스럽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같이 활동했던 동생들이 저를 단미라고 부르면서 반말하면 ‘그냥 나이에 맞게 행동하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했던 과거가 있어요. 하자에서는 뭘 하든 내가 가진 기존의 사고나 원리·원칙을 계속 깨는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적응하기 바쁘고 버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그때 제가 경험하고 배운 것들이 삶의 토대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하자센터에는 각자가 스스로 지은 하자이름(별칭)을 부르는 문화가 있음.
“반년 전까지 제천에서 대안학교 교사로 일했는데요. 지금은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어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하루 일과도 궁금합니다.
반년 전만 해도 제천에서 대안학교 교사로 일했는데요. 지금은 정의당 국회의원 장혜영 의원실에서 지역 업무를 하고 있어요. 하루 일과는, 보통 아침에 일어나면 집 근처 공원에 가요. 공원 계단을 오르고 집에 돌아와서 씻고 출근 준비를 합니다. 사무실에 오면 뉴스를 보면서 동향을 살피고 일상 업무를 해요. 회의할 때도 있고 지역 활동 업무를 할 때도 있어요. 마포구에서 이뤄지는 어르신 급식 봉사를 가기도 하고 현안*과 관련된 집회나 활동, 지역 행사에 가기도 해요. 지역 현안에 따라 해야 하는 일이 달라지죠. 예를 들어 지금은 마포구청 앞에 소각장 이슈와 관련된 주민 천막이 있어요. 그럴 때 천막에 가서 자리를 지키기도 하고, 서명을 받기도 하고, 집회 참여를 하기도 해요. 그런 식으로 업무가 구성돼요.
*현안: 이전부터 의논하여 오면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문제나 의안.(표준국어대사전)
국회의원 장혜영 지역사무소 개소식
대안교육 분야에서 정치로의 전환은 꽤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이 일을 하기로 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교사로 일하면서 생각하는 힘을 키웠으니 이제 그걸 토대로 행동하는 힘을 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학생들과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때로는 현장에서 함께 했다면, 이제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국가가 잘 작동하기 위한 일의 한 부분을 함께하는 거죠. 그런 부분에서 이 일의 매력을 느꼈어요.
나의 커리어, 내 작업의 일대기를 그려본다면 전환점이 되는 것들이 있잖아요. 뭐가 있을까요?
우선 24살에 연금술사 프로젝트를 하면서 도시락 가게 창업을 한 것이 있고요. (연금술사를 마치고) 3년 후에 하자센터에서 카페지기를 했어요. 그때 청소년을 만난 게 계기가 되어 제천 간디학교 교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장혜영 감독님과 인연을 맺게 된 건, 2018년에 학생들과 영화 <어른이 되면>* GV(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했을 때부터였어요. 감독님이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 오셔서 인권 관련 특강을 해주기도 하면서 인연을 이어왔죠. 그러다 감독님이 국회의원이 되었고,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의 삶을 응원하고 지지해 왔어요. 그때 저는 8년 차 교사였는데요. 어느 순간 ‘언제까지 교사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을 만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생기면서 환기가 필요한 순간이 오더라고요.
깊은 고민 끝에 퇴사를 결심하고 주변에 이야기했는데, 장혜영 의원님이 연락을 주셨어요. “같이 일하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실 고민이 됐어요. ‘정치에 발을 내디뎠는데 별로 도움이 안 되면 어떻게 하지?’는 생각과 ‘나는 대안교육 판에서 쭉 살아왔는데 정치라는 분야에서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불안이 있었어요. 스스로 검증이 덜 됐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용기를 내고, 의원님도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거다. 존재 자체로 힘이 된다”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결심하게 됐어요. 저와 의원님이 바라보는 가치나 지향이 닮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어서 ‘이런 사람이 가는 길이라면 나도 힘을 내서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받아들이게 된 거죠.
*<어른이 되면>: 장혜영 감독의 장편 다큐멘터리. 2018년 12월 13일 개봉.
하자 카페지기 시절 단미
간디학교 교사 시절 단미
업으로서의 정치는 어떤가요?
반년 된 제가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긴 한데… 정치 입문자로서 이야기 하신다면요? 입문자로서 이야기하면, 가끔 뿌듯할 때가 있어요. 내가 어떤 일을 했는데 그것이 반영된 결과가 어딘가에 실제로 있을 때 혹은 의원님을 서포트하면서 일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하고 신기하죠. 한편으로는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다른 일들과 그렇게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니었구나 싶을 때도 있고요.
“살고자 하는 방향대로 살면서 일도 하고 돈까지 벌고 있으니 일석삼조인 셈이에요.”
단미에게 일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일과 삶의 분리가 크게 되지 않는 일을 계속해 왔어요. 운 좋게도 제가 추구하는 가치와 맞닿은 일을 할 수 있었죠. 내가 살고자 하는 방향대로 살면서 일도 하고 돈까지 벌고 있으니 일석삼조인 셈이에요. 그 정도로 일에 몰입하고 애정을 쏟기도 하면서요.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셨을 텐데요. 기억에 남는 분을 꼽아보면 누가 있을까요?
많은 얼굴이 떠오르지만 한 사람을 말하자면 함께 창업했던 ‘씩씩이’가 많이 생각나요. 연금술사 프로젝트에 좋은 어른들이 많이 함께 해주셨는데요. 대표였던 씩씩이를 보면서 당시엔 의문스러운 마음이 있었어요.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최선을 다하지? 무엇이 저 사람을 저렇게까지 움직이게 할까?’라는 물음이 있었죠. 근데 교사가 되고 보니 제가 씩씩이처럼 살고 있는 거예요. (웃음) 씩씩이를 보면서 삶을 대하는 태도를 많이 배웠어요. 나도 그런 어른이 돼서 사람들이, 특히 청소년이 나를 필요하다고 여겨주면 참 복이겠다는 생각을 했죠. 씩씩이와 함께할 때는 느끼지 못한 것을 교사 생활을 하면서 많이 느끼게 됐어요. 고마운 마음도 있고 당시 씩씩이가 왜 그렇게 인문학을 강조했는지, 뒤늦은 깨우침이 있었달까요?
인문학에 대해서는 어떤 깨우침이 있으셨어요?
인문학은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공부라고 생각하는데요. 흔히 ‘사람답게 살자’라고 많이 이야기하잖아요. 근데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자기중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배움이 없다면 세상을 살면서 너무 많이 흔들릴 테니까요. 그렇게 되면 판단을 잘못할 수도 있고 나를 과신할 수도 있죠.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까,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생각을 일깨워 주는 인문학이 중요한 것 같아요.
진로로서 대안학교 교사는 어떤가요? 추천할만 한가요?
저는 추천하고 싶어요. 교사가 학생을 돌본다고 해서 무조건 주기만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제가 더 많이 성장하고 배우고 받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교사는 청소년이 성장하는 과정에 함께하면서 어떤 영향을 주게 되는데요. 그럴 때 섣불리 판단하거나 내뱉는 것을 스스로 경계하게 돼요. 때로는 그것 덕분에 제가 조금이나마 더 나은 사람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거든요. 교사의 일은 보람되고 큰 책임감을 요하는 일이죠. 때로는 굉장히 무겁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저는 추천해요.
앞으로 청소년을 만나는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무엇부터 하면 좋을까요?
사회가 돌아가는 흐름을 볼 수 있어야 해요. 세상 돌아가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내가 무엇으로 학생들을 만날 건지 포인트가 생기고, 거기에서 출발할 수 있으니까요. 특히 대안학교는 인문학이나 사회활동과 관련된 이슈를 주제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지금 어떤 힘겨움을 느끼고 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어떤 뉴스가 있는지 등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있죠.
“말하는 대로 된다는 걸 거의 100% 확신하거든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을까요? 단미의 경우는 어떠신가요?
생계 고민은 늘 해 온 것 같아요. 일하다 지치고 힘들 때는 ‘그냥 부자여서 먹고 놀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애정하고 마음을 쏟을 수 있는 일을 만난 건 큰 행운이죠. 여기서 말하는 운은 스스로 만들어 온 거라고 생각하고요. 근데 저 같은 경우는 사실 가지지 못한 것에서 출발했거든요. ‘뭐든 해야겠다’는 마음이 창업을 하게 했고, 연금술사에서 만난 좋은 어른을 보고 ‘나도 저런 사람이 되어 살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겨서 교사로 일하게 됐고요. 대안학교에서의 삶은 저를 사회에 나가서 행동하고 움직일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했죠. 결국에는 ‘운’이라고 퉁쳐지는 것은 저의 노력과 주변의 애정이 더해져 만들어 온 것 같아요. 그러니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거예요.
근데 저는 진짜 끊임없이 움직이긴 했어요. 탐색하고, 모색하고, (일에 대해) 어딘가에 계속 이야기하고요. 제가 믿는 말 중 하나가 ‘말하는 대로 된다’ 거든요. 100% 확신해요. 제가 10대였을 때는 욕을 달고 살았어요. 그냥 감탄사로, 혹은 친구들과 말을 섞기 위한 용도로요. 근데 그 언어가 제 인생을 지배하는 거예요. 맨날 “짜증 난다”, “재수 없다”라고 말하니까 진짜 짜증 나고 재수 없는 상황이 계속 만들어지는 거죠. 그래서 (20대 때는) 새로운 길을 가면서 스스로 “괜찮은데? 10대 때보다 20대가 나은데?”라고 말하곤 했어요. 지금 30대는 20대보다 훨씬 낫거든요. 그러니까 30대보다 40대는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 말들은 스스로 하는 약속이기도 하고 되새김이기도 해요. ‘왜 안 되지?’에서 ‘어떻게 할 수 있지?’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일을 하면서 좌절하거나 실망했을 때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굉장히 많죠. 자기 효능감이 바닥을 치면서 ‘내가 이것밖에 못 하나’라는 생각도 들고, ‘이럴 거면 때려치워’라는 마음이 들 때도 있어요. 문서 하나 잘못 만들어서 마음 졸이기도 하고, 중요한 행사에 포스터 출력 파일을 잘못 넘기기도 하고, 굉장히 다양한 일들이 있었거든요. 사고를 안 치면 가장 좋지만 그럴 때는 빠르게 인정하고 어떻게 해서든 잘 마무리 짓고 책임지려 하는 모습이면 된다고 생각해요. 실수를 통해 배우는 것도 분명히 있더라고요.
제일 중요한 건 ‘마음에 파도가 크게 칠 때 어떻게 넘어가느냐’인데요. 조금 길게 보면 좋더라고요. 일이 힘들 때도 있고 권태로울 때도 있죠. 근데 그게 때려치우면 해결될까요? 그렇다면 그만하면 돼요. 하지만 사실 그런 순간은 어떤 일을 하든 계속 마주하게 될 수밖에 없거든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지만, 어떨 때는 버텨야 하더라고요. 버티면 다시 안정기가 오기도 하고, 그때 내가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웃고 넘길 힘이 생기기도 해요. 그래도 상황에 따라 내 몸과 마음이 어떤 신호를 보내는가에 집중하는 시간은 필요한 것 같아요. 내가 무엇이 힘들고 어려운지 들으면서 그 시간을 버텨내야 다음에도 적용할 수 있으니까요.
장혜영 의원실 기후행진파업 활동
요즘 생성형 인공지능, ChatGPT가 화제인데요. 정치인은 인공지능 시대에 사라지지 않는 직업에 속할까요?
그럼요. 저는 정치인은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전에 어디서 봤는데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거나 마음과 관련된 일을 하는 직업군이 (미래에) 유일하게 살아남을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정치야말로 시민이나 국민의 마음을 깊이 헤아려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AI가 아무리 발달한들 사람 마음을 깊이 아우를 수 있을까요? 인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겠죠.
요즘 단미의 일상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요?
높은 편이에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왔다 갔다 해요.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과 함께 일을 한다는 게 굉장히 매력적이고, 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물론 힘든 것도 많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있는(있고 싶은) 곳은 여기잖아요. 그럼 내가 가진 재능이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잘살아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찌 됐든 나에게 이 일이 주어졌고, 내가 이 시간 동안 무엇을 해내고 배울 건지는 결국 나에게 달렸으니까. 할 수 있는 만큼 한번 해보겠다는 거죠.
“제가 빚어온 시간이 꽤나 멋있고, 앞으로 더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괜찮을까요? 하고 싶은 일 계속해도.
저는 이렇게 살아도 저렇게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요. 적당히 살아도 나쁘지 않다면 그렇게 사는 건데, 그래도 한번 시도는 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생각보다 살아가는 시간이 너무 짧은 거예요. 한 번 태어난 거 재밌고 의미 있고 또 멋지게 살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저는 제가 빚어온 시간이 ‘꽤나 멋있다. 그리고 앞으로 더 괜찮아질 것 같다’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보다 많은 사람에게 (경험을) 잘 나누고 싶고, 영향을 주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이 없는 사람도 있을 텐데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럴 수 있죠. 저도 하고 싶은 일이 늘 있던 건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하고 싶은 것이 없거나 내가 무언가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도 용기를 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하자센터에 어떤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발견했을 때 그 우연과 필연을 계기 삼아 뭐든 한 번쯤 해보는 용기를 내보면 어떨까 싶어요. 그런 것들이 모여서 작은 소스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인생의 경로를 바꾸는 큰 밑거름이 되기도 하거든요.
진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텐데요. 그래도 주변에서 무언가 해보라고 제안이 올 수 있거든요. 그럴 때 이건 좀 낫겠다 싶은 것, 혹은 좀 관심 있었다 싶은 것 딱 하나만 해보면 좋겠어요. 책 모임에 들어가거나 아니면 보드게임 모임이라도 참여해 보면서 세상과 접점을 계속 만들어야 그 사람의 직경이 넓어지니까요.
일상의 루틴을 만드는 것도 좋아요. 저는 매일 아침 더 자고 싶지만 억지로 일어나서 290개 계단을 올라요. 다 오르면 서울 시내가 발아래로 쫙 펼쳐지는데, 그때 느껴지는 것들이 있어요. 본인의 루틴을 찾아보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자기 탐색을 해보길 추천해요. ‘나는 걷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나는 호흡상 뛰는 게 맞는 사람이구나’ 이런 식으로 새롭게 알게 되는 게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청소년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가끔 별거 아니지만 유난히 눈길이 가거나 기억에 남는 한 문장, 장면이 있잖아요. 인터뷰를 읽는 분들이 여기에 ‘하면 된다. 잘될 거다’라는 주문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고. 이 말과 마음을 믿고 한번 해보시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나를 위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너 뭐 좋아해?”라고 물었을 때 소위 잘나간다는 사람들도 “내가 뭘 좋아하지?”라고 할 때가 많아요. 개인적으로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만큼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세상에 나가서 부딪히다 보면 자기를 잃어버릴 때가 너무 많거든요.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기계처럼 돈을 벌어야 하거나, 아이를 돌봐야 하거나, 부모를 케어해야 하거나 하는 상황이 많으니까요. 그 가운데서 어떻게 해서든 나를 돌보는 시간이나 마음이든 가지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