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단어를 본 날, 바쁘게 진(zine)* 인쇄의 마무리를 하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손편지를 받았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첫 만남에 받는 편지라니…. 이런 경험은 처음이어서 생소한 기쁨을 느꼈답니다….
준비해 오신 편지를 읽어주실 때의 목소리와 상기된 볼, 웃음이 단어의 얼굴로 오래도록 남을 거예요.
*진(zine) : magazine의 축약형으로 소규모 독립잡지, 자율 출판물 등을 뜻하는 말.
누군가와의 시간이 겹칠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요. 조금 전까지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우리가 서로의 인생에 한 발짝 들어왔다는 것이 정말 멋진 우연이라고요. 그렇게 만나게 된 우리가 지금 이 서간문을 쓰게 된 것 역시 저에게 멋진 우연이에요.
왜 글을 쓰는지….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물어봐 주셨죠. 사실 글을 쓰기 시작한 첫 순간이 기억나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내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들여다보면 그대로 쓰게 되고, 그대로 쓰다 보면 결국 쓰는 사람의 마음을 가릴 수 없이 온통 드러내게 되는 것 같아요.
저에게 사랑이란 언제나 연약한 부분을 보이는 것이에요.
어떤 뾰족함에 찔릴 수도 있지만, 모든 상처를 감수하고 덮어둔 가장 여린 마음을 열어 드러내는 것.
연약하고 여린 마음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사랑과 글쓰기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답니다.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고, 사랑하고 싶어요.
단어에게 사랑은 무엇인가요?
….
우리가 처음 만난 날 만들고 있던 은는이가*의 첫 진 제목은 “닿은 마음이, 쓰는 우리가” 에요.
선물같이 만난 우리의 마음도 분명 닿았을 거예요.
*은는이가는 2023년 진행된 하자 글방 가을학기의 후속 모임 이름입니다.
어떤 이야기가 좋을지 고민하며 보낸 시간까지 함께 담아서 보내요.
물고기가.
p.s 단어가 편지를 보낸 날처럼 오늘도 비가 조금 내렸어요 . 이것 역시 멋진 우연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글쓴이 : 은는이가ㅣ물고기
편집자 : 하자 뉴미디어 인턴 | 단어
다음 편은 또다시 단어의 답장으로 이어집니다.
물고기에게 사랑은 연약한 부분을 내보이는 것이래요. 단어에게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단어의 답장을 기대해 주세요!
*하자글방은 함께 읽고 쓰고 합평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해 가는 청소년 글쓰기 커뮤니티입니다. 6월에 새로운 글방 멤버 모집 예정이라고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