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를 마감하는 하자허브의 대표 '살림' 나눔부엌이 '일'을 품는 '삶'속의 자발적 실천인 '도시락 카페'로 확장되면서, 마을살이의 감각을 키우는 훈련장으로, 돈대신 물건과 정성, 품을 교환하는 '노머니 경제'의 실험장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으며, 또한 여러 경로로 알게 된 좋은 먹거리 생산자들과 연대하는 CSA (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의 시도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하자마을의 주민들뿐 아니라, 이러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더 많은 시민들과 청소년들을 위한 '나눔부엌학교'로 발전하기 위한 시도가 필요한 때일까요 ?
일년이 넘게 진행된 나눔부엌은 어느새 하자마을과 허브 공간의 가장 중요한 일과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하자센터장 조한혜정 교수의 칼럼 '동네 나눔부엌에서 시작하는 세상'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84182.html )
따지고 보면 별스런 행사가 아니라, 하자 마을을 늘상 들락거리는 하자마을의 주민들이, 시간이 없다는 핑계아닌 핑계로 늘 매식만 하다보니, 집안 냉장고 속에서 잠자는 밑반찬, 시들어 가는 재료를 가져와서 함께 밥해 먹는 모임입니다. 하자 마을엔 요리 솜씨가 좋은 분들이 많아서, 맛난 점심 한끼가 보장이 되긴합니다만, 또 요리가 좀 서툴러도 이것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어서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분들이 음식을 준비하곤 합니다.
반찬이든, 재료이든, 아니면 요리솜씨이든, 자기가 가진 것을 함께 나누면서 밥을 먹다 보니, 물물교환과 재능나눔이 일상의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나눔부엌이 행해지는 허브카페의 목 좋은 자리에, 쌀고를 만들어 놓고, 뭔가 하자허브에 신세진 일이 있는 분들은, 대신 함께 먹고 싶은 식재료나 쌀을 가져오시라고 했더니 허브의 쌀고는 텅 빌 날이 없습니다.
또, 수요일 한끼만 모여서 먹다가, 매식에 지친 분들은 반찬 하나씩 들고 와서, 매일 같이 밥해 먹어요라고 청했더니, 모이는 이들의 수가 적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위해서, 그리고 함께 하는 이웃과 친구들을 위해서 음식을 준비하다보니, 가능하면 좋은 먹거리를 찾게 됩니다. 직접 텃밭에서 키운 채소를 사용하기도 하고, 꼭 유기농이 아니더라도, 가능하면 단골 가게나 얼굴을 아는 생산자들, 소농 혹은 가족농이 정성들여 키우고 재배한 먹거리를 찾게 됩니다.
이렇게 매일 모여서 밥을 해 먹는 것은, 단지 한끼를 때우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마을, 동네의 이웃들이 서로 모여 나누고 돌보는 감각을 익히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좋은 뜻을 가진 이들 세명 이상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수다를 떨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가 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인 해법이 나오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나눔부엌'은 하자 마을의 일상이 되어, 하자 마을 주민들이 그들의 사정이 허락하는대로 함께 모여 나누는 감각을 익히도록 해주었습니다.
삶과 일상이 곧 학습이 되기를 지향하는 하자마을은 한번 일이 벌어지면 더 많은 분들도 이 학습에 동참하고 스스로의 삶터에서 실천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하자마을 주민들이 되찾게 된 공공의 일상감각을 이제 다른 마을들과 혹은 자신들의 마을을 만들고 싶어하는 어른들, 청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또, 하자를 드나드는 청소년들 역시, 미래에 그들이 만들게 될 마을에서 자연스레 동네부엌을 만들 수 있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관심있는 여러분들의 참여를 기대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