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9일 토요일, 하자센터 본관 쇼케이스에서는 가을학기 하자글방 쇼하자가 열렸습니다. 8월부터 11월까지 하자글방 죽돌들이 함께 쓰고 보고 듣고 말한 것들을 나누는 자리였는데요.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이야기를 들으러 와주셔서 쇼케이스는 금세 북적북적해졌습니다.
쇼하자에서는 글방에서 쓴 글 중 일부를 모아 엮어낸 문집을 나눴습니다. 문집을 제작하며 제목을 두고 여러 논의와 투표가 있었는데요. 최종적으로 이런 제목과 설명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천사가 지나가는 가을에 우리는 소풍을 간다”
대화를 하다가 마가 쓰는 순간을 ‘천사가 지나간다’라고 표현한대요. 침묵으로 글 쓰는 시간과 글방에서의 대화 사이를 오고 간 가을을 천사가 지나가는 시간으로 볼 수 있겠다고 여겼습니다. 그런 가을에 만나 각자 써온 글을 소풍에 도시락 나눠 먹듯이 나누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쇼하자는 죽돌들이 직접 준비한 작가로서의 발표와 대화 시간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작가들은 춤을 추고, 편지글을 읽고, 노래를 부르거나, 그림과 시를 나누는 등 자유로운 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관객이자 독자에게 전했습니다.
자신의 발표를 마친 후에는 다음 순서의 작가를 직접 소개했는데요. 짧은 내용이지만, 그간 하자글방에서 어떤 시간을 경험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로를 소개한 문장들을 전합니다.
유영 (소개: 나스히)
저의 멋진 글방 동료 유영은 ‘삶을 유영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유영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는데요. 만나는 시간마다 이름처럼 유하고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가 하면 유영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이야기할 때 반짝이는 에너지를 보여주기도 하였어요. 유영이 사랑하는 축제나 전시 등의 문화행사나 훌라 이야기를 할 때 그것들을 정말 좋아하고 있음이 느껴져서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던 생각이 나요. 그리고 유영의 글은 구체적이고 재미있는 묘사가 많았어요. 특히 감초사탕의 맛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먹어보지도 않았는데 맛을 너무 잘 알 것 같은.. 그런 상세한 묘사를 보여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부드러우면서도 긍정의 에너지를 가진 우리 유영을 큰 박수로 맞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운 (소개: 유영)
다음 작가인 <운>을 소개하려고 하는데요. 운은 어떤 모티프를 가지고 힘 있게 한 편의 글을 이끌어가는 작가입니다. 저도 독자로서 매주 운의 글을 볼 때마다, 현상에 대한 분석적인 시각으로 몰입도 있게 써 내려가는 능력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운의 글, 문장, 문장들은 그 자체로 너무나 머무르고 싶은, 멈춰 서게 되는 문장이면서도, 그것들이 모여 어느새 하나의 사건처럼 다뤄지는데요. 그런 운의 글을 볼 때마다 강하게 이끌리는 마법을 느낀 것 같습니다. 어딘가 무심하기도 담담하기도 어조, 태연한 태도가 운의 글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번 문집에는 <모래성>과 <팔짱>이 실렸습니다. 자세한 작가와 글의 소개는 운의 발표에서 만나주세요!
하루 (소개: 운)
다음은 하루의 차례인데요. 하루가 쓰는 글을 읽으면서는 그런 사람을 떠올리게 되었어요. 뭔가 무표정한 얼굴로 자기 할 말을 하고 그게 마냥 신나는 일은 아닌데도 듣는 사람은 계속 웃음 나게 만드는 사람이 있지요. 그런 사람은 또 만나고 싶어지잖아요. 하루의 글은 꼭 그런 이와 대화하는 기분이었어요. 어떤 마음이 웃음을 불러온다는 건 근사하게 꾸몄기 때문이 아니라, 그게 진심으로 와닿았기 때문에, 신뢰가 가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해요. 하루가 어떤 발표를 준비했을지 저도 기대가 됩니다. 박수로 청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유 (소개: 하루)
다음 발표자는 자유입니다. 자유를 떠올리니 짧고 삐죽삐죽한 머리, 밝고 인자하게 웃고 있는 얼굴이 생각납니다. 합평을 하면서 자유와 근처에 앉았던 적이 많은 거 같은데요. 알게 모르게 그녀의 매력에 매번 끌리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여러분이 발표를 들으며 그 정체 모를 매력을 찾아주세요. 자유의 쇼 시작!
홍시 (소개: 자유)
저의 다음 순서는 홍시입니다. 저는 홍시의 글들을 읽으면서 그 글들이 도달하는 의외의 지점들을 너무나 사랑하면서 읽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이야기를 끝맺을 수도 있구나, 이렇게 세상을 바라볼 수도 있구나 하면서요. 홍시의 따뜻하지만 정확한 언어들은 시작했을 때는 알지도 못했던 곳으로 어느 순간 우리를 데려다 갑니다. 여러분도 홍시가 적어내린 삶의 조각들과 그 여정들을 사랑하게 되실 거라 생각하며 다음 순서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다정 (소개: 홍시)
삶과 사람을 사랑하고, 그래서 문학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다정. 무언가를 사랑한다고 소리 내어 말할 수 있는 사람을 저는 늘 부러워하고 좋아합니다. 다정은 다른 삶, 그리고 스스로에 대해 선명하게 씁니다. 그런 그의 글이 좋습니다.
좋은데 좋다고 말할 수밖에 없음을 아쉬워하는, 그래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정확하게 좋아하겠다고 다짐하는, 다정을 소개합니다.
유자 (소개: 다정)
유자, 유자의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유자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유자는 잘 웃고, 웃음을 나게 하는 사람. 이런 규정이 때때로 답답하고 힘겨워도 결국엔 웃는 사람, 웃으면서 우는 글을 쓰는 사람. 이곳이 든든하고 다정한 공간임을 최초로 확인시켜준 사람. 우리가 함께할 시간이 찻잎 우리듯 따뜻한 시간일 것임을 존재로, 문장으로, 이름으로 증명해 준 사람. 누구보다 우리가 행복하기를 바라고, 그런 마음으로 글을 읽고 쓰고 말하고 들었으며, 그러니 나는 언제나 한두 발 뒤늦게 당신의 행복을 바랐던 사람이었다. 오늘에서야 우연히 앞순서에 발표를 하게 되어 드디어 처음으로 당신이 말하기 전에 먼저 당신의 행복을 바란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유자의 행복을 바란다.
나스히 (소개: 유자)
마지막 발표자인 나스히를 소개합니다. 나스히는 하나의 단어만으로 세상을 창조하는 작가입니다. 그의 글을 읽으며 늘 겪어보지 못한 세상을 마주하는 듯했습니다. 첫 합평 시간, 나스히는 그의 글을 읽고 당연히 작가 자신의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한 독자들을 화들짝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자신이 창조한 이야기에 꼭 자신이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제가 잊고 있던 사실을 발견하게 해준 작가, 나스히를 소개합니다. 큰 박수 부탁드려요.
가을이 지나가고 새로운 계절이 왔을 때에도 죽돌들의 쓰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다 볕 좋은 어느 날 다함께 소풍을 떠날 수 있기를!
*소개만큼 단단하고 진솔한 작가들의 글을 읽고 싶으시다면 하자센터 홈페이지 <자료실>을 찾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