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강을 다룬 KBS 1TV 2부작(8/10,8/17) 2011.08.10
8월 10일 저녁 10시 KBS 1 TV 환경스페셜에서 한반도 강을 다룬 2부작 <강과 생명>의 1편 <모래강의 신비>가 방송됩니다. 1편 <모래강의 신비>는 내성천을 중심으로 우리 한반도 생태계와 인간 삶에서 모래와 모래톱의 중요성을 다루었고, 8월 17일 방영 예정인 2편 <소리잃은 강>은 4대강 공사로 인한 생태변화를 담았습니다. 작년 후반부터 극심한 변화 속에 신음하고 있는 우리 강의 모습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하자마을 사람들의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2011년 8월 10일 (수) 밤 10:00~10:50 KBS 1TV 방송

[환경스페셜 471회]

 

 

특집 2부작 <강과 생명>

1편 모래강의 신비

- 4대강 공사로 사라진 우리 강의 원형, 모래강을 찾아서

 

 



 

 
연출 : 손 현 철

 

 

 

 

경북 봉화에서 발원하여 영주와 예천을 거쳐 낙동강에 합류하는 내성천은 조선시대에도 모래가 많아 사천(沙川)으로 불렸다. 댐건설과 개발로 수많은 모래강이 사라졌고 4대강 공사로 그나마 남은 흔적마저 파괴되고 있는 현재, 내성천은 모래강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강이다.

모래강 내성천의 지형과 생태, 인문지리를 중심으로 모래지형이 한반도의 자연과 생태, 사람들의 문화, 정서에 남긴 궤적을 추적한다.

 

콜레라를 이긴 모래톱의 물

1866년 독일 뒤셀도르프 지역에서 57건의 콜레라가 발생해 감염자의 반 이상이 사망했다. 오염된 공동우물의 물을 마시고 병에 걸린 것. 시의회는 라인 강변에 취수정을 뚫고 모래층이 품고 있는 깨끗한 물을 시민들에게 공급했다. 강물이나 빗물이 모래 충적층을 통과하면 수질은 놀라울 정도로 깨끗해진다. 강변여과취수라는 이 방식은 전 세계로 퍼졌고 한국에도 1990년대 도입돼 낙동강변의 경남 창원시와 함안군의 정수장에서 불소 등 정화약품을 훨씬 적게 쓰는 방식으로 깨끗한 물을 생산하고 있다.

 

조선 실학자 이중환도 알고 있던 모래의 필터 역할



조선의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사대부가 살기 좋은 조건으로 마실 물이 좋아야함을 첫째로 꼽으면서 ‘토질이 모래땅이면 우물물도 맑고 차다' 고 했다. 모래는 자연의 필터 역할을 한다. 홍수로 더러워진 흙탕물도 모래를 통과하면서 깨끗해진다. 한강과 낙동강변에 퇴적된 모래층은 맑은 물을 함유하고 있다가 우물을 통해 사람들에게 내준다. 산업단지의 오폐수가 대량 유입되는 낙동강 수질이 하류로 내려오면서 오히려 좋아지는 원인 또한 강물 속에 퇴적된 모래의 여과 작용 때문이다.

 

모래의 땅 한반도

  

한반도의 강은 모래의 강이라 할 만큼 모래가 많았다. 서울에 남아있는 모래강이라는 뜻의 '모래내', 방방곡곡의 ‘사천(沙川)’이란 이름은 우리의 지형 조건에서 모래가 필수적이었음을 말해준다. 고려시대까지 한강은 사평도(沙平渡:모래 평야의 강)라 불렸다. 특히 영남지역을 관통하며 흐르는 낙동강은 강과 모래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모래 반 물 반이었다.

 

- 모래, 한국적 정서의 근원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김소월 시)
1920년대 김소월이 노래했듯, 한반도의 강변 마을은 아침, 저녁 햇살에 반짝이는 모래로 환해졌다. 모래톱과 강둑 사이의 습지에 지천으로 자란 달뿌리풀과 억새가 강바람에 흔들리며 한낮의 자장가를 불러주곤 했다.
둑 위에는 세 그루 버드나무

울타리 밑엔 십리나 되는 모래밭

그 안에 자리 잡은 정자 좋기도 해라

돌아보니 여기가 내 집이로구나.

(다산시문집 제7권, 귀전시초(歸田詩草) 중에서)

 

소월보다 1백여 년 전, 다산 정약용도 남양주 두물머리부터 충주까지의 3백리 뱃길을 지나며 강변 풍경을 시로 읊었다.

 

- 풍수지리의 砂와 ‘모래집’

 

한반도 곳곳의 강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크고 작은 모래 지형들이 촌락과 농토를 감싸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풍수지리에서는 집터나 무덤을 둘러싼 지형 요소를 ‘모래 사(砂)’라 부른다. 그만큼 모래가 우리의 생활터전을 둘러싸고 있었음을 뜻한다. 우리 조상들에게 모래는 또한 생명이었다.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태아를 감싼 양막(羊膜)을  ‘모래집’ 이라 부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 모래가 낳은 마을과 서원

 

모래강의 강변에는 마실 물이 가까이 있고 배수가 잘 되어 사람이 모이고 마을이 생긴다. 강의 모래톱을 끼고 생긴 마을의 이름인 내도리, 물돌이, 무두리, 수도리, 하회가 방방곡곡에 흔하다. 또한 모래의 강, 모래톱을 내려다보는 풍광 좋은 곳에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우주의 이치를 깨치려는 도학자들의 치열한 사유가 펼쳐졌다. 도산서원, 병산서원, 도정서원 등의 유명한 서원들이 모래톱을 굽어보며 세워졌다.

 

모래강의 생명들

강과 내의 하천 생태계에서 모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모래톱은 강과 강변 습지 사이에서 생태적 완충지대가 된다. 모래에 붙어사는 수많은 미생물은 강의 오염물질을 분해하고 수서곤충, 물고기들의 먹이가 된다. 모래에는 길앞잡이, 개미귀신 같은 특이한 곤충들이, 강바닥의 모래 속에는 멸종위기종 흰수마자 같은 민물고기가 숨어서 산다. 수달은 얕은 모래바닥을 훑으며 물고기 사냥을 하고 강변 억새밭에는 몸을 숨긴 고라니가 풀을 뜯는다. 사람들은 잔뿌리가 발달한 버드나무과 나무를 모래 강둑에 심어 홍수를 막았다.

 

사라지는 모래톱

 

4대강 공사의 하천 준설로 한반도의 4대강에서는 5.7억 입방미터의 모래가 사라졌다. 폭 100미터, 높이 5.7미터의 모래 둑을 서울과 부산 사이에 왕복으로 두 줄 깔고도 100km가 남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양이다. 강바닥 준설은 단기적으로는 자갈과 모래 속에 알을 낳는 민물고기의 번식지를 없애버리고, 수중생물의 서식지를 파괴한다. 강과 주변 습지, 인간 거주지와의 완충지대인 모래톱이 사라짐으로 장기적으로 생태환경과 인간생활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특집 2부작 <강과 생명>

2편 : 침묵의 강 /8월 17일 방송예정

 

http://www.kbs.co.kr/1tv/sisa/environ/norice/notic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