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새로운 '연결의 플랫폼'을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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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말, ‘포스트모던’이라는 단어가 철학과 미학 부문에서 첨예한 학문적 논쟁을 일으키던 때가 생각납니다. 주요 논쟁 중 하나는 이 말을 ‘탈근대’로 해석해야 할지, ‘후기 근대’로 해석해야 할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근대가 끝나고 새로운 시기로 접어드는 것이냐, 아니면 성격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근대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냐에 대한 입장 차이였죠. 참 옛날이야기이긴 합니다. 그런데 20년 후, 우리는 또 다른 ‘포스트’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2020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탈출하는 ‘포스트 코로나’를 상상했었습니다. 백신과 치료제의 도움으로 언젠가 모두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활짝 웃는 시나리오였죠. 하지만 2년이 지나고 보니 사스나 메르스 같은 유행병과는 달리,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 곁을 쉽게 떠나줄 것 같지 않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지금, (비록 기대했던 ‘포스트 코로나’가 아니라 ‘위드 코로나’라 할지라도) 코로나19와 개념적으로 단절된 ‘이후’를 상상해야 합니다. 더 이상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혼자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됩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온라인 화면으로 격리된 청소년들의 삶은, 오프라인 대면활동이 제공해왔던 사회적 협력, 관계 형성, 가치관의 확장 등의 기능이 사라진 진공상태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설사 빠른 시일 내에 기적적으로 코로나19의 영향력이 줄어든다고 해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다음 팬데믹’을 위해서라도 공공영역에 안전한 진지를 구축해놓아야 하겠죠. 코로나로 방전된 에너지와 욕구를 충전시키는 발전소로서의 청소년 공공 공간, 그것은 소규모 오프라인 공간/프로그램과, 디지털의 장점을 살리는 온라인 공간/프로그램의 하이브리드(혼합체) 형태여야 할 것입니다. 
 
잔존하는 감염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그리고 거리 두기로 방전된 자율성과 친밀성을 급속충전하기 위해서도, 이 ‘온/오프 하이브리드 청소년 공간’의 목적지는 더 많은 사람의 방문을 궁극적 목표로 삼는 거대한 복합시설이나 외로운 개인들이 더 외로워지는 공허한 가상공간이 아니어야 합니다. 이 공간은 ‘경쟁과 혐오’가 아닌 ‘지지와 존중’을 느끼며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 긍정적 피드백 속에서 ‘경쟁이 아닌 성장’이 우선시되는 공간, 나와 사회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공동의 서사(내러티브)’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곳입니다.
이러한 원리와 지향은 오프라인에서 하자센터가 늘 노력해왔던 방향이지만, 어떻게 온라인 공간의 특성과 연결시켜 융합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치열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성급하게 난립 중인 관공서형 메타버스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일단은 초대형 쇼핑몰과는 다른 ‘골목길의 스몰 브랜드’처럼, 고유성과 문화와 사람이 중요하게 드러나는 곳이 되어야 할 것이라는 ‘느낌적인 느낌’으로부터 출발해 보려 합니다. 
 
2년간의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집콕생활이 익숙해진 시대, 청소년과 비 청소년 모두에게 점점 더 조각난 개인으로 사는 일상이 당연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여전히 그러한 ‘거리’는 크게 좁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존재인 인간의 속성상 커뮤니티를 그리워하는 개인, 연대와 피드백을 바라는 사람들이 서서히 새로운 주체로 떠오르지 않을까요. 그리고 어쩌면 이런 ‘연결된 독립 학습자들’의 세대가 미래를 이끌어가게 되지 않을까요. 하자센터는 이와 같은 기대 속에 2021년을 마무리하고 2022년을 준비하려 합니다. 탈 코로나와 후기 코로나 사이에서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낯선 걸음 속에, 여러분도 함께 하자와 ‘연결’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22년을 맞아, 하자 판돌 아키 드림.

 

 

 

▼ 링크에서 하자마을통신 1월호 읽기

https://stib.ee/PDg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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