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온입니다. 저는 하자작업장학교를 졸업하였고 최근에는 마을책방에서 책도 읽고, 자원활동도 하며 하자에 드나들고 있습니다.
방명록에 인사말을 남기는 온
하자 마을책방에 있는 그림책 중, 제가 좋아하는 책 +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책 10권을 뽑아보았습니다. 어떤 그림책은 말 그대로 그림이 좋아서, 어떤 것은 이야기가 좋아서- 좋아합니다. 그림과 내용 모두가 좋은 것이 대부분이지만요.
◈ 푸른 개 / 글 그림 나자
샤를로뜨는 커다란 푸른 개에게 자신이 먹던 빵을 나누어 주며 우정을 쌓아가지만, 엄마는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푸른 개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입니다. 결국 두 친구는 헤어지지만 뜻하지 않은 곳에서 다시 만나게 되지요. 마티스의 그림처럼 강렬한 색채와 그에 대비되는 푸른 개의 서늘한 눈빛, 담담한 필체가 묘한 감정을 일으키는 책입니다.
◈ 원피스를 입은 모리스 / 글 크리스틴 발다키노 그림 이자벨 말랑팡
모리스는 원피스 입는 것을 좋아하는 ‘남자’아이입니다. 그런 모리스를 친구들은 놀리기도 하고,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리스는 주변의 시선에 위축되지 않고 자신만이 가진 특별함을 마음껏 표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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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꽁치의 옷장엔 치마만 100개 / 글 이채 그림 이한솔
모리스와 같은 남자아이 꽁치는 치마를 너무너무 좋아합니다. 체육 시간에 옷을 갈아입을 때에도 여자 탈의실로 가다가 선생님에게 붙잡히지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꽁치의 친구들은 모두 힘을 합쳐 꽁치를 도와줍니다.
◈ 알몸으로 학교 간 날 / 글 그림 타이 마르크 르탄
피에르는 늦잠을 자 버린 어느 날 옷 입는 것을 깜박하고 학교에 갑니다. 피에르는 뒤늦게 자신이 알몸이라는 것을 알고 노심초사하지만, 정작 다른 사람들은 눈치를 채지 못한 것 같습니다.
사람들 간의 차이와 포용력에 대한 주제를 재치 있고 명랑하게 풀어낸 그림책입니다.
◈ 프레드릭 / 글 그림 레오 리오니
조용하고 수줍은 들쥐 프레드릭은 모두가 겨울 날 준비로 분주한 와중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만 ‘햇빛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겨울이 왔을 때,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을 보여주지요. 레오 리오니의 따뜻한 그림이 돋보이는 가운데 누가 이 시인 쥐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요?
◈ 행복한 청소부 / 글 모니카 페트 그림 안토니 보라틴스키
표지판을 닦는 일을 하는 청소부 아저씨는 어느 날 우연히 자신이 닦아 오던 표지판에 적힌 길들이 유명한 예술가들의 이름을 따왔다는 것을 알게 되고, 표지판에 새겨진 예술가들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그 날 이후로 아저씨는 앎의 기쁨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그 행복감은 아저씨가 청소하는 표지판 아래를 지나는 사람들에게도 천천히 전해져 갑니다.
◈ 할머니의 여름휴가 / 글 그림 안녕달
더운 여름날, 할머니는 휴가를 다녀온 손자에게서 받은 소라 껍데기로 파도 소리를 듣습니다. 그러자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부드러운 파스텔톤의 그림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책을 덮으면 마치 할머니와 함께 바다에 다녀온 것 같아요.
◈ 강아지와 염소 새끼 / 글 권정생 그림 김병하
콩테로 얌전하고 점잖은 염소를, 파스텔로 말썽꾸러기 강아지를 표현한 이 책은 권정생 선생님이 15세경에 쓰신 시에 그림을 덧붙인 것입니다. 마치 누군가가 이야기를 해 주는 것 같은 재미있고 리듬감 있는 문체와 사랑스러운 그림이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요. “용용 죽겠지, 날 잡아 봐아라! 나알름 패앨짝!”
◈ 내가 함께 있을게 / 글 그림 볼프 에를브루흐
어느 날 오리는 자신을 따라다니던 죽음과 만나게 됩니다.
오리는 언제나 곁에 있었다는 죽음을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곧 그와 친구가 되며 언젠가는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지요. 무거운 주제를 잔잔하고 따스하게 표현한, 깊은 여운이 남는 책입니다.
◈ 엄마 뽀뽀는 딱 한 번만! / 글 그림 토미 웅거러
말썽쟁이가 주인공인 그림책은 많지만, 이 책의 주인공 발톱이는 아마 다시는 없을 캐릭터입니다. 난폭한 행동에 엄마에게 험한 말을 쏟아내고, 친구와 귀가 찢어질 정도로 싸움을 벌이고는 함께 담배를 나누어 피우기도 하지요. 단순한 말썽쟁이라기보다는 악동에 가까운 주인공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미워할 수 없어요. 이런 주인공이 부모와의 갈등에서 주체성을 가지고 건강하게 합의점을 찾아낸다는 멋진 이야기입니다.
☞ 함께 읽으면 좋아요! - 토미 웅거러의 다른 그림책들
◈ 곰 인형 오토
토미 웅거러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동화책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어둡고 냉소적인 분위기의 이야기가 많지요. 특히 이 책은 2차 대전에 소년기를 보낸 작가의 경험이 담겨 있습니다. 유대인 다비드와 곰 인형 오토, 그리고 다비드의 단짝 친구 오스카는 전쟁으로 뿔뿔이 흩어지지만 아주 오랜 시간 후에 기적적으로 만나게 됩니다.
◈ 달 사람
달에 혼자 살고 있는 달 사람은 지구의 사람들과 놀고 싶어 내려오지만, 그의 생각과 다르게 지구 사람들은 이기적이고 각박했습니다. 급기야 달 사람은 감옥에 갇히게 되고, 다시 달로 돌아가기 위해 탈출을 감행합니다. 토미 웅거러의 그림책들은 전체적인 분위기와 다르게 대부분 따뜻하고 감동적인 결말을 맞는데, 이 책만은 처음부터 끝까지 슬프고 우울한 분위기입니다.
◈ 내 모자 어디 갔을까? / 글 그림 존 클라센
딱딱한 고딕체로 된 제목과 초점 없이 무표정한 곰의 모습은 책 안에서도 시종일관 계속되는데, 잃어버린 모자를 찾아 나선 곰과 다른 동물들의 대화 역시 무미건조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결말은 꽤 충격적이기까지 하지요. 하지만 흡입력 있고 유머러스한 연출 덕분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소리 내어 웃게 됩니다. 같은 작가의 <모자를 보았어>,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라는 두 권의 책이 시리즈로 나와 있는데 저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어요. 궁금하네요.
◈ 엄마 마중 / 글 이태준 그림 김동성
1930년대의 추운 겨울, 코와 뺨이 새빨개진 아기가 전차 정류장에서 엄마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기다려도 기다려도 엄마는 오지 않고, 결국 엄마를 만나지 못한 채로 이야기는 끝이 나지요. 마지막에 아기가 엄마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은 그린이가 추가한 것으로, 아기를 비롯한 우리 모두의 바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인지, 아기의 상상인지는 알 수 없기에 여전히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온이 추천하는 그림책전
이 책들 중 좋아하거나, 이번에 좋아하게 된 그림책이 있나요? 또 이곳에 없는 책 중에 본인이 좋아하는, 추천하고 싶은 그림책이 있나요? 책을 읽은 감상이나, 떠오르는 느낌, 생각, 감정 아니면 그림도 좋습니다. '카페 그냥'에 와서 그림책도 읽고, 방명록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