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밟고 자란 마을, 딸만 넷인 가정에서 첫째 딸로 태어났다. 태어난 순간부터 양어깨에 희생과 양보, 책임감이 놓여졌다. 네 딸 중에 나는 공부를 잘 하지 못했다. 동생들은 사범대 혹은 장학생으로 학교에 다녔다. 우리 집에선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로 모든 게 평가되었고 미래를 판단하였다.
“가서 돈 벌어와” 아빠에게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그래서인지 공부 외의 것으로 인정받아야 했다. 철저하게 내가 흥미 있고 적성에 맞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찾아야 했다. 나만의 기준과 잣대로 비교하고 판단하려는 열등감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일기를 쓰고 처음 선생님께 칭찬을 받았다. 그 후로 지속적으로 선생님은 나의 글을 칭찬해주시고 격려해주셨다. 그 칭찬의 날개를 달고 유년기 청소년기 청년기에 이르기까지 글을 쓰며 책과도 가까워지고 연계된 다양한 문화예술을 즐겼다. 대학에서 평생교육을 접하고 문화예술적 활동과 연계하여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다.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것들의 조합이 창조적인 작업으로 만들어질 때 희열을 느끼고 보람을 얻게 되었다. 청소년 관련 일을 하면서는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흥미를 찾아서 스스로 선택하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되었다.
엄마로서 하자센터 수업을 들으며 청소년의 진로가 아닌 나의 생애진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다. 유년 시절부터 내 어깨엔 부러진 날개가 달려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청년 혁신가들과 만나며 진정으로 열정을 갖고 나다운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여성기업가를 통해 삶 속에서 일과 육아, 여성이라는 이름을 가슴에 새기며 나 자신의 진솔한 내면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반추하게 되었다. 또한 함께 교육을 듣는 동료들과 이야기 나누기를 하면서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고 타인의 감정을 나누어 느껴 보기도 했다.
내가 앞으로 살아야 할 생애를 어떤 식으로 의미 있게 채워가야 할까를 생각했을 때. ‘스스로의 자유함’을 갖게 되었다. 나만이 살 수 있는 삶, 요동치는 혼란한 시대에서 기꺼이 ‘잠잠하여라’라고 외칠 수 있는 나로 살아가기를 소명하며, 내가 만들어낸 행복의 틀 속에 가두지 않고 현재를 즐기고 변화에 맞추어 나를 움직여나갈 때, 부러진 날개는 고쳐지고 회복되어 다시 날아오를 것이라 확신한다.
내 삶의 타임테이블 2017년 9월부터 10주를 함께 해 온 하자센터와 강사 분들, 함께 수강한 교육생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의 삶을 응원하겠다.
글| 윤정(제6기 학부모대학 ‘나ㅣ일路’)
함께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10주간의 교육은 저에게 많은 의미를 남겨주었습니다. 자녀교육은 아이가 나이를 먹을 때마다 부모로서 자신감이 커지기보다는 늘 매 순간이 처음이기에 순간순간이 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조심스러웠습니다. 어느덧 큰 아이가 중학생이 되었고 사춘기를 맞이할 나이이기에 저는 아이와의 관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약 처방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청소년 자녀교육과 관련된 강의는 열심히 찾아다니며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학부모대학을 알게 되었고 오로지 중학생 아들을 잘 키워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하자센터 ‘나ㅓ. 일. 路’ 교육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미래사회를 맞이하는 큰 아이에게 방향을 잘 알려주는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교육을 받는 동안 저는 망치로 “쿵” 하고 머리를 맞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따뜻한 공간에서 서로 소통하고 마주하고 관계를 맺는 강의가 한 주, 두 주 쌓이면서 뒤로 한 발짝 물러서서 자녀에게만 도움을 주면 되겠지 했던 제 생각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를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제 안에서 “너부터 바뀌어야 해! 넌 지금 무엇을 하고 싶니? 네가 너의 꿈을 향해 뭔가에 도전하는 것을 네 자녀에게 보여주면 아이도 자신의 진로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준비하지 않을까?”라는 가슴속의 외침이 저를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자녀는 부모의 본을 보고 닮아간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소통이 기본이 될 때, 이해하려는 마음이 기본이 될 때, 자녀교육은 더 이상 고민거리가 아니라는 사실도 함께 말입니다.
나ㅓ. 일. 路. 다시금 살펴보니 정말 멋진 의미를 담은 말입니다.
현재의 내가 과거와 연결되어 있듯이 미래의 나 또한 현재의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 부모가 진지하게 성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큼 더 좋은 자녀교육은 없다는 것, 진로는 단순히 직업이 아닌 인생 전반에 대한 나아갈 길을 나타낸다는 것. 관계와 소통을 존중할 때 해결되지 않는 자녀와의 문제는 없다는 것.
너무나 소중하고 귀한 가르침입니다.
현재, 저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작은 도전도 시작했습니다. 제 진로를 위해 그리고 저를 반추하며 자신의 진로를 탐색할 제 아이들을 위해서요. 그리고 이 시작을 계기로 앞으로 계속 꿈꾸고 준비하고 나아갈 생각입니다. 항상 부모라는 책임감으로 눌린 제 어깨에 새로운 날개를 달아준 하자센터 부모교육 담당자 분, 강의를 맡아 주신 강사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하자센터의 나ㅓ. 일. 路. 교육을 다음의 말로 대신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함께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