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와 떨어져 있는 지난 순간에도 글방 생각이 종종 났습니다. 찻잎이 남긴 자국은 오래오래 남으니까요. 오래 우린 둥글레차가 언제고 따뜻하고, 고소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먼 곳에서 편지를 보내요.
글이 내게 대뜸 다가와서, 내가 필요한 순간 글로 뛰어갈 수 있어서 좋습니다. 신이 나서 훨훨 쓰다가도, 눈물처럼 줄줄, 혹은 뚝뚝 떨어뜨리며 씁니다. 생각과 감정들이 쌓여가는 걸 느끼니, 조용히 앉아 글을 쓰는 시간만이 간절합니다. 그래도 그렇게라도 쓰는 것이 좋다고 말해도 될까요. 저는 줄곧 글방에 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글을 쓰려고 애썼습니다. 용기가 없어 망설여온 이야기를 마구 써 내렸습니다. 부끄럽지만, 정말 재밌었어요. 당신께도 언제나 삶에 알 수 없는 용기와 진솔한 자신감이 함께하길 바라며 이 편지를 적어내려 봅니다.
놀랍게도, 어쩌면 슬프게도, 그러나 사랑스럽게도… 제 이야기를 쓰는 것보다 더 즐거웠던 건 동료들의 글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성실한 글방 동료를 두는 기쁨을 압니다. 이름이 견인하는 힘은 결코 작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둥근 내부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면 얻는 온도가 좋았습니다. 삐죽한 마음으로 쓴 글이 읽히면서 둥글어지는 것도 좋았어요. 둥글레차의 글들을 겹겹이 모아, 그 온도를 닮은 햇볕을 쬐면, 프리즘처럼 찬란한 스펙트럼이 나타나는 것이 좋았습니다.
글을 쓰려면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물론 자기만의 방도 필요하지만, 저는 우리만의 방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둥글레차가 항상 모이는 106호는 우리만의 방이었어요. 글 하나만 두고도 얼마든지 깊고 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에서 저는 즐거움 이상의 감정을 느꼈답니다.
문장과 서로와 공간에 힘입어, 글을 엮고 끈을 동여맸습니다. 그렇게 『오래 우린』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우려지고 우려지고 우려진 후에 맛을 잃은 티백을 한 번 더 우려냅니다. 물은 더 이상 차로 변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영영 버려지게 될까요?
그러나 한 번 더 눈을 감았다 떠 봅니다. 눈 사위가 아프도록 밝은, 그 빛무리에 다시금 적응하려면 한참이 걸리겠지요. 그러는 동안에 이 모든 사태에 대해 써 보자고, 글방 동료들에게,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께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빛의 눈부심에 대해서, 눈을 찌르는 날카로움에 대해서, 빛이 호위하는 우리 앞의 풍경에 대해서, 눈을 감았다 뜰 때마다 달라지는 눈물겨운 세상에 대해서, 그렇게 밝고 어둡기를 반복하며 깜박이는 우리네 삶에 대해서, 그러나 결국 여기 이곳에 빛이 있다는 그 아름다운 사실에 대해서, 모든 것에 대해서.
글_ 둥글레차 나스히, 다정, 운, 유영, 유자, 자유, 하루, 홍시
2024년 가을학기 하자글방 후속모임 〈둥글레차〉는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함께한 시간을 간직하기 위해 차(茶)를 글감으로 진(zine) 『오래 우린』을 만들었습니다. 오래 우려낸 차의 맛과 오랜 우리의 이야기가 담긴 진은 둥글게 둘러앉은 자리로 독자를 초대합니다. 이번 ‘From. 하자글방’에서는 『오래 우린』의 UE17 언리미티드 에디션 참가를 알리기 위해, 둥글레차가 독자들에게 띄우는 글을 소개합니다.
오래 우린 글
이 글은 106호의 둥글레차가 세상의 모든 둥글레차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106호는 저희가 처음 만나 함께 글을 쓰고, 웃고, 울며 머물렀던 하자센터의 글쓰기 작업장이에요. 글방에서의 시간과 《오래 우린》을 만든 마음, 그리고 우리와 우리를 잇는 문장들에 대해서 각자의 문장을 모아 한 편의 글로 엮어 보았습니다. 추운 날, 따뜻한 차 한 모금 같은 글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보냅니다. _다정(하자글방 죽돌)
From. 하자글방
하자글방은 함께 읽고 쓰고 합평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해가는 청소년 글쓰기 커뮤니티입니다. 정규 과정 이후 3개의 후속모임이 진행 중이며 후속모임에서 나온 글 가운데 일부를 나눕니다.